올림픽의 재구성. 1964년 동경 # 4

 

벽에는 메이지 공원의 큼직한 지도가 붙었고 빨간 매직으로 담당 구역이 표시되어 있었다. 자기들이 담당한 곳뿐만 아니라 해당 구역이 경비와 교통 각각의 어떤 부대 관할인지도 적여 있었다. 오늘 국립경기장 주변에 동원되는 경찰의 숫자는 경비와 교통만으로도 8천3백 명에 달한다. 성화 코스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물론 경시청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범인을 체포하지 못한 채 오늘을 맞이하고 말았다. 통탄스럽기 그지없다. 어제도 총동원 태세로 만안 일대를 수색했으나 범인의 족적을 잡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오늘, 만에 하나라도 범인을 놓친다면 경시청만이 아니라 이 나라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각자 결사의 각오로 임해주기 바란다. 알았나?

 

우리가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범인을 국립경기장에 절대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어제 저녁에 철야로 경기장 내의 다이너마이트를 수색했지만 수상한 물건을 발견되지 않았다. 그 수색 때 몰래 구경을 하겠다고 전날부터 미리 잠입해있던 학생들이 발견되어 이미 쫓아냈다. 그 밖의 경기장 내 반입업자는 이전부터 경비부가 엄격히 체크하고 있다. 몰래 들어온다는 것은 어렵다. 한 마디로 범인은 입장권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오전 10시부터 모든 게이트에 우리가 직접 나가서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체크한다. 여러분이 직접 지켜보면서 수상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은 적극적으로 조사해주기 바란다. 변장을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게 좋겠다.

아직까지 시마자키인 듯한 인물이 제1차단선을 통과했다는 보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경기장 쪽은 좀더 경계가 삼엄해서 문을 열자마자 각 게이트를 지키고 있던 수사원들에게서 아직 수상한 자는 입장하지 않았다는 확신에 찬 대답이 들어왔다. … 크게 심호흡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엄청난 인파에 새삼 압도되었다. 황태자의 결혼 퍼레이드 때도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운집하지는 않았다. 정말 건국 이래 최대의 축제다. 회화관 남쪽의 서브그라운드 방면에서 환성이 들려왔다. 대기하고 있던 선수단이 슬슬 이동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여기는 센다가야역 앞. 차도는 여전히 횡단금지. 구경꾼은 모두 신주쿠교엔, 혹은 진구 수영장 방면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10분쯤 전에 센쥬인에 들어간다는 승려 한 명을 통과시킨 모양입니다.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이 스님을 멀리 돌아가게 하는 게 딱하다고 차도를 건너게 해줬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 들고 있던 짐을 조사했습니다. 승려용 자루 안에 하얀 운동화가 있는 것 외에는 수상한 물건은 없었씁니다. 몸수색도 했습니다. 이상!

앗, 그놈이야! 그 탁발승이 시마자키에요! 그 놈이 변장한 겁니다!

전선 지휘소에서 각 국에 지시한다. 전 수사원, 탁발승을 발견하는 대로 신병을 확보하라. 큼직한 퉁소를 휴대했음. 퉁소 안에 다이너마이트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하라. 이상!

도쿄 체육관 동쪽 덤불숲에서 탁발승의 옷으로 보이는 의류 일습 발견. 바구니 같은 삿갓과 퉁소도 발견되었습니다. 이상!

 

 

오후 2시 10분, 아직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디에서 자신을 관찰하고 있을까. 고개를 쭉 빼고 등대처럼 좌우를 돌아봤지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일은 없었다. 그 사이에도 진구 수영장 앞에서 사람들이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울타리 없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서 경찰이 아무리 돌아가라고 지시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오후 2시 20분,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쳤다. 눈에 헌팅갭이 뛰어들었다. 마음의 준비는 충분히 했는데도 다리가 후르르 떨렸다. 이 자그마한 남자가 바로 무라타 도메키치다.

어, 미안한데 그 배낭 좀 받아가야겠네.

 

 

그쪽 과장한테 전언이 들어왔어. 무라타가 입을 열었다. 시마자키의 표적은 성화대. 어떻게든 사수하라. 이상!

환성이 터졌다. 성화 주자의 입장이다. 북쪽 게이트에 하얀 연기가 보였다. 젊은이 하나가 당당한 자세로 트랙을 뛰고 있었다. 성화대를 보니 그곳으로 이어지는 양쪽 계단에 음악대가 나란히 서서 연주를 펼치고 있었다. 그렇다, 주자가 저 계단을 뛰어 올라 성화를 점등하는 것이다. 그 성화대에 다이너마이트를 던진다면-.

시마자키가 윗옷의 단추를 풀고, 허리에 차고 있던 다이너마이트 하나를 뽑아 왼손에 들었다. 또 하나는 아직 허리에 있었다.

물러서요. 물러서지 않으면 불붙일 겁니다.

맑고 조용한 목소리였다.

 

 

경시청은 오늘을 위해 3년 여에 걸쳐 경비와 교통 부문의 작전을 착착 준비해왔다. 1962년에 작성한 ‘올림픽 잡답(雜沓) 판단’ 자료에는 ‘장내 관중 8만5천, 장외 관중 10만명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정리를 행하지 않는 한, 선수와 임원 및 IOC 위원의 도착, 성화, 천황을 비롯한 국내외 황족의 통로는 군중으로 가득 찰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

장내에서의 사건사고로는, 개회식 기작 직후에 게이트와 게이트 사이의 담장을 뛰어넘어 입장하려 한 타일 직공을 비롯하여, 전날 밤에 도시락을 지참하고 장내 화장실에 숨어 있던 대학생 등 불법침입으로 7명이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그밖에 바꿔치기 1건, 소매치기 1건, 유실물 3건, 미아 2건이 있었다. 8만여 명의 대관중이 입장한 것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숫자였다.

개회식을 무사히 마치고, 동 청의 최고 경비본부는 저녁 회견을 통해 “개회식 경비는 성공적이었다. 일단 한시름 놓았다. 협력해주신 관중 여러분께 감사한다. 대회 종료까지 팽팽한 긴장 속에서 앞으로도 만전의 태세로 경비에 인하고자 한다”라는 코멘트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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