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의 서유미 작가와 <두 얼굴의 사나이>의 강태식 작가가
은행나무 노벨라 다섯 번째 북콘서트에서 들려준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
어느덧 노벨라 북콘서트를 진행한 지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다시 겨울로 돌아와 지난 1월, 다섯 번째 북콘서트를 노벨라 독자님들과 함께했습니다. 두 달에 한 번씩 두 작가와 함께 하는 노벨라 북콘서트에 꾸준히 와주신 분이라면 약간 의아해하실 것 같은 부분이 있는데요, 서유미 작가의 <틈>은 노벨라 10번째 작품이고 강태식 작가의 <두 얼굴의 사나이>는 11번째 작품이 아닌 12번째 작품이거든요.
이미 작가 인터뷰를 통해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서유미 작가와 강태식 작가 두 분은 부부 사이랍니다. 기대했던 만큼 부부 소설가의 케미가 대단했던 그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사회자 금정연: 독자 여러분께 인사해주세요~
서유미: 두 손을 다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독자님들을 만나는 자리는 처음인지라, 긴장되기도 하고 행복합니다.
강태식: 노벨라 북콘서트 역사상 남자 작가와 함께 하는 첫 번째 시간인데요. 저의 각오는… “하얗게 불태우겠습니다.”
부부 작가라서 어떤 점이 좋으신가요? 두 분이 서로 작품 집필 기간 동안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도 궁금합니다.
서유미: 서로가 소설의 ‘첫 번째 독자’인 셈이죠. 보통 구상 단계부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소재는 어떤지 물어보면 “써봐라.” 부터 “이건 재미없을 것 같다.”까지 서슴없이 의견을 주고받는데요, 이렇게 지적해주는 점이 오히려 더 편해요.
강태식: 부부가 같은 직종에서 일한다는 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소설을 집필하다 보면 창작의 고통으로 혼자 집안에서 웅크리고 있을 때도 있는데 다른 사람들 같으면 왜 저래. 하겠지만 저희 아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해해줘요.
두 분의 만남에 대한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네요. 대학교 캠퍼스 커플(CC)이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어떻게 만나셨나요? 그리고 각자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서유미: 대학교 국문과에서 만났는데요, 공통된 관심사로 계속 이야기할 거리가 있다는 점이 재밌었어요. 둘이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죠. 그렇게 연애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글 쓰는 동지로 함께 살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틈>과 <두 얼굴의 사나이>은 각각 ‘남편의 외도’, ‘유괴당한 아이의 죽음’이라는 사건 이후 갑작스럽게 삶의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런 작품 속 ‘터닝포인트’를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강태식: 2년 전에 저희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제 삶이,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어요. 부모에게 있어서 아이라는 존재를 가장 절실한 모티브로 판단해서 그 사건을 넣었습니다.
서유미: 결정적 순간을 넣으려고 했던 건 아니고, 일상 속에서 어떤 순간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런 순간을 포착해보면 어떨까. 사소한, 그러니까 소설 제목 그대로 ‘틈’같은 걸 써보고 싶었습니다.
두 얼굴 사나이에서는 아이가 납치되어 죽고 아내는 자살하고, 틈에서는 남편의 외도를 아내가 보고…두 분이 혹시 이 작품을 쓰면서 ‘무의식의 발로(發露)’가 드러난 적은 없었는지.
서유미: 어느 순간부터는 그 무의식의 발로라는 것에 대해 서로 관대해져서, 그냥 자유롭게 각자의 이야기를 쓰자고 하는 식이에요. 서로를 신경써서 피하는 건 없어요.
강태식: 쓸 때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재밌게 쓸 수 있을까라고만 생각하는 편이에요. 제 전작이 <굿바이 동물원>인데 이 책을 보고 어머니가 전화하셨어요. “너 그렇게 살았냐”라고 말씀하시면서 우셨는데…이번에도 우시진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렇다면 작가 두 분의 인생에서 터닝포인트는 언제였나요?
서유미: 저는 IMF인 것 같아요. 막연하게 글을 쓰고 싶어서 국문과에 들어갔거든요. 신문사에서 기자도 해보고 잡지 회사에도 들어갔다가 내가 쓰고 싶은 건 소설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찰나에 IMF가 터졌고,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시간이 늘었어요. 이 일을 평생 해도 좋겠다. 라는 생각을 그때 했죠.
강태식: 자기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의 후회, 그 욕망이라는 게 있잖아요. 아버지께서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라.라고 하셨는데. 어느 날 내가 하고 싶은 걸 전혀 못 하고 죽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아무런 연고가 없는 원주라는 곳에 가서 2년 동안 집사람이랑 글만 썼던 시절이 있어요. 저는 그 시점이 터닝포인트였어요.
<틈>에서는 남편의 외도 현장을 목격한 후 여자 주인공이 찾아간 ‘사우나’가 중요한 배경이 되는데요, 사우나를 그 배경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서유미: 사우나를 자주 가는 데 다녀오면 기분이 전환되는 느낌을 받아요. 사오나에 오면 묘하게 사람들과 한순간에 친밀해지거든요. 그래서 아줌마들의 소식통으로의 재미있는 공간 사우나를 꼭 소재로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득 삶 속에서 사소한 틈을 보고 슬픔을 느끼는 여자가 혼자서 낮에 삭혀야 한다면 어딜 가야 할까. 고민해봤어요. 사우나가 혼자서 울기 좋은 공간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두 얼굴의 사나이> 작가의 말에 “사람을 움직이는 연료는 욕망이다, 삶도 욕망도 싱크대에 쌓이는 설거지거리처럼 언제까지나 되풀이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남겨주셨습니다. 지금 강태식 작가를 움직이는 ‘욕망’은 무엇일까요?
강태식: 장르성에 대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다루는 강렬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이야기가 새로운 소재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인간이란 끊임없이 욕망을 갖고 좌절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제 현재 욕망은 건강하게 잘 사는 것, 보다 더 강렬한 이야기를 쓰는 것.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입니다.
장르성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는데, 이 소설도 장르적인 요소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강태식: 소설의 가장 큰 존재의 이유는 재미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소설을 읽으면서 누군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르치려고 든다면 그건 제가 추구하는 소설이 아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