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의 숲>의 안보윤 작가와 <개인적 기억>의 윤이형 작가가
은행나무 노벨라 네 번째 북콘서트에서 들려준
나에게 쓴 편지 #Part 2
독자 여러분의 유년 시절은 어땠나요? 뛰어노는 걸 좋아해서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던 아이? 그 시절 아이돌의 사진으로 내 방 벽을 도배했던 아이? 잊고 있었던 나의 유년기를 되돌아보는 시간, 노벨라 네 번째 북콘서트 ‘나에게 쓰는 편지’ Part 2 시작합니다.
<알마의 숲>의 안보윤, <개인적 기억>의 윤이형 작가와 작품 속 이야기를 나눴던 노벨라 네 번째 북콘서트 1부에 이어서, 2부에서는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만약에 길을 걷다가 우연히 어린 시절의 ‘나’를 보면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가요? 이번에 노벨라 북콘서트 참석 신청을 받으면서 독자 여러분이 그 대답을 남겨주셨습니다.
윤이형 작가: 짠한 대답도 있네요. “아빠가 건강 검진을 받게 해드려” 라니… “이건 비밀인데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예쁘다” 좋네요.
안보윤 작가: “기대해봐도 좋다” 의미심장한데요? 앞으로의 삶이 기대해봐도 좋을 정도라고 어린 나에게 알려주면 그 아이는 정말 희망적인 아이가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왜 이런 것만 보이죠? “조심해” ㄷㄷㄷ
참고로 JIN양이 뽑은 베스트 답변은 이겁니다. “백날 공부해봐야 어차피 똑같으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는 마. 근데 살은 찌지 마라. 빼기 어렵더라”
사회자 금정연: 이쯤에서 작가 두 분의 대답도 궁금한데요. 작가분들은 어린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가요?
안보윤 작가: 충분히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행복해해라. 라고 하고 싶어요. 네가 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을 맘껏 해도 좋아. 라고요.
윤이형 작가: 눈치를 살살 보면서 그 아이를 따라가다가, 같이 놀아주다가, 그 아이의 집에 함께 가보고 싶어요. 어릴 적의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줬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어른인 제가 위로를 받고 싶어요.
금정연: 그럼 용돈이라도 쥐여줘야 할 것 같네요? ㅎㅎㅎ
자, 그럼 지금 소개해드린 독자 사연을 바탕으로 구성한 ‘나의 유년기 에피소드’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세 가지 에피소드를 준비했는데, 같이 들으면서 ‘나도 저런 비슷한 경험 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은 마음껏 댓글 달아주세요.
초딩인 주제에 어머니와 함께 찬물에 밥을 말고, 풋고추를 반찬으로 삼아 즐겨 먹던 저는 독이 바짝 오른 고추를 한 입 베어 물고 자지러지고 말았습니다. 너무 매웠거든요. 그 광경을 목격하던 할머님께서 놀라셨는지 저를 진정시킨 후에 저희 어머니를 호되게 꾸짖기 시작하셨습니다. 어머님의 눈물을 처음으로 목격한 것이 아마 그때였을 것입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난 후에 그 날 사실 할머님은 제가 매운 고추를 먹었기 때문에 어머님을 야단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시월드 아니 시집살이가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조금 더 커버린 제가 어린 시절의 ‘나’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해주는 것은 왠지 반칙 같아요. 그래서 어린 나에게 제가 좋아했던 음식이나 사주려고 합니다. “야, 꼬마야 형이랑 짬뽕이나 먹으러 가자…”
금정연: 어머니도 결국 약한 여자일 뿐이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요.
윤이형 작가: 저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저에게도 아이가 있고..저는 엄마이기 때문에 이건 엄마의 잘못이기도 해요.
(일동 ㅋㅋㅋㅋ)
안보윤 작가: 그 시절을 어떻게 바꿀 순 없지만 지금은 이해했다는 상황 자체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부모님께서 동생을 부를 땐 꼭 “우리 아들~”이 앞에 붙지만, 나를 부를 땐 이름뿐이었습니다. 부모님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며 살던 어느 날, 콜라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문득 캔 콜라 안에서 달랑거리는 캔 뚜껑의 밑부분이 굉장히 거슬렸어요. 그리고 캔 뚜껑 밑부분을 떼어내고 콜라를 마셨는데…목구멍이 타는 듯이 따가웠습니다.
그런데 의사는 내 목에 상처하나 나있지 않다고 얘기했습니다. 이해가 안 갔어요. 그럼 난 왜 그렇게 아파했던 거지? 부모님의 관심과 애정을 원했던 마음이 그런 쇼까지 하게 만들었던 걸까요. 어린 시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너나 잘하세요.” 가끔 큰 맘 먹고 “예쁜 딸~”이라고 불러주는 아빠에게 “왜. 뭐.”라고 하지 좀 말고.
금정연: 냉정하네요. 너나 잘 하세요. 라니
안보윤 작가: 저는 막내 역할이어서 애정을 듬뿍 받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긴 한데…어렸을 때 동전을 입 천장에 붙이는 걸 재밌어했던 때가 있어요. 동전이 목구멍까지 들어간 적이 있는데 언니가 와서 이 멍청아.하고 핀셋으로 딱 떼어줘서 그 이후로 언니에게 충성을 다했어요.
윤이형 작가: 외동딸로 지낸 저로서는 부럽게만 느껴지네요. 어린 시절의 나에게 따끔한 충고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사연을 보내주신 분이 많이 성장했다는 게 아닐까요?
맞벌이하시는 부모님과 5살 많은 오빠를 둔 저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 베란다에서 아빠 차가 언제 오나 기다리던 시간이 제일 기억에 남지요. 어렸을 때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저는 타지에서 자취하는 지금의 생활도 익숙합니다.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혼자 식사하는 것은 저한텐 일도 아니지요. 저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라고 어린 나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윤이형 작가: 저랑 되게 비슷한 유년기를 보내신 분 같네요. 아파트 열쇠를 목에 걸고 학교에 다녔어요. 집에 가면 혼자 있었던 시간이 많았는데… 그 시간이 좋기도 했고 살짝 쓸쓸하기도 했는데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그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져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었으니까요.
“한 공간에서 무언가 같은 주제로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 윤이형, 안보윤 작가. JIN양은 그저 뒤에서 독자분들의 고개 끄덕거림을 바라보며 감동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바쁜 일상에 치여서 과거 특히,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시간을 갖기란 참 어렵잖아요. 이번 노벨라 북콘서트를 통해 잠시 잊고 지냈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과거의 나를 하나하나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회상하면서 그 시간이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이상 노벨라 네 번째 북콘서트 ‘나에게 쓰는 편지’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