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젊은 작가 장자자, 그의 단편소설집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 번역 원고를 접한 것은 지난해 초겨울이었다. 아아, 뭔가 촌스러워! 뭔가 오글거려! 읽는 재미는 있네! 이것이 중국의 현대인인가! 원고를 읽고 난 뒤 편집자의 첫 번째 반응.
이 책의 출발은 2013년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마이크로 블로그 웨이보에 연재된 ‘잠자리에 들기 전 읽는 이야기’ 시리즈라고 한다. 무려 4억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그의 이야기들은 같은 해에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란 제목의 단편소설집으로 출간됐다. SNS상의 인기만큼이나 큰 호응을 받아 출간 6개월 만에 200만 부, 1년 만에 400만 부를 판매하는 놀랄 만한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장자자는 이 작품으로 2014년과 2015년에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이자 중국 출판업 올해의 작가, 올해의 좋은 중국 도서 등으로 선정됐다.
2015년에는 왕가위 감독이 제작하고 양조위, 금성무 등의 배우를 앞세운 영화 <파도인(擺渡人, 소설 속 〈뱃사공〉 편에 해당)>의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하고 감독하기로 한다. 이 영화는 2016년 12월 23일에 개봉했으며, 《너의 세계를 지나치며》도 꾸준한 사랑을 받아 출간된 지 3년 만에 700만 권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게 됐다.
눈에 띄는 베스트셀러에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는 거리감 없는 인물들이 직설적인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사랑과 인생, 유머러스한 문체와 섬세한 감성으로 완성한 글귀들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이었다. ―옮긴이 정세경
중국에선 엄청난 인기작가이지만 한국에선 아무도 이 사람을 모를 텐데, 이 작가를, 이 작품을 어떻게 소개해야 한단 말인가? 잠시 고민에 빠졌던 편집자는 일러스트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사실 그간의 중국 소설 하면, 고전이라든가 무협지라든가 하는 이미지만 떠올렸던 터라, 새롭고 감각적인 현대 소설로 소개하고 싶었다. (현대 소설 맞는데?!) 하여 곧바로 일러스트 작가를 섭외하고, 표지뿐만 아니라 본문에도 여덟 컷의 일러스트를 넣는 기염을.
책 뒷표지의 소개글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초판 1쇄에는 감각적인 연애소설로 자리매김하고자 ‘첫사랑, 설렘, 고백, 다툼, 추억… 대륙의 이야기꾼 장자자가 잠 못 드는 밤 들려주는 47편의 연애담’으로 썼던 카피를 2쇄에는 ‘철든 후 반드시 읽어야 할 공감 소설. 불확실한 미래, 멀기만 한 사랑. 부유하는 젊음에게 건네는 위로와 온기’로 바꾸었다. 책이 출간되던 올해 초 정말 힘들었던 우리 각자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옮긴이가 <월간 채널예스>에 기고한 글을 인용하자면 “사랑을 바탕으로 희망과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는 장자자 작가의 이야기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눈물을 닦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하리라 생각한다.”
초여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다시 사랑과 희망을 읽고자 하는 독자분들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