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하고 한없이 아름다운 소설 <앤>

전아리 작가의 소설 <앤>은 향기가 짙고 색이 예쁜 아주 매혹적인 꽃을 연상시킵니다.

외면하려고 해도 꼭 한 번은 시선을 주고야 마는 꽃이랄까요?

<앤>은 흥미로운 서사뿐 아니라 아름다운 문장과 의미심장한 대목도 등장해 소설에 매력을 더합니다.

살짝 함께 구경해보시죠~ *^^*

 

나는 여러 차례 같은 꿈을 꿨다. 눈부시도록 울창한 화원. 머리 위 나뭇가지 한 개가 툭 꺾이고, 그 끝에 매달려 있던 농익은 열매가 돌계단 위로 낙하했다. 바닥에 떨어진 열매는 신경질적으로 터졌다. 뭉개진 열매에서 눈, 코, 입이 흘러나왔다. 나는 새하얀 운동화에 묻은 검붉은 열매즙을 씻어내려고 찬물에 운동화를 벅벅 문지르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꿈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다. 나는 잠들지 않았을 때에도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본문 35쪽

사람의 욕망에는 바닥이 없다. 그것은 대부분 무섭도록 적막한 심연으로 이어져 있다. 어느 생명체 하나 숨 쉬고 있지 않은 검은 빛의 공간. 무엇 때문에, 라고 묻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욕망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욕망이다. 두 개의 거울이 마주 보고 있을 때 그 속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계단 같은 것. 어느 개 한 마리가 그 안으로 뛰어들어 더러운 침을 흘리고 있는 냄새가 났다.

- 본문 133〜134쪽

 

한때 백일장에 드나들던 친구들 사이에서 ‘전아리’라는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까지 있었다고 해요.
그만큼 청소년 시절에 온갖 문학상을 다 휩쓸던 전아리 작가!
그 실력이 여물고 여물어 장편소설 <앤>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많이 관심 가져 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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