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쇠락

원제 The Decay of Lying

지음 오스카 와일드 | 옮김 박명숙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5년 1월 9일 | ISBN 9788956608365

사양 변형판 140x210 · 296쪽 | 가격 13,000원

시리즈 은행나무 위대한 생각 10 | 분야 비소설

책소개

19세기 말 대표적 유미주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
굴곡진 삶에 가려진 그 예술론의 실체를 만나다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도덕주의에 반기를 들고 예술을 위한 예술의 중요성을 설파했던 오스카 와일드의 예술론의 정수가 담긴 에세이 선집이다. 동성애 스캔들, 독특한 차림새와 행동, 촌철살인의 경구들로 괴짜 천재라 인식되어온 와일드가 얼마나 진지하고 원숙하게 유미주의 이론을 정립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통념과 관습에 대한 전복적이고 의도적인 도발로 예술의 역할과 가치를 환기시키고, 그리스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문학 작품을 통해 풍부한 은유와 패러독스를 구사하는 데에서 그의 빛나는 지성과 번득이는 재기를 엿볼 수 있다. 은행나무의 <위대한 생각> 시리즈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시의성을 잃지 않고 있는, 19세기 말의 예술 담론들이 담긴 이 에세이들을 역자의 풍부한 주석과 함께 열 번째 위대한 생각으로 선보인다.

와일드는 아름다움을 세상의 무대에 처음 올린 사람이다
19세기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도덕주의와, 상류층과 부르주아 계층에 팽배했던 위선과 허식과 속물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난 유미주의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기치 아래, 당시의 경직되고 폐쇄된 예술관을 비판하고 예술의 자율성을 중요시했다. “사실 ‘아름다움’은 1880년대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그것을 세상 무대에 처음 데뷔시킨 것은 오스카 와일드였다.”라는 영국의 풍자화가 맥스 비어봄의 말처럼, 와일드는 유미주의 개념에 형태를 부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존 러스킨과 월터 페이터의 유미주의 미학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오스카 와일드는 스스로를 ‘유미주의의 사도’로 자처하며 독특한 행색에 걸출한 재담과 글 솜씨로 단숨에 두 대륙 간의 유명 인사로 떠오른다. 그러나 성공의 정점에서 동성애 스캔들로 복역하게 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져, 죽을 때까지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였다. 이후 그의 삶과 작품이 여러 작가들에 의해 재조명되면서 완벽한 복권이 이루어지게 된다. ‘아름다움’에 대한 그의 철학과 위선과 허식 등 ‘아름답지 않은 것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통해 당대보다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더욱더 가까운 작가이자 평론가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위선과 허식의 세기말 도덕주의에 대한
반기로 완성된 새로운 미학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평론은 오스카 와일드가 심미적 신념과 열정으로 완성시킨 원숙한 유미주의 이론들을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가 ‘대화체로 쓴 나의 최초이자 최고의 글’이라고 자평한 <거짓의 쇠락>에서 와일드는 시대의 도덕적·사회적 조건을 반영하려는 사실주의를 비판하며 상상력이 창조의 원천이 되는 예술의 새로운 ‘르네상스’의 도래를 열망한다. 그의 심미적 철학이 가장 심도 있게 드러난 <예술가로서의 비평가>는 비평이 제 기능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으며, 새로운 비평의 개념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과 삶에 있어서 비평 정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또한 그가 남긴 비평적 에세이 중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색채를 띤 <사회주의에서의 인간의 영혼>에서는 사회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개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안에서의 개인주의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그 궁극의 형태로 자유로운 예술의 추구를 들고 있다.

통념에 대한 의도적 도발과
재기 넘치는 현란한 수사 뒤에 숨은 빛나는 통찰
이 책에서 와일드는 자신의 통찰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내며 설득력 있는 수사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대화 형식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계속 제기하고 문제를 다각도에서 바라보며, 예술의 개념과 가치를 환기시키기 위해 통념과 관습을 향해 의도적인 도발을 이어간다. 또한 고전문학은 물론 당대 예술에 대한 그의 방대한 지식을 현란한 수사로 펼쳐 보인다.
그는 <거짓의 쇠락>에서 예술이 삶과 자연을 모방하기보다 삶과 자연이 예술을 모방한다고 주장하며 영국 거리의 황홀한 갈색 안개를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 이전에 어디에서 볼 수 있었냐고 묻는다. <예술가로서의 비평가>에서는 실제 인물을 똑같이 묘사하는 데 급급한 당대 초상화가들의 작품을 두고, ‘너무나 똑같아서 100년쯤 후에는 아무도 그것들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사회주의에서의 인간의 영혼>에서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진정한 개성을 향한 촉구로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예리한 심미안으로 발전시킨 유미주의 이론을 시종일관 유쾌한 어조로 펼쳐 보이는 이러한 비평 방식은 독자들에게 신선함과 더불어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전문과 함께 읽는 오스카 와일드의 아포리즘
“생각은 세상에서 가장 불건전한 거야. 사람들은 다른 질병으로 죽듯 생각 때문에 죽기도 하지.”
“훌륭한 거짓말이라는 게 결국 뭐겠는가? 그 자체로 스스로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만약 거짓말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꾸며대야 할 정도로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즉시 사실을 실토하는 게 나을 거야. 그러니 정치가들은 제대로 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어.”
“이 시대의 초상화가들 대부분은 모두 까맣게 잊히고 말 거야. 그들은 결코 자신들이 보는 것을 그리지 않아. 그들은 대중이 보는 것을 그리지만, 대중은 절대로 무언가를 보는 법이 없지.”
[거짓의 쇠락] 중에서

“대중은 놀랍도록 관대하지. 그들은 뭐든지 용서하거든, 천재성만 빼고는.”
“지금 시대에는 위대한 이들은 누구나 자신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있지. 그리고 그들의 전기를 쓰는 건 언제나 유다야.”
“난 우리가 오직 어리석은 자들만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네. 그리고 나는 오해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어.”
“우리가 우리 행동의 결과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산다면, 스스로를 선하다고 여겼던 사람들이 맥없는 회한과 함께 역겨움을 느끼고, 세상이 악인으로 불렀던 사람들이 고귀한 기쁨으로 동요하는 것을 보게 될 거야.”
“문명이 진보하고 우리 사회가 고도로 조직화될수록 각 시대의 선택된 정신들, 비판적이고 개화된 정신들은 현실의 삶에 점점 더 흥미를 잃어가면서 거의 대부분 예술이 관여한 것으로부터 감동을 받고자 하게 될 거야. 삶이란 그 형식이 너무 형편없기 때문이지. 삶의 재앙들은 잘못된 방식으로 엉뚱한 사람들에게 닥치잖나. 삶의 코미디에는 기괴한 공포가 담겨 있고, 삶의 비극은 웃음거리로 끝이 나곤 하지. 삶에 가까이 갈수록 언제나 상처받을 수밖에 없어. 모든 건 너무 오래가거나 너무 빨리 끝나지.”
“사람들은 이런 무시무시한 사회적 이상의 독재에 철저하게 지배당한 나머지 특별 전시회나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또 다른 장소에 당당하게 나타나서는 아주 커다란 목소리로 “무슨 일을 하시나요?”라고 묻곤 하지. 교양을 갖춘 사람이 유일하게 다른 사람에게 속삭일 수 있는 질문은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인데 말이지.”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서 이야기를 할 때 자신에게서 가장 멀어지는 거라고. 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예술을 싫어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네. 하나는 예술을 싫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을 합리적으로 좋아하는 거야.”
[예술가로서의 비평가] 중에서

최악의 노예 소유주는 자신의 노예들에게 친절히 대해주는 사람이다. 그럼으로써 노예제도로 고통받는 이들이 그 제도의 끔찍함을 깨닫지 못하게 하고, 그 제도를 고찰하는 이들이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가난한 사람들이 자선에 대해 고마워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중략)하지만 그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은 결코 고마워하는 법이 없다.(중략)그들이 느끼기에는 자선은 우스우리만치 부적절한 부분적인 보상 방식이거나 감상적인 적선에 지나지 않으며, 종종 자선을 베풂으로써 그들의 사생활을 좌지우지하려는 감상주의자들의 어쭙잖은 시도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왜 부자들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를 고마워해야 한단 말인가? 그들도 부자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야 마땅한 것이다.”
이 사회에서 부자들보다 돈에 관해 더 많이 생각하는 계층은 오직 하나뿐이다. 가난한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그것이 가난의 비참함이다.” 
현대의 범죄는 죄악이 아닌 굶주림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범죄자들은 대부분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아무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중략)그들은 단지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을 때 평범하고 점잖은 흔한 사람들이 취하게 될 모습이다.”
[사회주의에서의 인간의 영혼] 중에서

작가 소개

오스카 와일드 지음

영국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인 문인이자 유미주의의 주창자. 1854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저명한 고전학자 존 마하피 교수 아래 고대 그리스 문학과 문화를 공부했고, 옥스퍼드 모들린 칼리지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하며 유미주의의 선구자인 월터 페이터와 존 러스킨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 이후 독특한 차림새와 언행으로 ‘유미주의의 사도’를 자처하면서 그 이론을 설파하는 강연으로 명성을 얻었다. 1880년 첫 희곡 《베라, 혹은 허무주의자》를 발표한 이래,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갔으며 특히 1891년에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예술 비평집 《의도들》을 출간하고 희곡 《살로메》를 집필하는 등 작가이자 평론가로서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같은 해 앨프리드 더글러스를 만나면서 추락도 함께 시작된다. 동성애 스캔들 끝에 1895년 2년의 강제 노역형을 받아 수감됐고, 복역 후의 작품으로는 명성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00년 파리에서 수감 생활의 후유증으로 병사했다. 사후 더글러스에게 쓴 편지를 묶은 《심연으로부터》가 출간되고, 그의 천재적 재능과 열정을 사랑한 문인들이 작품들을 재출간하면서 그의 삶과 작품 모두 새롭게 조명되었다.

박명숙 옮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보르도 제3대학에서 언어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프랑스 고전주의 문학을 공부하고 ‘몰리에르’ 연구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와 배재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출판기획자와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과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제르미날(근간)》,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 로랑 구넬의 《가고 싶은 길을 가라》, 《라 퐁텐 그림우화》, 플로리앙 젤러의 《누구나의 연인》, 티에리 코엔의 《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꿈꾸었다》, 도미니크 보나의 《위대한 열정》, 마리 카르디날의 《두 사람을 위한 하나의 삶》, 장 이브 보리오의 《로마의 역사》, 카타리나 마세티의 《옆 무덤의 남자》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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