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친숙한 이방인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7년 7월 31일 | ISBN 9788956600000
사양 변형판 107x177 · 176쪽 | 가격 8,000원
시리즈 마이크로 인문학 7 | 분야 인문
자아는 가장 낯선 것이면서
동시에 가장 친밀한 ‘타아(alter-ego)’다
인문학의 가장 오랜 주제이자 모든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나’에 관한 세밀한 고찰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안다는 것은 소크라테스의 그 유명한 ‘너 자신을 알라’로부터 시작하여 근대를 열어젖힌 ‘코기토(cogito, 나는 생각한다)’에 걸쳐, 철학 유구한 역사상 가장 근원적인 주제다. 나 자신이자 나의 내면인 자아에 대한 분석을 담은 책 『자아, 친숙한 이방인』이 출간되었다. 나 자신인 동시에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모습을 불쑥불쑥 내비쳐, 평생을 가도 온전히 익숙해지지 못할 존재인 ‘자아’. 이에 라캉을 비롯한 정신분석학을 연구해온 건국대학교 김석 교수는 자아를 ‘영원한 이방인 친구’라고 정의한다. 그 자아의 기본적인 속성을 이해한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자아, 친숙한 이방인』은 나조차도 나 자신에 대해 오해를 하게 만드는 자아의 괴팍한 속성을 ‘낯선 자아’, ‘속이는 자아’, ‘병든 자아’, ‘변하는 자아’의 네 가지로 제시하였다. 내가 안다고 자신하는 표면적인 내 모습과 사뭇 다른 진짜 나를 알기 위해서는, 착시를 일으키는 자아의 속성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저자는 정신분석 이론을 성실하게 소개하면서 『리어 왕』 『오이디푸스 왕』 『크리스마스 캐롤』과 같은 친근한 문학작품뿐 아니라 「파이트 클럽」 「그물」 「미션」 「캐스트 어웨이」 등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을 끌어와 자아에 관해 풍부하고도 친근한 접근을 시도한다.
나인 듯 나 아닌 ‘자아’
자아의 속성을 정확히 알아야 나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나에 대해 진정으로 잘 알고 있을까?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철학과 인문학의 기본이라지만 이 질문에 선뜻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이나 남들이 기대하는 나의 모습 등 나와 연관된 상(像)이 다양한 가운데 진짜 내 본연의 모습을 알기란 어렵다. 여기에는 내 정체성의 일부를 구성하면서도 이따금 너무나 낯선 모습을 보여 내가 생각하는 나를 헷갈리게 만드는 자아의 존재가 큰 몫을 한다. 이 책은 자아의 속성을 네 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2장 「낯선 자아」는 차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낯모르는 노인으로 오해했다던 프로이트의 유명한 일화를 들어 나 자신에게서 문득 찾아지는 낯선 모습을 ‘익숙한 낯설음(uncanny)’을 통해 설명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의식 너머 빙산의 밑동 같은 방대한 무의식의 세계가 바로 그 원인이다. 사실 유명한 짐바르도의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일반인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교도관과 죄수 역할을 맡겼더니 교도관과 죄수의 행동 양상을 보였다)이나 한나 아렌트에게 ‘악의 평범성’의 영감을 준 아이히만에게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의 내면에는 선과 악이 특정적으로 구분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가 타인의 눈인 초자아로 억압해온 이드(id)만이 있을 뿐이다. 이드가 바로 자아를 낯설게 만드는 요인이다.
3장 「속이는 자아」에서는 자기기만을 이끌어내는 몇 가지 심리학적 이론을 제시한다. 내가 하는 생각을 남도 할 거라고 생각하는 ‘허위 합의 편향’, 잘되면 내 덕 잘못 되면 상황 탓인 ‘자기 고양 편향’, 신념이 틀렸음을 인정하기 싫을 때에 합리화하는 ‘인지 부조화 이론’ 등이 그것이다. 내가 되고 싶은 자아상에 상황을 끼워 맞추기 위해 은연중 스스로를 속이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합리화, 전치, 투사, 반동 형성, 등의 방어기제도 자아를 교란시킨다. 이에 대표적인 사례로 ‘라쇼몽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를 만들어낸 영화 「라쇼몽」을 든다.
나를 속이고, 이따금 병들며, 미묘하게 변하기도 하는 자아
자아는 나의 정체성에 속하면서 때로 아주 낯선 모습으로 나를 위협한다
4장 「병든 자아」는 말 그대로 마음의 병에 관한 것이다. 마음을 이루는 이드, 자아, 초자아가 저마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쓰려고 다투다 보니 균형이 깨져 생기는 것이다. 이 장에서는 그중 프로이트가 문명인이 겪는 정신적인 고통이라고 정의한 신경증과 정신의학적으로 진단내리는 병증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현상들을 설명한다. 정신병까지는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건강한 정신 상태는 아닌 것들로 나르시시즘적 속성, 망상증, 편집증 등을 다룬다. 이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과 김기덕의 영화 「그물」에 등장하는 조사관을 그 사례로 든다. 경쟁이 심화되고 생활이 팍팍한 한국 사회에서 병든 자아의 문제는 우리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5장 「변하는 자아」는 우리들에게 가장 익숙한 자아의 특징이다. 자아는 만고불변의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바에 따라 계속해서 변한다. 이 같은 자아의 변모 양상은 우리에게 익숙한 스크루지 영감이나 영화 「미션」의 주인공 로드리고 멘도자에게서 볼 수 있듯이 작품 속 인물을 구성하는 데에 좋은 특징으로 활용된다. 더불어 저자가 실제로 대학생 시절 겪은 자신의 경험까지 곁들여 그 생생함을 더한다.
자아에 귀 기울이고 자아의 속임수에 흔들리지 않을 때에
우리는 진정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그 속성을 알게 됨으로써 보다 잘 이해하게 된 자아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한 ‘자기 돌봄(epimeleia)’ 개념과 이를 푸코가 발전시킨 ‘자기 배려’를 기억해야 한다. 외면이 아니라 내면의 혼을 가꾸는 ‘돌봄’, 그리고 소비 지향적인 대중문화 때문에 인간 소외가 일어나는 현대 사회에서 주체성을 회복하는 ‘배려’. 요즘 유행하는 ‘자존감’이나 매슬로가 제안한 최고 단계의 욕구 ‘자아 실현의 욕구’, 앨버트 밴듀라가 제시한 ‘자기 효능감’ 모두가 여기에서 시작된다. 흔들리지 말고 이성의 나와 무의식의 자아가 함께 고민하여 진짜 내가 욕망하는 삶을 살아갈 때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맨 처음에 환기했던 소크라테스의 일갈로 돌아가보자. “너 자신을 알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어떤 학문이며 관념들이 아니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아는 것부터가 모든 앎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들어가며 나에 대한 질문
1장 자아의 문제
자기 도식과 자아 실현
상상계와 자아의 허상
자아와 타자
자아에 대한 앎
2장 낯선 자아
두려운 낯설음
민낯의 자아
낯선 자아의 기원
3장 속이는 자아
속이는 주범
속이는 자아의 위험: 라쇼몽 효과와 그 폐해
자아의 방어 작용
4장 병든 자아
갈등하는 마음과 병
나르시시즘의 폐해
심술궂은 자아
5장 변하는 자아
자아를 변하게 만드는 것
긍정적 변화와 부정적 변화
바른 가치관의 중요성
6장 자아와 관계
참된 앎의 필요성
돌봄의 대상
자아실현과 자존감
내 욕망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나가며 진정한 나를 찾아서
Micro 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