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다면
“수도 없이 가슴이 무너졌다는 말 말고는
달리 이 작품이 지닌 힘과 깊이를 표현할 길이 없다.”
<타임> <월스트리트저널> BBC 등 17개 매체 올해의 책 선정 | 퓰리처상 최종후보작
퓰리처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LA타임스> 도서상을 수상한 애덤 해즐릿의 《내가 없다면》이 출간됐다. 정밀한 문장과 입체적인 캐릭터로 정평이 난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는 이와 그 가족의 삶을 그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과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소설가 칼럼 매캔이 “읽고 나면 다시 한번 복잡한 세상 속으로 나아가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라고 평했듯, 한 가족의 가슴 먹먹한 러브 스토리를 넘어서, 나와 내가 아는 그 누군가를 발견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소설이다.
“일이 생겼어요. 제 형에게요.”
형이 죽었다는 고백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1960년대 전도유망한 두 남녀의 연애담으로 이어진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해진 삶의 수순을 벗어나 영국으로 향한 마거릿은 존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존이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혼을 강행할 것인가, 예견된 고통 앞에 한 발 물러설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서 그녀는 존의 곁에 남기로 결심한다. 이후로 17년, 세 아이의 엄마가 된 마거릿은 언제 또 다시 존의 상태가 나빠질지 몰라 신경이 곤두서는 한편, 존이 딸 실리아와 막내 앨릭과 달리 유독 첫째 마이클에게 소원한 점이 원망스럽다. 하지만 실제로는 존만이 마이클을 알아본다. 자신의 맏이도 자신과 같은 괴물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해즐릿은 불안에 사로잡힌 마음에 대한 섬세하고 선명한 묘사로 작가로서 또 하나의 정점에 올라섰다. 하지만 이 소설의 가장 큰 가치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다. 등장인물들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필연적으로 희생하고 실망하더라도 그를 놓을 수 없다는 점을 묵묵히 주장하고 있다. 우리에게 소중한 이들을 달래고 진정시키고 싶은 마음은, 때로는 그것이 어렵거나 두렵거나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절대적인 특권이기도 하다.”_〈뉴욕타임스〉
정밀한 문장과 입체적인 캐릭터로 정확하게 그려낸
우울증과 불안이라는 그림자
“이 소설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소설 중에서 강박적인 혼란에 사로잡혀 황폐해진 마음을 가장 섬뜩할 정도로 치밀하고 정확하게 묘사한 소설이다.”_조이 윌리엄스(소설가)
“현실적인 이야기가 얼마나 굉장한 힘을 품고 있는지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작품” _<허핑턴포스트>
소설은 시작부터 마이클의 죽음을 고백하고, 아버지 존의 부재도 숨기지 않는다. 작가는 어떤 미스터리도 남기지 않는 압축적이고 인상적인 도입부를 통해 오로지 한 가족이 겪는 비통함에 집중하는 작품의 성격을 분명히 한다. 다섯 가족 각자의 시각에서 교차 서술되는 사건들은 정신 질환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는 물론이고, 그 주변 사람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의 크기도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작가가 여러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자살한 사실을 언급하며 ‘가장 개인적인 작품’이라고 소회를 밝힌 데에서도 알 수 있듯,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현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특히 마이클이 화자인 챕터들은 자동응답기 메시지나 정신과 문진표 등 실험적인 형식을 취하며, 그의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와 독자들의 간격을 극도로 좁힌다.
필연적으로 희생하고 실망하더라도 놓을 수 없는 관계에 대하여
“해즐릿은 인물 묘사에 대한 발군의 감각과 유연하면서 가식이 없는 문체의 소유자이다. 아마도 그의 가장 독특한 재능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보이지 않는 끈을 그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는 점인지도 모르겠다. 해즐릿은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사람을 정말 돌아버리게 하는 마이클의 특징들을 완벽하게 묘사했다. 마이클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많이 혹은 얼마나 적게 행동해야 하는가라는 고뇌를 안고 있는 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100퍼센트 공감할 수밖에 없게 된다.”-<월스트리트저널>
작가는 중반부까지 거의 강압적일 정도로 독자들을 우울함에 빠트리면서도, 좀처럼 책을 그만 덮어버리지 못하게 한다. 존이 자신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엉망이 된 상황 속에서도 세 아이가 얼마나 예쁜지 알아차리는 장면이나 마이클이 전자 음악에 편집증적으로 집착하는 장면 등에서 빛을 발하는 작가의 정밀한 문장들과 기발함만이 우리를 사로잡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든 가족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이들의 애달픈 일상은 후반부에 이르러 폭발하는 이들의 슬픔을 이해하기 위한 교두보인 동시에, 그 자체가 사랑과 의무와 끊임없는 걱정과 간간히 찾아드는 절망이 교차되는 가족이라는 관계의 본질을 꿰뚫어 보여준다.
이들 관계에서 우리 자신과 우리가 아는 누군가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우리는 자신을 지탱해주는 사랑을 견딜 수 없는 존이기도 하며, 계속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마거릿이기도 하다. 또한 절묘한 농담 속에 망가져가는 자신을 숨기는 마이클이기도 하고 최상의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앨릭이기도 하며, 어떻게든 현실적인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실리아이기도 할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감정이입을 하게 되며 슬픔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