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자들의 슬픔과 핏빛 복수. 법은 그들을 심판할 수 있을까?
소녀가 사라지던 밤 2
나비사냥 SEASON3
“악마를 죽인 거예요!”
소녀 실종사건 후 7년, 시체로 발견된 범인
재수사를 통해 드러난 그날의 진실은?
압도적 서사, 겹겹의 반전, 탄탄한 서스펜스
현직 형사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범죄스릴러, <나비사냥> 시리즈 그 세 번째 이야기
2006년 데뷔 이후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형 범죄스릴러의 새 장을 연 박영광의 장편소설 《소녀가 사라지던 밤》(전 2권)이 ‘나비사냥 시리즈’ 세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고독하고 우직한 한국 형사의 전형 캐릭터인 하태석을 주인공으로 한국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다양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재구성한 장편 ‘나비사냥 시리즈’는 2013년 첫 권 《나비사냥》에 이어 2017년 두 번째 소설 《시그니처》까지 독자들의 큰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5년 만에 장기미제사건인 ‘콜드케이스’를 쫓는 전담수사팀의 활약을 그린 《소녀가 사라지던 밤》으로 여름 더위를 잊게 할 긴박한 스릴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현직 형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저자는 그동안 자신의 직간접적인 경험과 실제 사건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인간의 잔인함과 죄, 고통에 천착하여 작품을 써왔다. 현실과 허구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정교한 구성과 현장감 넘치는 리얼리티, 현업 종사자로서의 수사 전문성을 가미해 차별화된 그의 작품 세계는 우리 장르문학계에서 가히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소녀가 사라지던 밤》은 이전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하태석 형사가 7년 전 열두 살 소녀들을 납치하여 살해한 유력 용의자의 갑작스런 죽음을 계기로 오랜 기간 답보상태에 놓여 있던 미제사건들을 추적해가는 소설이다. ‘그날’ 이후 영원히 사건에 갇혀버린 범죄 피해자, 유가족들의 끔찍한 기억과 고통스러운 일상, 사적 응징의 이야기들을 긴장감 있게 다루고 있다. 전작 《나비사냥》 《시그니처》에서 지존파, 유영철, 정남규 등 실제 연쇄살인범들을 재현한 듯한 강력범들을 상대했던 하태석 형사가 번뜩이는 추리와 끈기로 다시 한 번 맹활약을 펼친다.
작가는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성 연쇄납치 살인사건, 소아성범죄, n번방 같은 디지털 성범죄 등 실제를 연상케 하는 강력 범죄들의 수사 과정과 수사 기법, 그 이후의 이야기를 소설 속에 촘촘하게 배치시키고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치밀한 구성과 겹겹의 반전들로 긴박감과 속도감을 자아낸다. 인간 내면에 잠재해 있는 선과 악의 갈등구조가 거미줄처럼 얽혀들며 마침내 진실을 향해 치닫는다.
“형사님이 저한테 거짓말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놈이 범인이 맞잖아요, 아닌가요?”
남겨진 자들의 슬픔과 핏빛복수
법은 그들을 심판할 수 있을까?
2012년 6월 열두 살이었던 미순이, 선미 두 소녀가 놀이터에서 실종되고 7년 후, 당시 범인으로 지목되었다가 무죄로 풀려난 김동수가 칼에 찔려 살해된 채 발견된다. 사건을 접수한 강남서 강력팀은 현장 CCTV 감식을 하고 곧바로 선미의 언니 정유미를 긴급체포한다. 같은 시간 광수대에서도 한 명의 용의자가 체포된다. 미순이의 아버지 임춘석이 칼에 찍힌 지문의 용의자로 밝혀진 것. 과거 변호사들의 비호를 받으며 법의 테두리를 빠져나간 김동수를 독직폭행한 죄로 지방으로 좌천돼 있던 하태석 형사는 강력팀 후배로부터 사건을 전해 듣고 망연자실해한다.
“형사님 대답 좀 해주세요.”
유미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저 사람이 우리 미순이를 죽인 게 맞냐고!”
임춘석의 목소리가 복도를 가득 메웠고 답을 구하는 그에게 태석은 대답을 해야 했다.
(…) 두 사람이 놈이 범인이냐고 물었을 때 태석은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심장이 뭉개져버린 그들에게 아직도 범인이 보이지 않네요라고 말하는 것은 희망조차 갖지 말라는 말과 같았다. _1권, 57쪽
자백보다 유력한 지문 증거가 나오면서 정유미가 풀려난 사이, 자신의 말 한마디로 인해 범죄 피해자 유가족이 살인사건 용의자가 되었다는 데 큰 책임감을 느낀 태석은 서울청 미제사건전담반 팀장으로 지원한다. 당시 알 수 없는 이유로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그 사건의 진범을 밝혀냄으로써 임춘석의 양형에 정상참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만약 김동수가 범인이 아니라면 임춘석은 자신의 말을 믿고 무고한 사람을 살해한 게 된다. 그러나 미제사건수사는 경찰 내부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기 어려운 일이다. 유가족에게는 일말의 위안이 되겠지만 결국엔 잘해도 못해도 상처뿐인 영광이다.
수사를 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나는 좀 우려스럽네. 잘못된 수사로 징계를 받았던 사람이 다시 같은 수사를 진행해 이미 죽은 사람을 또 수사한다? 그런데 아직 아이들과 그의 연관성은 확인하지 못했다. 7년이 지났는데도.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어. 그런 잡음 없이 수사를 할 수 있겠나? 김동수라고 결론을 내더라도 담당자가 하 팀장이라면 오해를 살 수 있어. 결론에 의구심을 일으킬 수 있다고. 그래도 하겠나?” _1권, 136~137쪽
태석은 수사 의지를 다지며 네 명의 팀원들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향해 걸음을 뗀다. 그런데 주변인 탐문수사와 과학수사로 드러난 석연찮은 사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선량하고 순박한 임춘석이 정말 김동수를 살해했을까. 그랬다면 그의 주소는 어떻게 알았을까. 왜 유미는 자신이 악마를 죽였다고 자백했을까. 7년 전 김동수를 변호했던 변호사가 지금은 그를 살해한 임춘석을 변호하고 있다는 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드링크제는 어디에서 왔을까. 영상을 뒤로 돌리자 김동수가 들어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 헬멧을 쓴 퀵서비스가 들어와 지배인에게 주고 나가는 장면이 잡혔다.
“친구분이 들어갈 때 술 깨라고 주는 것이라고 하면 알 거라고 했습니다.”
지배인은 퀵을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는 누구일까. 사건에 끼어 있는 제3자가 있다. _1권, 274~275쪽
그사이 7년 전 그때처럼 수사를 방해하려는 보이지 않는 힘이 점점 그의 목을 죄어오고, 태석은 가해자들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복수를 돕는 또 다른 배후가 있음을 알게 되는데…… 법은 과연 그들을 심판할 수 있을까.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작가의 필력과 파격적인 반전이 빛나는 작품이다.
함정 7
위장 27
협박 109
파국 195
복수 273
작가의 말 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