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시적 정취와 헤아릴 수 없는 풍요로움의 소설
나의 아이들 1
원제 Deti Moi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23년 11월 30일 | ISBN 9791167371201
사양 변형판 130x190 · 356쪽 | 가격 18,000원
시리즈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14 | 분야 해외소설
수상/선정 2019 빅북 어워드 수상 · 2021 프랑스 외국소설대상 수상
매혹적인 시적 정취와 헤아릴 수 없는 풍요로움의 소설
“두 문화를 아울렀던 위대한 거장들의 대열에 들어왔다.”_류드밀라 울리츠카야
2019 빅북 어워드 수상 · 2021 프랑스 외국소설대상 수상
2021 메디치 외국문학상 최종후보 · 2021 유럽문학상 후보
세계적인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추천을 받고 “러시아 문학계뿐만 아니라 세계문학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은 디아스포라 문학의 신예 작가 구젤 야히나.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나의 아이들》(전 2권)이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로 출간됐다.
192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러시아의 볼가강 유역 독일 식민지를 배경으로 양국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독일계 러시아인들의 삶을 그린 이 소설은 전작 《줄레이하 눈을 뜨다》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최고 현대문학에 수여하는 ‘빅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후 영미 유럽어권에 번역 출간되면서 메디치 외국문학상 최종후보 및 유럽문학상 후보에 오른 뒤 ‘프랑스 외국소설대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작가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약속된 땅’을 향한 갈구와 좌절
핏빛 어린 정치 현실을 매혹적인 동화로
디아스포라 문학의 새로운 감수성
“나의 아이들이여! 그대들은 이제 러시아의 아들딸이다! 우리의 든든한 날개 아래로 오라! 우리가 그대들을 보호하고 아들딸처럼 보살펴주겠노라!” _1권 31쪽
18세기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대제는 러시아 제국 신민이 되는 동시에 본국의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며 러시아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약속하며 독일인들을 초청한다. 2세기가 흐르고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 이후 볼가 독일 소비에트 공화국이 설립되지만 1941년 독일군의 침공으로 붕괴되고, 그해 9월 볼가 독일인들 43만여 명이 시베리아와 카자흐스탄의 수용소로 강제 이송된다.
독일의 고전 동화는 이 소설의 주요 은유이자 소련 시대의 동화를 이야기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매혹적인 동화가 잔인하고 끔찍하고 피비린내 나는 현실로 다가온다. _작가의 말
볼가강 왼쪽 작은 독일 식민지 마을인 그나덴탈. 교사 바흐의 지극히 평범했던 삶은 볼가강 오른쪽 숲속 외딴집에 사는 클라라와 사랑에 빠지면서 완전히 바뀌게 된다. 클라라의 집에서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는 두 사람만의 삶을 꾸려가는 동안 마을은 러시아 내전과 기근이라는 역사의 파괴적인 변화를 겪고 있었다.
그는 이곳의 변화가 세월의 흐름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전쟁의 상흔에 기인한 것임을 깨달았다. _1권 152쪽
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비켜날 수 없었던 두 사람 역시 비극적인 사건을 겪게 되고, 클라라가 딸 안체를 출산하고 사망한다. 동시에 ‘볼가 독일 소비에트 공화국’이 선포된다. 슬픔에 빠진 바흐는 말을 잃고 죽음을 생각하지만 클라라를 닮은, 결국 자기 자신을 닮아가는 아기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아간다.
시적이고 몽환적인 언어의 마술적 사실주의로
스탈린 시대의 억압적 현실을 묘파한
보편적 깊이의 대서사
볼가 독일 소비에트 공화국에 속하게 된 그나덴탈에 당 지도자로 부임해 온 독일 북서부 광산 출신의 꼽추 호프만은 마을을 변혁해 사회주의 혁명의 과업을 완수하고자 애쓴다. 한편 바흐가 딸 안체에게 줄 염소젖과 식량을 얻기 위해 호프만의 요청에 따라 쓴 100편의 옛날이야기는 기묘하게도 그나덴탈의 현실을 구현하게 된다(“한편 바흐가 쓴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양철 말을 타고 능숙하게 운전하는 트랙터 운전사들을 보면서 트랙터의 측면에 쓰인 ‘난쟁이’라는 검은 글씨가 보일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바흐가 지난주에 호프만에게 가져다준 옛날이야기 역시 〈난쟁이 이야기〉였다. _2권 34쪽
이후 그나덴탈과 그 주변 지역은 ‘난쟁이’ 트랙터 도입과 폐지, 예카테리나 대제 청동상 철거, 광신적이고 모호하며 궁극적으로 비극적인 인물인 호프만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심대한 변화를 겪으며 활로를 모색하다가 스탈린 정권의 박해로 무너져 내리고 만다.
바흐는 이러한 치명적인 격변으로부터 안체를 보호하기 위해 숲속 외딴집에 계속 고립되어 살기를 원하지만, 예기치 않게 떠돌이 바시카가 나타나 함께 살게 되면서 그동안 말을 하지 못했던 안체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친다. 아이들은 새로운 삶을 위해 바흐의 곁을 떠나가게 되고, 그는 그저 계속 사랑할 뿐이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는 자신의 아이들을 사랑할 뿐이었다. 먼발치서 그들을 사랑하는 것. 보지 않고도 사랑하는 것. 자기 목소리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못 듣게 될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 그가 모르는 언어로 말하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 _2권 323쪽
소설에는 ‘지도자’(레닌)와 ‘미래의 지도자’(스탈린)를 묘사하는 몇 개의 장이 삽입되어 있다. 특히 거인으로 묘사된 ‘미래의 지도자’의 포크롭스크(볼가 독일 소비에트 공화국의 수도) 방문 장면이나 소련령 독일 식민지를 놓고 독일 총통(히틀러)과 대결하는 사건을 은유하는 당구 경기 장면, 1930년대 대숙청의 끔찍한 현실과 교차해 보여주는 굶주린 개들을 죽이는 장면 등은 “20세기 가장 거대한 비극에 갇힌 개인”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여실히 드러낸다.
작가는 시적이고 공감각적인 언어로 늦가을에 맺히는 서리부터 봄에 깨지는 얼음까지 계절에 따른 자연의 소리, 맛, 냄새, 색채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동시에 잔인한 현실을 매혹적이고 환상적인 동화로 구현함으로써 마술적 사실주의 경향도 띤다. 이는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인 볼가강의 묘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볼가강은 모든 바람(20세기 초 역사의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 바람)에 개방된 스텝 지역과 숲에 의해 보호되는 산속 세계를 분리하면서 은둔을 허용하는 일종의 화신으로, 역사 속에 사라져간 모든 이들의 기억을 고스란히 보존하는 저장소이기도 하다.
몰랐다면 무엇을 몰랐을까? 이 물이 죽음으로 가득 찼다는 사실을? 아니면 강바닥은 시체로 가득 차고 물은 그들의 피와 죽기 직전에 그들이 내뱉은 저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아니면 반대로 이곳이 생명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넘치는 생명으로 인해 그들이 인생 여정을 끝내고 나서도 마치 살아 있는 것같이 잘 보존돼 있다는 사실을? _2권 401쪽
“러시아의 위대한 소설 전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평가에 걸맞은 이 놀라운 소설은 한 인물의 영웅적인 행동, 한계를 모르는 사랑과 희생에 대한 가슴 아픈 서사시로서, 어두운 절망과 아픔에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위안이 될 것이다.
■ 작가의 말
“독일 볼가 지역의 밝고 독창적이며 살아 숨 쉬는 세계, 한때 이방인이 타국에서 만들어냈지만 지금은 과거에 사라진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위대한 사랑이 우리 마음속에 두려움을 만드는 동시에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 옮긴이의 말
“《나의 아이들》은 먼지가 잔뜩 쌓인 궤짝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이야기이다.”
■ 추천의 말
“두 문화를 아울렀던 위대한 거장들의 대열에 들어왔다.” _류드밀라 울리츠카야(작가)
“구젤 야히나는 러시아 문학계뿐만 아니라 세계문학계에 한 획을 그었다. 이 책은 구성적으로 좀 더 탄탄하다. 오히려 더 강렬하고 흥미진진하고 정직하다.” _옐레나 코스튜코비치(작가, 번역가)
“‘정확한 역사적 이정표’를 통해 위대한 러시아 소설의 전통에 새로운 프레스코화를 그려냈다.” _모드 마비야르(번역가)
“풍요로운 서사시. 스탈린의 잔인한 집단화와 억압의 수십 년과 함께 러시아의 다민족과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감동적인 초상화로 그려냈다.” _〈뉴요커〉
“야히나의 볼가강은 마르케스의 막달레나강과 합쳐진다. 마술은 사실주의보다 우선한다.” _〈월스트리트 저널〉
“민족 기원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 바탕에 금빛 실로 수놓아 재구성한 가슴 아픈 서사시.” _〈일리브리오〉
“러시아의 위대한 소설 전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_〈르피가로〉
“20세기 가장 거대한 비극에 갇힌 개인의 삶에 대한 장엄한 프레스코화.” _〈더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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