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머리 앤이 선사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열 개의 크리스마스!
빨간머리 앤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12월이 되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크리스마스가 무슨 요일이냐"일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은 12월이 되면 한 달 내내 꿈에 부풀어 지내지요.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 목록을 정리하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충분히 즐거울 테니 말입니다.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캐럴과 색색의 꼬마 전등이 반짝이는 나무들, 선물 상자로 가득 채워진 쇼윈도 등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어나게 합니다. 이런 정겨운 풍경 속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는 것은 보다 풍요롭고 따스하고 싶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누구에게나 축복의 날은 아닙니다. 선물은커녕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아이들, 부모님의 품을 그리워하며 쓸쓸히 고아원을 지켜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크리스마스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싫은 날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요즘처럼 고가의 상품이 아이들을 유혹하고, 자기 자식에게만은 최고의 선물을 해주겠다는 부모의 욕심이 자연스러운 시대에는 가난한 아이들의 마음이 더욱 시리겠지요.
우리 아이에게, 행복을 나누고 온정을 베풀 때 느껴지는 따스함을 선물하고 싶다면,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너그러움을 가르치고 싶다면, 흥겨운 분위기에 들떠 있기보다는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 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크리스마스는 단순히 선물 받고, 맛있는 음식 먹고, 놀이 동산에 가서 즐겁게 노는 날이 아닙니다. 평상시 잊고 지내던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고, 가족간의 정을 돈독히 하고, 친구와의 우정을 되짚어 보는 것이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아닐까요?
은행나무 아이들에서는 주근깨 빨간머리 앤과 앤을 탄생시킨 몽고메리가 전하는 크리스마스의 이야기를 통해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1.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희망, 그래서 더욱 빛나는 감동!
『빨간머리 앤』이 출간된 이후, 주근깨투성이의 귀여운 몽상가 앤은 어린이는 물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친구이자 애인이 되었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앤을 가리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래로 가장 매력적인 아가씨”라 칭찬했고, 맥도널드 영국 수상은 “나는 앤을 읽은 뒤 구할 수 있는 한 몽고메리의 모든 작품을 찾아서 읽었다”고 고백할 정도였지요. 그리고 캐나다 총독은 몽고메리에게 "영국이 셰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꾸지 않는 한, 우리 캐나다도 "앤"을 다른 무엇과 절대 바꾸지 않겠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렇듯 앤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과 웃음을 잃지 않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앤만의 특별한 능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나 꿋꿋하고 밝게 살아가는 앤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희망과 용기를 얻었던 것이지요.
『빨간머리 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에서도 앤처럼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물건을 팔아 어린 동생들의 선물을 준비하면서 행복해하는 소녀, 가난하지만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정성껏 선물을 준비하는 소녀, 불우한 환경의 친구들을 크리스마스 만찬에 초대해 기쁨을 함께 나누는 아이들,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친구에게 "몰래 산타클로스"가 되어 주는 소녀들……. 몽고메리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이런 아이들은 언제나 따스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꿈을 찾아가는 사랑스런 아이들입니다.
몽고메리는 『빨간머리 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에서 가난하고 외로운 아이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어떻게 이웃의 아픔을 보듬고, 함께 사랑을 나누며, 서로 잘못을 용서하고 화해하는지를 작지만 소중한 감동으로 담아 내고 있습니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 더욱 청아한 연꽃처럼, 소외된 아이들이 전하는 세상의 아름다움은 우리 가슴에 진한 감동과 긴 여운으로 남을 것입니다.
2. 팬의 사랑으로 50년 만에 되살아난 몽고메리의 신화!
『빨간머리 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에 실린 이야기들은 앤 시리즈의 하나인 「매슈 아저씨의 선물」과 「초록 지붕 집에 온 손님」을 제외하고 모두 몽고메리가 죽은 지 50여년 만에 출간된 국내 미발표 작품들입니다. 오랫동안 시간의 뒤안길에 묻혀 있던 이 이야기들을 우리가 볼 수 있게 된 것은, 순전히 몽고메리의 열성 팬인 레아 윌름스허스트의 덕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난 몽고메리 아주머니의 열렬한 팬이었어요. 아주머니가 쓰신 작품이라면, 『빨간 머리 앤』은 물론이고 안 읽은 책이 없다고 자신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 몽고메리 아주머니의 고향집을 방문했다가 아주 반가운 물건을 발견했지요.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아주머니의 노트였답니다. 놀랍게도 거기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동화가 여러 편 있었습니다. 어린이 잡지에 실렸던 이야기들이었지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동화를 읽는 내내 귓가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서서히 온기를 품는 온돌처럼,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이 오래도록 내 가슴에 자리잡았습니다. 내가 느낀 감동을 앤을 좋아하고 몽고메리 아주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난 3년여 동안 잡지란 잡지를 모조리 뒤져 5백여 편이나 되는 몽고메리 아주머니의 작품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모두 한 번도 책으로 출판된 적이 없는 작품들이었지요.
나는 그 중에서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이야기를 추려 「매슈 아저씨의 선물」, 「초록 지붕 집에 온 손님」과 함께 엮었습니다. 주로 어린이 잡지에 기고한 글들이라 다소 교훈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이야기 속에 드러나지 않게 녹아 있어 그걸 눈치채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 레아 윌름스허스트(Rea Wilmshurst)
레아 윌름스허스트가 찾아낸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은 대체로 『빨간머리 앤』(1904년)과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작품들로, 앤을 그려 냈던 몽고메리의 따스한 필치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50년을 기다려 온 몽고메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다시 한번 앤의 감동과 행복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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