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이것은 인류 역사상 거의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하나의 실험이었습니다.
1845년 3월 한 남자가 빈 몸으로 숲에 들어갔습니다. 메사츄세스주 콩코드 숲의 작은 호숫가에서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 작은 오두막을 지은 후에 그곳에서 2년 2개월 동안 혼자 살았습니다. 그동안 그는 직접 밭을 갈고 먹을 것을 장만했습니다.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철저히 자급자족을 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관찰하면서 그는 글을 썼습니다. 그의 실험은 새로운 깨달음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자신의 신념을 실증적으로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당대의 인류가 고통받는 이유는 물질문명주의에 찌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 자의적이고 자족적인 노동을 직접 실천에 옮겼고 그 결과 근본적인 처방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 처방전을 글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인류는 시적이고 철학적이며 생태학적인 경전을 얻었습니다. 바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입니다.
이승열의 영미문학관, 월든 (1) 중에서…
# 2.
어린이와의 “으이리”를 지켜주신 부처님 덕분에 5월 1일부터 시작된 달콤한 연휴… 긴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재고가 부족해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 책이 한 권 있었으니… 바로 서두에서 소개해드렸던 소로우의 『월든』입니다. 마케터 M군, EBS 라디오 프로그램인 <영미 문학관>에서 4월 28일부터 『월든』이 소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어떤 포맷으로 진행되는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었는데요… 다시 들어보니 매력적인 이승열 씨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림을 주는… 아주 듣기 좋은 방송이더라구요. 현재 영미문학관 홈페이지와 팟캐스트를 통해 다시 들어보실 수 있답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영미문학관 외에 <TV 책을 보다> 라는 프로그램에서도 5월 3일에 『월든』을 다루었더군요. 문학평론가 정여울 씨가 짧은 강연을 하고, 이어 자리에 함께한 다른 이들과 『월든』그리고 소로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M군은 출근하자마자 ‘월든’으로 구글링을 하며 각종 기사와 미디어를 검색하며 블로그 포스팅을 구상하는 동안, 은행나무의 제작담당자 어메이징한 김 C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 3.
법정 스님은 『월든』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이야기 하신 바가 있지요…
월든 호숫가에서 지낸 소로우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간소하게 살라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지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훌륭한 메시지입니다.
많은 분께서 공감하시겠지만, 『월든』을 읽다 보면 참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문명사회에 등을 돌리고 월든 호숫가로 들어가 오두막을 짓고 자급자족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도 그렇지만,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다채롭지요. M군은 소로우가 지은 집의 건축 비용을 정리한 항목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월터 하딩은 『월든』을 다섯 가지 시각을 통해서 바라볼 수 있다고 합니다.
1. 자연에 관한 박물학적 기록
2. 소박한 삶을 권면하는 삶의 지침서
3, 물질주의에 지배되는 현대적인 삶을 비판 – 문명비판적인 시각
4. 탁월한 언어 예술 작품 – 문학작품으로 보아도 훌륭하고 아름답다
5. 정신적 삶의 안내서
하지만 고전을 읽는 방법에 정해진 하나의 길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소로우는 『월든』에서 고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합니다. 혹시 그는 훗날 자신의 저서가 널리 읽힐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고전 작가들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들을 잊어버리자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고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정도의 학문과 천재성을 갖추게 되면 그때 가서 고전을 잊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문화적 유산과, 고전보다도 훨씬 더 역사가 깊고 더 고전적이지만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여러 나라의 경전들이 쌓이게 될 때, …. 그 시대는 진실로 풍요로운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유산의 더미를 딛고서만이 인간은 마침내 하늘에 오를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라 많이 나오기는 합니다만, 19세기를 살았던 소로우 역시 당시 대중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며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왜 우리는 19세기에 살고 있으면서 19세기가 제공하는 이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는가? … 왜 우리는 이왕 신문을 구독할 바엔 가십 기사나 싣는 보스턴의 신문들을 제쳐버리고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신문들을 바로 받아보지 않는가? 이곳 뉴잉글랜드의 신문들, 특히 유아용 죽 같은 <중립적 가정> 신문들을 빨아먹는다든지 <올리브 가지> 같은 신문을 뜯어먹는다든지 하는 일은 제발 그만두자. 모든 학회의 보고서가 우리에게 도착하도록 하자. 그래서 그들이 과연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지 살펴보자.
# 4.
그래서… 이제 다른 책을 한 권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월든 호숫가의 통나무집에서 살던 소로우는 어느 날 구두를 고치러 마을에 갔다가 붙들려 감옥에 수용됩니다. 그는 6년 전부터 인두세 납부를 거부해오고 있었는데, 이는 흑인 노예제도를 용납하고 멕시코 전쟁을 일으킨 정부에 항의하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그의 친척 한 사람이 몰래 세금을 납부하는 바람에 그는 단 하루 동안만 감옥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이 사건은 그로 하여금 개인의 자유에 대립되는 국가 권력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2년 후, 소로우는 이에 대한 강연을 하게 되고 다시 1년이 지나 글로 써서 발표하게 되죠.
이 글은 무관심 속에 방치되다가, 19세기 말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에게 발견되어 그의 정치, 사회 사상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고, 인도의 독립운동을 이끈 간디와 마틴 루터 킹 목사 그리고 ‘씨알사상’으로 잘 알려진 함석헌 선생에게도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다지 길지 않은 글이지만, 전자책 검수를 위해 읽으면서 깊게 공감하기도 했었는데요, 그 중에 유명한 한 구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떠맡을 권리가 있는 나의 유일한 책무는, 어떤 때이고 간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는 일이다.
단체에는 양심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 그러나 양심적인 사람들이 모인 단체는 양심을 가진 단체이다. 법이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정의로운 인간으로 만든 적은 없다. 오히려 법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조차도 매일매일 불의의 하수인이 되고 있다.
고전 두 권을 소개하며 포스팅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저도 예전에 읽었던 책을 뒤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고전은 시대를 초월해서 독자들에게 깊은 가르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이런 제 마음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한 소로우의 글귀를 공유하며, 이번 포스팅은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책에는 어쩌면 우리의 현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들이 들어있을 가능성도 크다. 만약 우리가 이 말들을 정말로 듣고 이해할 수만 있다면 아침이나 봄보다 우리의 삶에 더 큰 활력을 줄 것이며, 우리에게 사물의 새로운 측면을 보여줄지 모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을 읽고 자기 인생의 새로운 기원을 마련했던가!
우리의 기적들을 설명해주고 새로운 기적들을 계시해줄 책이 어쩌면 우리를 위하여 존재할 가능성은 크다. 지금 내가 말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어느 책에 표현되어 있을지 모른다. 우리를 당혹하게 하고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며 우리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문제와 똑같은 문제들이 일찍이 현명한 사람들에게도 제기되었다. 한 문제도 빠짐 없이 말이다. 그리고 이들 현인들은 저마다 이 질문들에 대해 답을 제시했다.
자기 능력에 따라, 또 자기 고유의 언어와 생활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