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인터뷰 ]
독자가 늘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싶도록 만들고 싶다
<비밀 친구> 후속 베스트셀러 <비밀아파트>로 돌아온
엘렌 그레미용 작가 인터뷰
엘렌 그레미용 소설의 힘은 정교한 플롯뿐만 아니라 정밀한 심리분석에 있다.
- 프랑스 언론 누벨옵세르바퇴르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학과 역사를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르 피가로> 기자로 일했으며 광고 및 방송계에서 경력을 쌓아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많은 직업을 거치면서 결국 작가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는?
난 <비밀 아파트>의 전작인 <비밀 친구>를 생일날 쓰기 시작했다. 생일은 흔히 인생을 결산해보기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당시 나는 내게 맞는다고 여겼던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차였다. 교사도 해보고 출판, 광고, 언론 쪽에서 일하기도 했다. 이중 어떤 직업도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았고 난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던 다른 직업을 시도할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바로 책을 쓰는 것.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도 절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롯을 구상하고 이것들을 이야기로 풀어보자, 잘 되면 좋고 만일 해내지 못한다면 그땐 글쓰기에 대한 오랜 환상을 영원히 묻어버리고 다른 일로 넘어가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나의 도전은 다행스럽게도 성공했고, 현재 <비밀친구>는 30개에 가까운 언어로 번역되었다. 기막힌 성공이다.
<비밀친구>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고, 당신의 두 번째 소설 <비밀아파트>도 실제 역사, 즉 1976~1983년에 아르헨티나를 지배했던 독재가 배경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글을 쓸 때 난 두 가지를 생각한다. 우선은 독자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독자들이 책을 통해 그들에게 영원히 남는, 그들의 지식이나 문화의 일부가 될 수 있는 무언가를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난 문학과 역사를 전공했고 이 두 가지 요소를 혼합하는 것이 좋다. <비밀친구>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을 선택한 이유는 이 소설의 플롯을 한층 돋보이게 해줄 시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밀친구>의 인물들은 전쟁 자체보다는 이 혼란스런 시대를 살아가는 자신들의 개인적 갈등에 골몰하고, 바로 이 부분이 <비밀친구>가 여타 역사소설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여기서 역사는 단지 ‘배경’일 뿐이다.
한 편, <비밀 아파트>의 경우에는 프랑스 군부독재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비밀 아파트>를 위해서는 머릿속에 두 가지 생각이 자리해 있었다. 정신분석의 세계를 다룬 이야기를 쓰자는 것(더 정확히는 정신과 진료 장면을 극 전개에 적극 활용하기), 그리고 ‘사랑의 질투’에 정면으로 접근해보자는 것(최대한 상세하게 묘사하기). 요컨대 사랑의 질투와 정신분석, 이것들이 이 소설의 전제였다. 여기서부터 나는 관련 자료를 읽어나갔다. 읽고 읽고 또 읽는, 끝도 없는 독서가 이어졌다. 마침내 영감이 날개를 달고 날아올라 이야기를 쓸 수 있게 해줄 문장 하나, 정보 하나를 찾아내기 위해. 시동 장치가 될 소재를 건지기 위해 내 눈앞에 펼쳐진 페이지가 오직 두 문장으로 축약되었다. 첫 번째 문장은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인구수 대비 정신과 의사 수가 상당하다는 내용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주민 50명당 1명이 정신과 의사였다. 두 번째 문장은 이 수치가 군부독재 기간에도 줄어들지 않았음을 보고하고 있었다.
<비밀 아파트> 집필을 시작하기 전, 소설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의 군부독재시기와 관련해서 어떤 생각이 떠올랐나?
우선 ‘정신분석 치료’가 성행하는 사회라고 해도 그다지 균형 잡힌 사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재정권이 아르헨티나에 들어서는 것을 막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것은 또한 당시 그곳에서는 학살자들도 정신과 진료를 받았음을 의미했다. 무엇보다 7년 가까이 지속된 이 독재는 그 명칭도 확실한 법으로 끝을 맺었다. ‘최종 기소 중지법’. 지극히 예외적인 이 법률은 자, 여기서 모든 것을 끝내자, 민주주의를 되찾았으니 이제 각자 집으로 돌아가 학살자든 희생자든(독재정권하에 이미 3만 명 남짓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 채로) 그 누구도 심판하지 말자, 라는 내용이었다. 이 법으로 인해 이 암흑의 7년이 수년, 아니 수십 년 세월 동안 결코 청산되지 못했으며, 학살자와 희생자는 똑같은 민간인으로 한데 어울려 살아가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 길에서 누군가와 마주치더라도 이 행인 뒤에 누가 숨어 있는지 결코 알지 못하게 된 채.
스티븐 호킹은 픽션의 주된 목적은 독자를 몰입시키는 것이라고 말했고, 당신은 스스로를 플롯의 작가라고 말했다. 또한 당신의 소설은 서프라이즈와 반전이 가득하고, 당신은 번역자들에게 소설과 등장인물들을 부연 설명하는 스타일 지침서까지 제공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은 무엇보다 독자를 중요시하기 때문인가?
난 글을 쓸 때 항상 독자를 염두에 둔다, 특히 독자가 지루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스펜스’ 소설을 쓰는 것이 좋다. 독자가 늘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비밀친구>는 영화화될 예정이고 당신이 시나리오를 집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제작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나?
영화 <비밀친구>는 현재 제작 중이다. 하지만 결국 시나리오는 내가 쓰지 않기로 했다. 이미 쓴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미 모든 걸 말했는데 거기에 한 마디 또 얹는 것과 같다고 할까. 그렇게 되면 절대 적절한 톤을 낼 수 없을 것이다. 난 그보다는 다른 누군가가 이 이야기를 배신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새로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걸 보고 싶다.
한국영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당신 눈에 비쳐진 한국영화는 어떤 모습인가?
한국영화는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중 하나다. 내가 영화에서 즐거워하고 중요시하는 두 가지 기본요소를 전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플롯 감각과 견딜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미장센이 그것이다. 난 한국영화가 정말 정말 좋다. 프랑스에서 개봉하는 한국영화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프랑스 식으로 표현하면 ‘귀여운 죄악(차마 자제하지 못하는 중독성 강한 무엇. 주로 디저트 류의 달달한 음식에 대한 무한애정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이라고 할까. 열정 말이다.
“난 일단 책에 빠져들면 손에서 놓지 못하니까. 이 몰입이야말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감정 중의 하나다.”
엘렌 그레미용은 책을 읽다가 그저 그렇거나 책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없으면 멈추고 다른 책으로 넘어간다고 해요. 때로 여러 권을 동시에 읽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이중 어느 것도 그녀를 충분히 몰입시키지 못했다는 뜻이라고요. JIN양도 종종 독서에 흠뻑 빠지면 주변의 소음과 공간이 가려지는 극도의 ‘몰입’의 순간을 겪는데요, 정~말 좋아요! 그렇게 몰입한 저 자신의 모습이ㅎㅎㅎㅎ엘렌 그레미용도 이 독서의 몰입 순간을 제일 좋아해서 그런지, 역시나 그녀의 작품인 <비밀 아파트> 또한 한번 읽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없…어요ㅜㅜ 소설의 맨 마지막에 가서야 왜 제목이 ‘비밀 아파트’인지 알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