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내게 휴식이었고, 삶을 버팅기게 하는 피난처였다-<노래는 누가 듣는가> 이동효 작가

[작가 인터뷰]

“노래는 내게 휴식이었고, 삶을 버팅기게 하는 피난처였다…”

1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노래는 누가 듣는가> 이동효 작가 인터뷰

이동효의 《노래는 누가 듣는가》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미덕은 부드러움이다.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으라고 억지로 강요하지 않고 과거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아 여유롭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깊고 높은 곳에 다녀온 적이 있는 견자(見者)로서의 눈길과 솜씨가 느껴진다

_성석제(소설가)

                                                                
이동효_프로필_1800
제1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동효 작가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다가 수상 통보를 받았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한동안 멍한 채 있다가 곧바로 막걸리를 한 병 시켰다20여 년 만의 당선 소식이었다술맛을 느낄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잔을 채우고 비웠다
《노래는 누가 듣는가》는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며 언어장애를 갖게 된 한 인물이 상처와 분노두려움과 죄의식을 노래를 통해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우리 시대 폭력의 문제는 물론개인의 구원까지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상처받은 주인공이 세상의 폭력과 비겁함에 맞서 단련되어가는 과정그 고통스러운 통과제의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소설가 박범신성석제김인숙문학평론가 김형중 등 4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형식과 수사를 압도하는 작가의 진정성과 인생을 대하는 신인의 뚝심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노래는_누가_듣는가_입체_이미지(띠지_포함)

수상 통보를 받았을 때의 느낌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한동안 좀 멍한 느낌이었다그때가 점심때라 친구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당장 막걸리를 시켰다급하게 정신없이 마셨는데술맛을 잘 느끼지도 못했다반시간쯤 지나서야 가족이며 주변 지인들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생애 이력과 소설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하여……

서울에서 태어나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어릴 때는 부끄러움이 심하고 말도 더듬어서 친구가 거의 없었다그냥 혼자 겉돌았을 뿐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다대학시절에도 문학에는 거의 뜻이 없었다경제학 책을 읽으면 경제를 알고철학 책을 읽으면 철학을 아는데 도대체 사람들이 소설은 왜 읽나 싶었다그런데 군에서 제대하고 우연히 이문구 선생의 《관촌수필》을 읽으면서 소설 읽는 맛에 흠뻑 빠졌다부모님 두 분이 충청도 분이고 친가 외가 친척들도 다 충청도라 어릴 때부터 충청도 사투리가 익숙했다소설 속 대화들이 정말이지 옆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걸로 들렸다소설 속 인물들이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 있을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처음 느꼈다.

    

습작기에 대하여……

소설 습작은 대학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조그만 출판사를 6개월 정도 다니다가 때려치우고는 소설만을 쓰겠다고 다짐했다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을 노릇이다변변한 습작 한번 하지도 않은 상태여서 도대체 내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는데 그런 일을 저질렀다그런데 처음 투고한 소설이 문예지에 최종심으로 언급되면서난 정말 대단한 작가가 되려나보다 오랫동안 착각에 빠져 살았다직장에 들어가도 오래 있지 못했다한참 기고만장할 때라 아이고내가 이런 하찮은 일을 할 때가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충동적으로 때려치우기 일쑤였다그러나 등단은 계속 요원했고지쳐갔다마흔 줄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정신세계에 빠져 그쪽 책들만 탐독했다글이야말로 자기 허영의 극치 아니더냐이런 합리화를 하면서 부러 소설과 거리를 두기도 했다그러다가 3년 전부터 다시 절치부심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인간인 이상나와 너라는 의식이 있고에고라는 게 있는 이상정신세계를 통해 어떤 경지를 간다는 게 너무나도 지난한나에겐 꿈같은 일로 여겨졌다매일 이를 닦는 것처럼 날마다 삼십 분 정도만 절을 하자이런 다짐으로 그쪽 세계와는 거리를 두겠노라 마음먹었다소설 쓰는 것으로 지상에 귀환해도 누구 하나 반겨주지 않았는데 이번 수상이야말로 큰 힘이 될 것 같다.

* 제1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시상식장에서. 왼쪽부터 박범신 소설가 겸 심사위원장, 이동효 소설가, 황명선 논산시장. 

* 제1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시상식장에서. 왼쪽부터 박범신 소설가 겸 심사위원장, 이동효 소설가, 황명선 논산시장.

노래는 누가 듣는가는 어떤 작품인가?

일종의 성장소설이다그리고 한 인간의 내면에서 비롯되는 분노와 두려움 죄의식 그리고 이를 극복해 나아가는 이야기다태어난 이후로 인간에게 사회화가 시작되면서 마음에 응어리가 생기는 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분노나 두려움은 밖에서 오지만어느 때는 이게 관성처럼 우리 삶을 이끌어간다는 생각이다밥 때가 되었다고 배가 고프지 않아도 밥을 먹는 것처럼인간은 두렵지 않은 상황에서도 조건반사처럼 두려움을 느끼지 않나소설에 등장하는 귀신도 내면에 쌓인 이런 두려움이나 분노를 상징한다거창한 깨달음까지는 못 가더라도한 개인으로 보자면 살면서 쌓인 내면의 어두움을 노래로 해소하는이런 식의 구원도 있을 수는 있지 않겠는가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작품 구상 집필 기간에 대해서…… 주인공을 말더듬이알코올중독자로 설정한 이유는?

 2008년부터 5년 동안 구상과 집필을 거듭하며 초고를 완성했다그 시절 몇 번 투고했지만 떨어지고 난 뒤엔 그냥 묵혀놨다그러다가 야 이건 정말 네 소설이야한번 고쳐보라니까함께 습작기를 보낸 절친의 말을 듣고 용기를 냈다작년에 본격적으로 달려들어 두 번 정도 개작을 했다.

 말더듬은 어릴 때의 경험도 있고 해서 그리기가 편했다그래서 말더듬의 부침을 통해 소설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으로 삼고 싶었다아울러 소설 속 긴장을 유지하려면 주인공이 원하는 강렬한 꿈이나 바람예컨대 여기서는 말더듬의 극복 같은 게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하여 당연히 화자는 술과 연관이 있어야 했다말더듬이는 자기감정의 표현에 서툴 수밖에 없기에 그러다보면 술을 통해 감정발산을 하기가 쉬우리란 생각이 들어서다또한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개인의 구원을 다루고 싶었기에주인공을 알코올에 탐닉하는 그런 인물로 형상화했다.

 

상금은 어떻게 쓸 계획인가앞으로 쓰고 싶은 소설또는 문학적 포부에 대하여……

이야기가 풍부한 소설을 좋아한다소설이란 결국 이야기를 통해 읽는 사람을 취하고 감동케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소재의 제한은 두지 않되 생동감 있는 속도감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덧붙여 우리글의 가락을 살려 리듬감은 물론 해학적인 문체를 구사하고 싶기도 하다.

상금을 타면 우선 성능 좋은 노트북을 사고 싶다그간 빌붙은 적이 많아서 주변에 밥도 사고 술도 사야 할 것 같다내년 1월이면 전세 만기라 거기에도 보태야 할 것 같고상금은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여기에 써라 저기에 써라 상금 스스로가 친절히 알려줄 것 같다.(웃음)

거창한 깨달음까지는 못 가더라도한 개인이 살면서 쌓아온 내면의 어두움을 어떻게든 해소해 보이고 싶었다한 인간으로 보자면 이런 식의 정화도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_‘작가의 말에서

상처의 현絃을 퉁겨 부르는 서늘한 인생과 뜨거운 고독의 노래
분류 국내소설 | 출간일 2015년 4월 9일
사양 변형판 150x210 · 240쪽 | 가격 12,000원 | ISBN 9788956608549
이동효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에는 지나치게 수줍고 내성적이어서 오로지 헤드폰만 끼고 살았다. 인하대학교 철학과에 다니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사회현실에 고민하면서 그나마 친구들이 조금 생겼다. 소설은 대학 졸업 후부터 본격적으로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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