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노래는 내게 휴식이었고, 삶을 버팅기게 하는 피난처였다…”
제1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노래는 누가 듣는가> 이동효 작가 인터뷰
이동효의 《노래는 누가 듣는가》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미덕은 부드러움이다.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으라고 억지로 강요하지 않고 과거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아 여유롭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깊고 높은 곳에 다녀온 적이 있는 견자(見者)로서의 눈길과 솜씨가 느껴진다.
_성석제(소설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한동안 좀 멍한 느낌이었다. 그때가 점심때라 친구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당장 막걸리를 시켰다. 급하게 정신없이 마셨는데, 술맛을 잘 느끼지도 못했다. 반시간쯤 지나서야 가족이며 주변 지인들,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생애 이력과 소설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하여……
서울에서 태어나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어릴 때는 부끄러움이 심하고 말도 더듬어서 친구가 거의 없었다. 그냥 혼자 겉돌았을 뿐,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다. 대학시절에도 문학에는 거의 뜻이 없었다. 경제학 책을 읽으면 경제를 알고, 철학 책을 읽으면 철학을 아는데 도대체 사람들이 소설은 왜 읽나 싶었다. 그런데 군에서 제대하고 우연히 이문구 선생의 《관촌수필》을 읽으면서 소설 읽는 맛에 흠뻑 빠졌다. 부모님 두 분이 충청도 분이고 친가 외가 친척들도 다 충청도라 어릴 때부터 충청도 사투리가 익숙했다. 소설 속 대화들이 정말이지 옆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걸로 들렸다. 소설 속 인물들이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 있을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처음 느꼈다.
습작기에 대하여……
소설 습작은 대학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조그만 출판사를 6개월 정도 다니다가 때려치우고는 소설만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을 노릇이다. 변변한 습작 한번 하지도 않은 상태여서 도대체 내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는데 그런 일을 저질렀다. 그런데 처음 투고한 소설이 문예지에 최종심으로 언급되면서, 난 정말 대단한 작가가 되려나보다 오랫동안 착각에 빠져 살았다. 직장에 들어가도 오래 있지 못했다. 한참 기고만장할 때라 아이고, 내가 이런 하찮은 일을 할 때가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충동적으로 때려치우기 일쑤였다. 그러나 등단은 계속 요원했고, 지쳐갔다. 마흔 줄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정신세계에 빠져 그쪽 책들만 탐독했다. 글이야말로 자기 허영의 극치 아니더냐, 이런 합리화를 하면서 부러 소설과 거리를 두기도 했다. 그러다가 3년 전부터 다시 절치부심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인간인 이상, 나와 너라는 의식이 있고, 에고라는 게 있는 이상, 정신세계를 통해 어떤 경지를 간다는 게 너무나도 지난한, 나에겐 꿈같은 일로 여겨졌다. 매일 이를 닦는 것처럼 날마다 삼십 분 정도만 절을 하자. 이런 다짐으로 그쪽 세계와는 거리를 두겠노라 마음먹었다. 소설 쓰는 것으로 지상에 귀환해도 누구 하나 반겨주지 않았는데 이번 수상이야말로 큰 힘이 될 것 같다.
《노래는 누가 듣는가》는 어떤 작품인가?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그리고 한 인간의 내면에서 비롯되는 분노와 두려움 죄의식 그리고 이를 극복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태어난 이후로 인간에게 사회화가 시작되면서 마음에 응어리가 생기는 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분노나 두려움은 밖에서 오지만, 어느 때는 이게 관성처럼 우리 삶을 이끌어간다는 생각이다. 밥 때가 되었다고 배가 고프지 않아도 밥을 먹는 것처럼, 인간은 두렵지 않은 상황에서도 조건반사처럼 두려움을 느끼지 않나. 소설에 등장하는 귀신도 내면에 쌓인 이런 두려움이나 분노를 상징한다. 거창한 깨달음까지는 못 가더라도, 한 개인으로 보자면 살면서 쌓인 내면의 어두움을 노래로 해소하는, 이런 식의 구원도 있을 수는 있지 않겠는가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작품 구상 집필 기간에 대해서…… 주인공을 말더듬이, 알코올중독자로 설정한 이유는?
2008년부터 5년 동안 구상과 집필을 거듭하며 초고를 완성했다. 그 시절 몇 번 투고했지만 떨어지고 난 뒤엔 그냥 묵혀놨다. 그러다가 야 이건 정말 네 소설이야, 한번 고쳐보라니까, 함께 습작기를 보낸 절친의 말을 듣고 용기를 냈다. 작년에 본격적으로 달려들어 두 번 정도 개작을 했다.
말더듬은 어릴 때의 경험도 있고 해서 그리기가 편했다. 그래서 말더듬의 부침을 통해 소설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으로 삼고 싶었다. 아울러 소설 속 긴장을 유지하려면 주인공이 원하는 강렬한 꿈이나 바람, 예컨대 여기서는 말더듬의 극복 같은 게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여 당연히 화자는 술과 연관이 있어야 했다. 말더듬이는 자기감정의 표현에 서툴 수밖에 없기에 그러다보면 술을 통해 감정발산을 하기가 쉬우리란 생각이 들어서다. 또한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개인의 구원을 다루고 싶었기에, 주인공을 알코올에 탐닉하는 그런 인물로 형상화했다.
상금은 어떻게 쓸 계획인가. 앞으로 쓰고 싶은 소설, 또는 문학적 포부에 대하여……
이야기가 풍부한 소설을 좋아한다. 소설이란 결국 이야기를 통해 읽는 사람을 취하고 감동케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소재의 제한은 두지 않되 생동감 있는 속도감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덧붙여 우리글의 가락을 살려 리듬감은 물론 해학적인 문체를 구사하고 싶기도 하다.
상금을 타면 우선 성능 좋은 노트북을 사고 싶다. 그간 빌붙은 적이 많아서 주변에 밥도 사고 술도 사야 할 것 같다. 내년 1월이면 전세 만기라 거기에도 보태야 할 것 같고. 상금은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여기에 써라 저기에 써라 상금 스스로가 친절히 알려줄 것 같다.(웃음)
거창한 깨달음까지는 못 가더라도, 한 개인이 살면서 쌓아온 내면의 어두움을 어떻게든 해소해 보이고 싶었다. 한 인간으로 보자면 이런 식의 정화도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_‘작가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