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면 무리에게 말을 한다기보다 누군가의 귀에 대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낀다.”
11년 만에 소설 <황금방울새>를 선보인 천재 작가 도나 타트 인터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45주간 올랐고, 32개국 번역 출간, 2014 퓰리처상을 받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 책, 《황금방울새》. 은행나무 내에서는 “황방”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데요, 그동안 작품 소개 및 줄거리, 명문장 등을 소개해드렸지만, 작가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하지 않아서 작가의 정체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계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황방”만큼이나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작가 ‘도나 타트’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아무나 소화 못한다는) 단정한 단발 머리, 매니시한 패션을 고수하는 도나 타트의 겉모습에서 풍기는 분위기만큼이나 그녀의 작품 세계도 비범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녀는 첫 작품 『비밀의 계절』을 내놓으며 19세기 문학에 비견할 만한 유려한 문체와 정교한 서사 구조, 광범위하게 펼쳐진 지적 유희로 평단과 독자 모두를 사로잡았습니다. ‘천재 작가’라는 수식을 안겨준 데뷔작에 이어 10년 만에 출간한 『작은 친구』로 WH 스미스상을, 이후 11년 만에 선보인 『황금방울새』로 2014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죠.
작품의 인기와 더불어 11년을 침묵한 작가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져 <타임>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고, 패션 디자이너 케이트 실베스터는 그녀의 매니시한 패션에서 영감을 받아 ‘타트’라는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와우…’스타’ 작가 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녀와 만나보실까요?
*아래는 2013년 10월, 굿리즈와 도나 타트의 인터뷰 중 일부입니다.
- 예술의 뒷골목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어떻게 작품의 소재로 삼게 되었는가?
어려운 질문이다. 이 책의 시작은 내가 암스테르담에 한참 머물던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예술 범죄와 관련된 특정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 암스테르담과 뉴욕의 어두운 분위기에 더 관심이 있었다. 예술은 그 두 도시의 연결고리였던 셈이다. 기억해보면, 예술 세계를 소재로 삼기로 한 건 의식적인 결정이라기보다 유기적으로 떠오른 게 아닌가 싶다. 2001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바미안의 귀중한 부처상을 파괴했을 때 화가 났는데, 물론 그 일이 예술의 맥락에서 범죄에 대해 쓰고자 하는 내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말할 수야 없겠지만, 실제 그렇다는 건 내가 알고 있듯이 말이다.
- 《비밀의 계절》에서와 마찬가지로, 『황금방울새』에서도 약간 거만한 엘리트들, 부유층의 세계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무엇이 이 특정 문화를 이야기의 배경으로 삼도록 했는가?
글쎄, 이런 환경이 표면적으로 매력적이고 때때로 현혹적인 면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시오가 들어가게 되는 다른 세상들과 아주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는 생각이다. 나는 감정의 폭을 넓게 다루는 대작들은 물론 세련된 것부터 거친 것까지 사회문화적으로도 폭 넓게 다룬 대작들을 좋아한다. 시오는 실제 그의 세계가 아닌 여러 세계를 드나든다. 미술품상, 마약상, 상류사회에서 밑바닥사회,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것들을 말이다. 이 소설의 많은 부분이 고아가 된 그가 어려운 환경들(특권과 궁핍, 상류층 아이들과 거리의 아이들, 부유함과 빈곤) 사이를 어떻게 수월하게 오갈지 배우는 것에 관한 것이다. 《비밀의 계절》에서도 분명히 나타나지만, 부유하고 교육받고, 겉으로 훌륭한 세계가 반드시 도덕적인 세계는 아니다. 밖에서 볼 때 매력적이고 훌륭한 것은 종종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 《비밀의 계절》은 특히 열정적인 지지자들을 얻었는데, 그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작업을 하면서 부담을 느끼진 않았는가?
《비밀의 계절》을 쓰면서, 그렇게 호응을 얻을 거라는 기대를 하진 못했다. 감동적인 놀라움이었고, 아주 기뻤지만, 각각의 책은 각각의 책이며, 내가 애초에 예상치 못했던 것과 겨루거나 경쟁하려는 부담을 느껴본 적은 없다. 내가 정말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많은 수로부터 호응을 얻는 것보다는 사람들 개개인에게 깊이 다가가는 일이다. 독자들은 나에게 단칭명제와 같다. 한 권의 책은 언제나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말을 하는 것이다. 글을 쓸 때면 무리에게 말을 한다기보다 누군가의 귀에 대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낀다.
- 소설을 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은 11년이 걸렸는데, 어떻게 그 오랜 시간동안 집중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이야기에 전념할 수 있는가?
글쎄, 여행을 할 때 어떤 한 곳에 가서 한동안 머물며 충분히 아는 게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좋다. 소설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산만해지고 혼란스러워지는 여러 가지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멈추는 것보다 큰 작품에 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무언가 오래 쓰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 그러니 비교적 규모가 큰 작품에 집중력을 잃지 않기가 때때로 어렵긴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한 가지 이야기와 일군의 캐릭터에 흥미를 유지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들을 거듭 시작하고, 새로이 집중해야 하는 것보다 내게는 여전히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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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부터 도나 타트까지…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소중한 작품을 소개해 주다닛. 은행나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