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힐링팔이는 그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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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힐링팔이는 그만합시다!

박사 2기 때의 크리스마스 때였다. 나는 오래된 친구 몇과 함께 어머니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간단히 맥주를 마셨다. 10년 넘게 만나는 친구들이 함께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는 기꺼이 따듯한 밥을 지어주시곤 했다.

S는 은행 정규직이 되었고, Y는 디자인 회사에 자리를 잡았고, T는 벤처 회사에서 살아남았고, D는 사법 연수원에 있었다. 어머니는 친구들의 권유로 동석해 맥주를 몇 잔 드시고 내게 “휴, 이 할 일 없는 놈…”하고 나가셨다.

어느 대학원생의 부모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아들이 언젠가는 교수가 될 것을 믿는다. “노력하면 되는 거 아니니?”

언젠가부터 많은 ‘힐링 전도사’들은 ‘꿈’, ‘도전’, ‘열정’과 같은 단어들을 청년의 미덕으로 제시한다. 듣기엔 참 좋은 말이다. 그런데 이들이 구축한 ‘청년론’은 젊은 세대들의 아픔을 그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규정하기에 문제가 된다. 이 마법의 논리를 구성하는 핵심은 바로 ‘노력’이다.

취직하지 못하는 것, 연애하지 못하는 것, 그 어떤 모든 것들이 기성세대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귀결된다. 이것은 청년세대를 위한 위안이나 동기부여가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들여다볼 여지를 주지 않는다. 기성세대는 스스로의 역할을 뒤돌아보는 대신 그저 청년의 노력을 심사하는 엄격한 평가자가 된다.

결국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시대적 계발의 논리는 기성세대를 위한 것도, 청년 세대를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의 세대 갈등을 더욱 심화하고 있을 뿐이다.

_출처: 309동1201호,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8090 지식 노동자가 직접 말하는 공감 100% 우리 청춘 분투기
분류 비소설,정치/사회 | 출간일 2015년 11월 6일
사양 변형판 146x216 · 244쪽 | 가격 12,000원 | ISBN 9788956609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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