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 원 세대보다 더 힘들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까
출신 대학교에서 일주일에 4학점의 인문학 강의를 하고, 한 달에 80만 원을 번다. 그나마도 방학엔 강의가 없다. 70만 원 곱하기 여덟 달, 560만 원이 내 연봉이다.
박사 수료 때까지 꼬박 받은 학자금 대출에서 한 달에 20만 원 정도를 떼어 가고, 이런저런 대출금 상환과 공과금을 더하면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10만 원. 이걸로 남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신용 등급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 지 오래다. 전화가 오면 앞자리가 ’02-1588′로 시작하는지 확인한 후 전화기를 돌려놓는다. 밀린 카드 대금을 독촉하는 전화일 것이다.
이런 생활이 몇 년째고,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학생들에겐 허울 좋은 젊은 교수님이다. 그들은 내가 88만 원 세대보다 더 힘들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까.
_출처: 309동1201호,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