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단팥 인생 이야기> 편집후기_도라야키, 제가 한번 만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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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저는 9,10월에 가장 착했던 것 같습니다. 잔인한 책만 하다가 벚꽃 흩날리는 소설 ‘앙’을 하고 있자니, 마음이 저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로 유연해졌습니다. 지금은 다시 ‘악마’와 ‘피’가 나오는 책을 하고 있어서 미간에 주름이 펴지질 않아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출간이 많이 밀려 저번 주에야 ‘앙’이 독자분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제야 후기를 쓰면서 다시금 책을 펼쳐드니, 또 따뜻해집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후기로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직접 도라야키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엄청 못 만들어서 웃기는 거였는데, 결과물이 어중간하네요. 난감합니다. 그래도 공유하고 싶어서, 포스팅을 강행합니다. 그럼 시작.


#재료

​팥, 설탕, 박력분, 베이킹파우더, 계란
(팥 좋은 거 쓰세요, 중력분을 썼더니 빵이 질기네요.)

#팥 불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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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의 양은 한 번에 2킬로를 기준으로 정했다. 하룻밤 물에 담가두면 무게가 배로 늘어나 4킬로를 넘어선다. 이걸 삶은 후에 설탕 시럽을 팥 중량 대비 70퍼센트 정도 넣고 끓인다. 그러면 단팥의 총량이 7킬로에서 약간 모자라게 나온다.

#팥 삶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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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어오를 것 같으면 곧 찬물을 끼얹는다.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한 후에 팥을 체에 옮기면서 물을 버린다. 다시 팥을 냄비에 넣고 이번엔 미온수에 담근다. 떫은맛을 없애기 위한 작업이라고 한다. 팥의 떫은맛이 이때 씻겨 나간다. 그런 다음에 약한 불에 올리고 뭉근하게 끓이면서 팥이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나무 주걱으로 젓는다. 도쿠에는 이 모든 단계에 수증기를 얼굴에 쐬듯 가까이서 들여다보았다.

#팥에 시럽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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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부터는 센타로의 손으로 해보기로 했다. 우선 삶은 팥에 단맛을 주기 위한 시럽 만들기다. 쓰던 냄비에 2리터의 물을 붓고 끓인다. 거기에 2킬로 반의 설탕을 넣고 녹인다.

*저는 집에 조청이 많이 남아서 조청을 썼습니다만, 쓰지 마세요. 팥의 향이 안 느껴져요. 그리고 도쿠에는 팥이 다 익었을 때 물에 헹구고 체에 건져 물기를 빼준 다음에 시럽을 넣는데요, 제가 이 단계에서 물기를 대충 뺐더니 조청을 넣고도 너무 안 졸아서 국물(?)을 결국 계속 버렸습니다. 이때부터 망한 느낌 가득하더니, 그 결과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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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야 하는데 이렇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보면 이 정도는 아닌데 제 카메라가 색깔을 잘 못 잡는다고 주절주절.

#도라야키 빵 만들기

반죽은 세 가지 재료를 똑같은 양으로 섞는 정통 방법으로 만들었다. 전 주인이 살아 있을 때 유일하게 가르쳐준 기술이 이것이다. 달걀, 정제당, 박력분. 이 세 가지를 그램 단위로 똑같이 배합하여 반죽한다. 베이킹파우더와 미림을 약간 넣거나 물을 넣어 점도를 조절하긴 하지만, 이 배분은 1년 내내 똑같았다. 어떠한 타협도 없이 단순명쾌하다. 익숙해지면 누구라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구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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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제, 제가 증명하였습니다..

#완서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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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완성한 도라야키입니다. 완성해놓고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맛이 있어서 웃음이 났습니다. 센타로의 감정이 느껴져서 코끝이 찡해졌다가, 부엌 치울 생각에 눈물이 아주 쏙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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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도쿠에도 좋지만, 저는 센타로에게 더 정이 들었습니다. 센타로라는 인물은 참으로 괜찮은 사람입니다. 편견 없이 사람들 대할 줄 아는 사람이고 책임감도 있고 의리도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직접 빵을 만들어보니 빵도 정말 잘 만드는 사람이었네요. 그런데도 왜 자신을 하찮게 생각할까 싶었는데, 아마도 그런 의문 자체가 저자가 독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겠지요. 지금 읽고 있는 당신도 그렇다, 당신 충분히 잘 살고 있는데.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면 ‘여기 빵은 괜찮은데 단팥이 별로더라’라는 도쿠에의 말에서도 남다른 온기가 느껴집니다. 소설 내내 도쿠에 말고는 누구도 이야기해주지 않았지만 저도 ‘센타로 씨, 빵 진짜 잘 만드시네요’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이 문단은 굉장히 진지하게 썼지만, 제 결과물들과 같이 보면 이곳이 바로 이번 제 포스팅의 웃음밭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힘이 되는 소설입니다.

앙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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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해외소설 | 출간일 2015년 11월 18일
사양 변형판 122x188 · 248쪽 | 가격 12,000원 | ISBN 9788956609416
두리안 스케가와
1962년 도쿄에서 태어났고, 와세다 대학교 제1문학부 동양철학과를 졸업했다. 본명은 스케가와 데쓰야이다. 스스로 ‘이야기를 짓고 시를 노래하는 광대’라고 칭하며 소설가, 시인, 가수 등으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1994년 ‘외치는 시인의 모임’이라는 록밴드로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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