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공식 컬러링북이 나왔습니다. 원서를 출간한 밴텀 출판사는 왕좌의 게임 지도책 등 얼불노 연관 도서들을 선보여 왔습니다. 시리즈의 인기에 편승한다기보다 한 발 더 나아가 기획으로 뛰어난 함량을 보여주는 책들입니다. 이번 컬러링북 역시 ‘공식’을 앞에 단 만큼 단단히 기획한 책으로 다섯 명의 저명한 그림 작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저희 책에는 날개가 없어요, 그 탓에 작가들을 표지로 끌어내 좀 더 설명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그리하여 이번 후기는 작가들 소개로 대신합니다.
이본 길버트
출처: http://www.fairyroom.ru/?p=27
표지를 장식한 세르세이를 그린 이본 길버트는 고전 동화를 고풍스럽고 화려하게 재현한 그림들로 잘 알려진 영국 화가입니다. 제 마음대로; 대표작은 《백조왕자》입니다. 위 그림을 보는 순간 《백조왕자》의 내용이 머릿속에 확 피어오르면서, 어린 날 내가 이 이야기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생각이 났고, 렛잇고를 주야장천 부르던 앞집 꼬마 아이를 뒤늦게 용서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 중에는 1980년대 명반 중 하나인 ‘프랭키 고즈 투 할리우드’의 싱글 <릴렉스> 커버가 유명합니다. 원래 그 그림은 이본 길버트가 남성 잡지 기사를 위해 그린 것으로, 그녀와 친구였던 밴드 멤버 홀리 존슨이 녹음을 끝내고 이 그림을 바로 떠올려 재킷에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 노래는 그 파격적인 가사와 파격적인 재킷 이미지로 크게 논란이 되었고 또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존 하우
출처: http://fantasy.mrugala.net/John%20Howe/index.php?page=2
존 하우는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수석 콘셉트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입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 《반지의 제왕》을 포함한 톨킨의 여러 책들과 보드게임, 지도 등을 그려 톨킨의 세계는 그의 그림으로 기억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존 하우 역시 동화책의 삽화를 그린 적이 있는데요, 그림 형제의 ‘어부와 욕심쟁이 아내’입니다. 국내에도 그의 그림이 담긴 판본이 출간된 바 있습니다. 사실 이번 컬러링 책에서 이 분의 그림이 색을 칠하기가 가장 어려워요. 아마존 독자 서평에서 ‘이미 완벽한 그림에 색을 어떻게 칠하겠느냐’는 볼멘소리를 찾아볼 수 있는데, 다 이 분 탓인 걸로, 저는 생각합니다.
레비 핀폴드
레비 핀폴드의 그림책 《블랙독》과 《장고》는 국내에도 출간된 바 있습니다. 특히 《블랙독》은 사람들이 겁을 낼수록 커지는 개 블랙독과 어마어마하게 커진 블랙독을 보고도 겁을 내지 않는 꼬마 아이의 이야기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독특한 리얼리즘 기법의 그림이 포근하고 따뜻한 기운을 줍니다. 영국에서 최고의 그림 작가에게 수여되는 케이트 그리너웨이 메달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그의 홈페이지에 가서 그림을 구경하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이 작가 그림 참 좋습니다. 함께 올리지 못하지만 꼭 홈페이지에 들어가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애덤 스토어
애덤 스토어는 그림동화 작가이자 삽화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컬러링북에 참여한 작가들 중에서 국내 소개작이 가장 많습니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가 만든 책표지가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제목 타이포그래피가 독특하면서도 상업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그의 책 《슬램!》은 아주 귀여운 책입니다. 문을 아주 꽝꽝 닫고 다니는 한 소년이 음악을 들으며 심부름을 나가죠. 소년이 문을 세게 닫는 바람에 튀어나온 빨간 공이 그와 그의 강아지를 뒤따르며 온간 난리를 일으킵니다. 국내에도 출간되면 좋겠습니다. 보고 싶어요.
토미슬라브 토미치
토미슬라브 토미치는 크로아티아 출신, ‘르네상스 판화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외국에서는 아마도 손끝에 이런 고풍스러움을 쥐고 있는 작가의 존재가 더없이 반갑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나라에서도 복고 분위기를 내려면 꼭 찾게 되는 글씨체나 그림이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의 그림이 담긴 우표도 발행된 적이 있습니다.(이본 길버트의 우표도 있어요.) 존 하우, 이본 길버트와 함께 템플러 출판사에서 출간된 《마법사연구》라는 책의 삽화 작업을 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작품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상 그림 작가 소개를 마칩니다. 부디 제가 이 컬러링북을 다 칠하기 전에 현지에서 얼불노 6부가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 마지막은 포스팅을 하려고 찾았지만 영 따로 쓸 데가 없는 조지 R. R. 마틴의 한마디로 끝내겠습니다.
정말이지, 다음 책이 완성되기를 가장 기다리는 사람은 바로 저입니다.
<왕좌의 게임 공식 컬러링북>의 포토리뷰를 남기고,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 (전11권), 왕좌의 게임 트럼프 카드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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