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사랑’을 바란다,『Axt』(악스트) 4호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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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악스트4호작년에 마지막으로 읽었던 책은 프랑스 에세이스트(철학자) 프레데리크 시프테의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였다. 제목이 오글거려 조금 뒤로 미뤄 놓았었는데, 우연히(무려 1년이 지난 뒤에) 차례 페이지에서 ‘페르난두 페소아’를 발견하고 읽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책은 시프테 본인이 정한 서양 철학자 10명에 대한 꽤 냉소적이면서 유니크한 철학에세이였는데, 읽다보니 좀 재밌게도 페소아 편은 그리 별 감흥이 없었고 다음부터 말할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흥미로웠다. 더 정확히 흥미로웠던 지점을 말하자면 그가 스탕달의 ‘결정작용’을 비판하기 위해 언급한 “에나미모라미엔토(enamoramiento)”에 나는 잠시 멈춰 있었다.

스페인어 ‘에나미모라미엔토’는 ‘사랑에 빠짐’ ‘사랑하게 됨’ 정도의 의미에 해당되는데, 번역어로는 그 현상의 골치아픔이라든가 급작스러운 발동의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한다. 스탕달이 <사랑에 대하여>에서 밝혀놓았듯 남성이 여성에 대한 호감이나 찬탄이 소금결정처럼 쌓여 극도로 미화하게 되는 현상 즉, 우리가 알고 있는 ‘폴링 인 러브’나 ‘콩깍지 씐 것’처럼 사랑이(남성 입장에서) 여성의 환영과 망상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데에 반박하는 낱말이었다.

2.악스트4호

에나모라미엔토는 시선의 포착당함과 놀라움에서 시작되지만 그러한 놀라움을 느낀 사람의 통찰력을 전제한다. 남성은 본인만이 느끼는 여성의 특정 ‘자질’에 시선이 고정된다. 수많은 여성들 속에서 튀어 보일 만한 특징이 그 남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남자는 그 여자의 특징에 황홀하게 취하지만, 그렇다고 그 특징이 지어낸 것이거나 꾸며낸 건 아니다. 남자는 그 특징의 발견만으로 사랑을 시작하지 않는다. 좀더 복잡한 과정이 존재하며 혹은 여러 불안들을 극복해야만 한다.

신체적 아름다움만으로 감정의 선택을 결정짓기에는 충분치 않다. 남자는 여성의 심미적 심리적 경험 속에서 개성을 제대로 발견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날카롭게 벼려진 호기심을 지녀야 한다고 오르테가는 말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많은 남성들은 예쁜 여자에게만 주목하고 그 여자들의 교태 혹은 쿤데라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교미의 약속’을 기대하기만 한다. 그러므로 남자는 ‘정확한’ 사랑을 하기 쉽지 않다.

3.악스트4호

악스트 4호를 마감하며 나는 맥락없이 오르테가의 이 ‘에나모라미엔토’를 생각했다. 어디 사랑뿐일까. 모든 것들을 오르테가의 말에 대입해나가면 어떤 것이라도 맞춰지기 마련. 나는 이 잡지를 ‘결정작용’으로 대하고 있었고 그러므로 나는 ‘정확히(화가의 날카롭고 준비된 시선으로)’ 파악하지 못한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러므로 사랑에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꼭 이 잡지와 사랑을 나눌 필요는 없다) 또 잡지가 나온다. 네 번째다. 하려는 말은 앞의 두 문장이었는데 쓸데없이 말이 길었다.

이번 호의 커버는 듀나다.
많은 관심과 정확한 ‘사랑’을 바란다.

더불어 새해에는 모두 다 평안하기를.

소설로 말하다!
시리즈 Axt 4 | 출간일 2016년 1월 1일
사양 변형판 185x260 · 224쪽 | 가격 2,900원 | ISBN 9772384367000

6 +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