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도 표지도 여러분들이 선택해주신 나오키상 수상작 《사라바》… 필요 이상으로 감성에 호소하는 파스텔톤의 표지를 입고 출간되었는데요, 9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 권의 책을 모두 읽고 M군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사라바》로 정해져서 정말 다행이야
안녕 대신 사라바를 제목으로 골라주신 분들의 댓글을 다시 읽어보니 비슷한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우선 사라바라는 단어가 호기심을 일으킨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안녕이라는 단어보다 임팩트있게 다가온다는 분들도 계셨죠. 심지어 어떤 분은 안녕이라고 검색하면 책을 발견하기 어려우니 “사라바로 하세요~”라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중에 M군의 마음을 사로잡은 댓글이 있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원작 제목 그대로를 출간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사라바’라는 말에 담긴 의미도 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뭐지?, 하다가 작품을 읽으면서 제목의 느낌과 맛을 곱씹는 것도 의미 있는 일 아닐까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아마도 책을 읽으며 “사라바”라는 단어를 마주하는 순간 폭풍 공감하시게 될 테니까요.(울 준비는 되어있…)
《사라바》를 읽고 맞이한 지난 주말, 그녀의 책을 검색하다가 《노란 코끼리》 가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주인공은 블로그를 통해서도 여러 번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 미야자키 아오이더군요. 큐슈의 시골 마을에 사는 부부의 여유로운 생활을 담아낸 《노란 코끼리》의 시사회에는 진짜 코끼리가 등장해서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오사카에서 진행된 영화 프로모션에 참석하고 난 후에 니시 가나코는 《사라바》의 첫 문장을 생각해냈다고 합니다.
영화 프로모션을 마치고 우메다 지하상가를 거닐다가 담당 편집자에게
“첫 번째 문장을 생각해냈습니다.”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 왼발부터 등장했다’라는 문장. 그는 굉장히 기뻐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첫 번째 문장으로 인해 《사라바》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볼 수 없는 세계를 묘사할 수 없어 3인칭으로 쓰려고도 했지만 왠지 첫 번째 문장에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1인칭 시점을 고수했다고 하네요. 해피 엔딩이라는 요소를 제외하면 전혀 플롯을 세우지 않고 글을 쓴다는 니시 가나코는 설계도 없이 상하권의 장편소설을 쓰는 것은 자살 행위에 가깝다는 견해를 후에 밝히기도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사라바》 를 완성한 뒤에 무척 안심했다고…
토니 모리슨의 작품을 즐겨 읽는다는 니시 가나코는 25살이 되었을 무렵, 카페에서 일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가게가 한산할 때면 아르바이트로 짧은 기사를 쓰는 일을 했다고 하는데요, 가령 커피숍을 취재하면 커피콩의 산지나 커피 맛에 대한 글을 써야 하는데, 그녀는 ‘커피콩을 배달해주는 아저씨의 얼굴에 커다란 점이 있었다.’ 같은 문장이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글을 쓰고 싶던 그녀는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각 월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쓰던 그녀는 어느 날 무작정 홀로 오사카를 떠나 도쿄로 향하게 됩니다.
도쿄에는 출판사도 많고, 오사카에 있으면 글이 쓰이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사카는 따듯하지만, 도쿄에서 홀로 글을 써보고 싶었다.
그렇게 홀로 지내게 된 도쿄에서 니시 가나코는 지인을 통해 출판사의 편집자인 이시카와 씨를 소개받게 됩니다. 하지만 책을 출간해주겠다는 이시카와 씨의 말을 처음에는 믿지 않았죠. 심지어 명함도 가짜인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이시카와 씨는 사기꾼이 아니었기에 그녀의 글은 곧 책으로 출간되었고, 두 번째 작품인 《사쿠라》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폭넓은 연령층으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는 작가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훗날 니시 가나코는 아마 이시카와 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자신은 작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 포스팅을 통해서 《사라바》 원서 표지를 보여드린 것을 기억하시는지… 니시 가나코는 자신의 책 표지에 들어갈 그림을 직접 그리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사라바》 표지에 실린 그림들도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인데요, 그림 일부를 크롭한 후에 타일처럼 붙여놓아서 어떤 그림일지 궁금해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각각의 온전한 그림을 확인하실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을 서둘러 방문해보세요. 클릭~
《사라바》는 일본에서 지난 2014년 10월 31일에 출간되었는데, 책이 발간되기 한 달 전인 9월 니시 가나코의 회화전이 시부야에 위치한 갤러리에서 열렸습니다. 그 회화는 다름 아니라 《사라바》 표지에 들어간 작품들이었습니다. 표지에 실린 그대로의 그림이었기에 온전한 모습을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책이 출간되는 날, 북콘서트를 진행하며 본래의 모습을 공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작품들을 직접 판매하기도 했다네요, 책과 함께 말이죠. (작가가 그림도 잘 그리니 이런 프로모션이 가능하..)
그런데 그녀의 그림만 판매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니 티셔츠도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더군요. 가격이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무척 탐이 납니다. 그 외 니시 가나코의 손글씨가 인쇄된 노트도 판매하고 있으니 그녀의 팬이라면 꼭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조만간 《사라바》 발매를 기념하며 특별히 제작한 아이템을 구매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온라인서점 이벤트 상품으로 사용하게 될 것 같은데, 추후에 다시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전히 토니 모리슨의 책을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21세기 소년>의 작가인 우라사와 나오키의 <YAWARA>도 읽고 있다는, 남편과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니시 가나코. 여러 매체에 실린 인터뷰를 읽으며 “이 작가 정말 양파 같아. 까도 까도 새로워”라고 동료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진행된 인터뷰의 한 대목을 소개해드리면서 이번 포스팅은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도 빠졌다면
《사라바》 를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인사를 하고 싶은
그런 감사의 마음을 담은 소설이 바로 《사라바》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