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 아이야》는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 응구기 와 티옹오(주의! 공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이름입니다. ‘응구기’가 성이에요!)가 쓴 첫 장편소설입니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발표 시기가 오면, 유력한 후보로 지명되는 작가이지요.
응구기는 케냐 사람인데요, 케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식민지 경험이 있는 나라입니다. 1895년부터 1963년까지 영국의 지배를 받았더랬지요. 응구기의 청소년기에는 그가 속한 키쿠유 부족을 중심으로 무장독립투쟁이 일어납니다. 이를 마우마우 봉기1라고 해요.
《울지 마, 아이야》는 이러한 식민지 시절 경험의 산물이며, 응구기 문학의 거대한 흐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케냐의 언어가 아닌 영어로 쓴 소설이지만,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프리카 고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울지 마, 아이야》의 주인공은 ‘은조로게’라는 케냐 소년입니다. 응구기 자신의 모습이 투영돼 있는 인물이지요. 소설의 첫 시작에서 은조로게는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 라는 평범한 꿈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소설 말미에 가서 완전히 꺾이고 맙니다. 형들이 마우마우 무장독립투쟁의 한가운데 뛰어들면서 이들 가족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은조로게는 밤늦게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그가 있는 오두막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혹시 은제리인가? 아니면 뇨카비? 생각만으로도 몸이 떨렸다. 죽기 전에 어머니들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죽음도 그리 나쁜 게 아닐지도 몰랐다. 죽음이라는 깊은 잠에 빠지면 다시는 깨어나서 살아 있는 공포, 죽어가는 희망, 잃어버린 꿈을 보지 않아도 되니까. (…) “네 아비가 자코보를 죽였다고 자백한 건 알고 있겠지.” 은조로게는 계속 비명을 질렀다. 하울랜즈 씨는 그를 지켜봤다. 소년은 애원하듯 양팔을 들며 눈을 까뒤집더니 몸이 축 늘어지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하울랜즈 씨는 소년을 내려다보다가 장교들을 한 번 쓱 쳐다보곤 밖으로 나갔다. 붉은 수염과 회색 눈이 조롱하듯 웃었다. 166~168쪽
은조로게의 형이 영국 식민 정부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자코보를 암살하자, 아버지가 자신이 한 일이라고 거짓 자백하면서 어머니들까지 모두 잡혀 들어가고, 은조로게 역시 끌려와 고문당하는 장면입니다. “살아 있는 공포, 죽어가는 희망, 잃어버린 꿈”이라는 말처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과 꿈은 사라져버리고 냉혹한 식민 현실만이 은조로게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은조로게는 완전한 절망에만 빠져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니, 절망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일련의 고통스러운 사건을 겪은 후, 그에게는 ‘책임’ 있는 가장의 모습이 요구되었거든요. “새로운 날을 기다리라고 부탁했던 목소리” “어렸을 때부터 평생 준비해온 책임”이 그를 붙드는 것이지요.
저는 이 지점에서 미약하나마 희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은조로게는 힘든 현실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책임을 다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에요. 다만 예전처럼 몽상의 꿈이 아닌, 치열한 현실을 돌파하기 위한 꿈을 꾸지 않았을까요.
응구기 와 티옹오는 울지 마, 아이야, 라고 속삭입니다.
눈물을 닦고 일어서야 한다고요.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지요.
“울지 마, 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