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발명
어떤 미래로 진화할 것인가
인간 게놈과 지구 생태계도 좌지우지하게 된 인간은
이제 어떤 미래를 발명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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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어 쾨르너상・비트겐슈타인상・에두아르트 부흐너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최고 여성 과학자의 미래에 대한 흡인력 있는 통찰
2017 오스트리아 과학 도서상 수상작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발명으로 이제 인간이 자기 스스로마저 새로이 만들어낼 수 있게 된 지금, 인간의 손끝이 어디를 향해야 할 것인지 통찰하는 책 《인간의 발명》(은행나무 刊)이 출간되었다. 테오도어 쾨르너상, 비트겐슈타인상, 에두아르트 부흐너상 등을 수상하고 오스트리아 정부와 빈 주 정부로부터 명예훈장을 서훈받은 바 있는 오스트리아 최고의 여성 과학자 레네 슈뢰더가, 석학으로서의 지성과 사회에 끊임없이 발언해온 뜨거운 가슴을 바탕으로 “두 번째 계몽”을 제안한다. 인간의 기술이 지구의 모습과 생태계 속 다른 종들을 파멸로 이끄는 이때, 자기 자신의 유전자마저 개량할 수 있게 된 인간에게 필히 요구되는 것이다. 무지를 깨닫고 이성의 힘을 기른 첫 번째 계몽 때와 같이, 기술의 발달을 두고 전능해졌다 오해하지 말고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음을 인정하여, 인류의 발전이 파멸로 치닫지 않도록 숙고하자는 것이 그 취지다. 인간의 특성을 ‘발명하는 인간’으로 규명한 레네 슈뢰더는, 인간이 앞으로 나아갈 미래도 발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철학과 자연과학은 한편”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누구이며 어디서 왔느냐는 철학의 물음에 답을 줄 수 있는 건 자연과학이며, 자연과학의 발견과 발명에 가치를 매기는 것은 철학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류의 미래라는 철학적인 주제에 자연과학자로서 답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썼다.
빈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자유 기고가 우르젤 넨트치히와의 협업으로 집필된 덕분에 천체물리학과 생화학, 지질학 등 과학적으로 깊이를 담지하면서도 대중들의 눈높이를 놓치지 않았다. 레네 슈뢰더의 전공인 생화학을 비롯해 천체물리학, 열역학, 유전공학 등 다양한 과학의 분과를 오가는 동안 독자들이 길을 잃지 않게 텍스트 곳곳에 앞서거나 뒤따를 논의들의 이정표를 표기하는 세심함도 돋보인다. 더불어 부록으로 묶은 〈영웅 일람표〉는 과학과 철학, 사회적 이슈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며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한 위대한 ‘발명가’들을 인류의 영웅으로서 소개한다.
“여기 인간이 있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것들이 있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이제 그는 여태껏 만들어낸 것들 중
가장 훌륭한 발명품이 될 그 자신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주의 무한함을 놓고 볼 때, 지구의 역사를 놓고 볼 때 현생 인류는 아주 작은 영역에서 찰나에 존재하는 미미한 존재다. 하지만 한 세기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현재 인류가 지구에서 이룩한 업적은 너무나도 위대해 보인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이뤄냄으로써 뇌가 급속도로 발달하며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인간은 끊임없는 발명의 일로에 들어섰다. 처음에 뗀석기와 간석기 수준이었다면 이윽고 언어와 신을 발명해냈고, 증기기관과 인터넷을, 그리고 피임약을 발명해냈다. 인간의 발명은 마침내 지구의 지물지형과 스스로의 유전자에까지 그 칼끝을 겨누고 있다. 근 100년간 지구의 외관은 전에 없이 급격하게 변모하여 ‘인류세’라는 지질학적인 시대로 이름 붙기에 이르렀고, 최근 발명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바야흐로 인간마저 ‘개량’할 기세다. 하지만 이 발명의 연속이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줄까? 아쉽게도 인간이 새로운 기술들을 갖고 생태계를 무작정 파괴하는 것을 보면, 윤리적인 논의가 충분히 함께하지 않은 지금에는 왠지 모르게 지구 생명체들의 공멸을 이끌 것만 같다. 공상 과학 소설에서 상상하는 디스토피아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지구의 자연적인 수명이 다하기 전에 인류는 “독성 물질, 전쟁, 인구 과잉으로 인한 전염병 같은 것들로 그전에 일찍이 자멸하고 말” 것도 같다.
이에 저자는 헤라클레이토스의 ‘판타레이’ 개념을 중요하게 소개한다. 만물이 유전하듯 기술의 발전에 따라 윤리도 규범도 계속해서 새로이 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1장에서 선보인 맥스웰의 도깨비를 생각할 수 있다. 시스템 안에서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갖고 그 질서를 유지하도록 제어하는 존재. 인류세의 복판에서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인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새로운 윤리를 발명하기 위해 치열히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두 번째 계몽이 필요하다
여자의 얼굴을 한 과학에 인류의 미래를 묻다
저자는 이 책의 한 장을 할애하여 “인권 향상을 위한 전략”으로 페미니즘을 소개하기도 한다. 여성에게 척박했던 과학계를 개척한 저자에게 페미니즘은 두 번째 계몽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폭넓게 인정받는 사바나 이론에 대신 페미니스트 과학자였던 일레인 모건의 수생 유인원 이론을 적극 차용하여 인류의 진화를 남성 중심적으로 바라본 과학을 비판한다. 인류가 진화의 도중을 수중에서 보냈으며, 이 과정에서 인류의 존속에 바닷가의 보금자리를 지키며 식량을 채취한 어머니들의 역할이 사냥꾼 아버지들에 못지않았다는 것이다.
저자가 페미니즘을 강조하여 여성의 관점을 중시하는 분야는 과학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이 미래를 전망하는 데에도 페미니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류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권익을 향상하는 것은 인류 전체의 권익을 향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성에겐 여성대로, 남성에겐 남성대로 굴레를 씌워온 기존의 가부장제 성차별주의를 극복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 모두, 나아가 모든 인간에게 더 이로운 미래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새로이 창조한다. 거듭거듭 쉼 없이 그래왔다.
그의 열망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7만 년 전 생각이 주어진 이래 인간은 ‘자아’에 대해 고민해왔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발견되는 거울이 그 역사가 유구함을 증명한다. 외모 다음에는 자아를 결정하는 것이 뇌인지 심장인지 육체인지 영혼인지 고민하였다. 여기서 철학이 발달하였다. 20세기에 인간의 스스로에 대한 관심은 이제 육체의 내부로 향했다. 자신의 육신을 발달시키는 근본 원리, 게놈을 분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철학과 과학의 발달 과정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상처를 받는다. 프로이트가 ‘인류가 입은 자존심의 상처’라고 제시했듯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게 아니라서, 인간이 다른 동물에서 진화한 것이어서, 인간의 의식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적어서 상처를 받아왔다. 최근에는 게놈 지도 분석 결과, 고등한 인간의 유전자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또 상처받았다. 인간의 미덕은 본인이 생각보다 대단찮다는 데에 상처받은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토대로 새로운 학문과 사상을 발전시킴에 있다. 저자가 그 필요성을 강조하는 두 번째 계몽은 이 미덕에 손을 벌리고 있다.
인간이 지금까지 발명한 도구는 너무나도 많다. 생존의 도구들과 무기, 사상과 개념, 문화와 양식, 그리고 기술까지 발명의 손길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만들었다. 이제 인간은 그 자신의 육신마저 새로이 발명할 수 있게 되었다. 장수하고, 유전병 없는 존재로 말이다. 여기에 진화의 과정에서 소실되었으나 언제든 다시 개발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잠재적 능력도 있다. 이제는 성찰의 시간이다. 지금까지 발전한 과학기술과 철학을 바탕으로 빤히 보이는 호모사피엔스의 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그래서 어떤 미래를 발명할 것인지.
“인류의 발전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책!”
_아마존 독자평 중에서
들어가는 말 인류의 이력서를 읽으러 온 당신을 환영합니다!
제1장 계획 없는 질서
제2장 인류의 시대가 끝날 때
제3장 인간이란 무엇인가?
제4장 문화혁명
제5장 인류의 최고 발명품, 나
제6장 인간 게놈
제7장 나를 선언하는 후성 유전
제8장 유전병의 종말
제9장 인간은 물려받은 능력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제10장 페미니즘—인권 향상을 위한 전략
제11장 인류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12장 두 번째 계몽 시대
영웅 일람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