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웃긴 스릴러는 처음이다!
베를린 대왕
“이렇게 웃긴 스릴러는 처음이다!”
뛰어난 위트, 숨 막히는 긴장감, 허를 찌르는 스토리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코믹 스릴러!
“베를린 전역을 뒤덮은 검은 공포의 정체를 밝혀라”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에서 엉뚱하고 게으른 유머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호어스트 에버스가 장편소설, 그것도 스릴러 소설로 돌아왔다. 그러나 에버스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자기 풍자와 유머 감각은 스릴러 소설에서도 여전히 건재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심지어는 극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때조차 툭 터져 나와 독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능청스러운 유머는 에버스의 장편소설 《베를린 대왕》을 전례 없는 ‘코믹스릴러’ 소설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토막살인이나 연쇄살인 따위를 등장시키지 않고도 얼마든지 숨 막히는 긴박감과 스릴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스릴러 소설인 《베를린 대왕》은 어리버리 경찰 라너가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좌충우돌 해결해나가면서 얽히고설킨 베를린 인사들의 이해관계, 화려한 표면 뒤에 가려진 베를린의 진짜 모습과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게으름의 미학을 찬양하는 귀차니스트 작가 호어스트 에버스,
생애 첫 스릴러 소설을 쓰다!
국내에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를 비롯한 위트 넘치는 에세이 작품으로 알려진 호어스트 에버스는 독일의 세계적인 카바레티스트(관객들에게 재담이나 풍자 등을 선보이는 무대 공연가)로, 일상의 틈새에서 발견한 엉뚱한 유머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삶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명 ‘게으름의 미학’을 찬양하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 제일의 귀차니스트 작가인 에버스가 “이번에는 스릴러 소설을 쓰고 있다”고 밝혔을 때, 그의 신작 소식에 초미의 관심을 두던 독일 언론뿐 아니라 수많은 팬들 역시 우려를 표했다. ‘에버스의 생명은 그 매력적인 입담과 재기발랄한 위트에 있는데, 스릴러라는 장르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소설 《베를린 대왕》은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매력적인 입담과 유머, 그리고 숨 막힐 듯한 긴박감과 스릴이 공존하는 그의 ‘완전히 새로운 스릴러’에 독일 독자들은 “걱정은 기우였다. 역시 에버스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열광했다.
스릴러지만 여느 스릴러와는 다르다!
에버스 특유의 유머 감각이 살아 숨 쉬는 기상천외한 ‘코믹’ 스릴러와의 만남
소설은 의문에 휩싸인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주축으로 흘러간다. 피해자는 각각 대필 작가 카민스키와 독일 굴지의 기업 CEO 마칼리크. 전자는 교류하고 지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죽였는지 감도 오지 않고, 후자는 유산 상속, 치정 관계 따위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살인 동기가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처음에는 전혀 다른 별개의 것처럼 보이던 두 사건이지만 실마리를 하나씩 파고듦에 따라 서로 간의 연관성이 드러나고, 종래에는 모든 것이 하나로 촘촘히 연결되어 대단원을 장식하기에 이른다. 짜임새 있는 플롯과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텔링뿐 아니라 방치된 시체, 의문의 죽음, 다수의 용의자, 비밀 집단에 의한 납치 등의 소재까지……. 에버스의 소설은 다른 스릴러 소설에서도 단골처럼 등장하는 각종 요소로 가득하다. 그런데도 이 소설이 기존과 아주 다른 새로운 스릴러로 느껴지는 것은, 무엇보다 초유의 긴장 상황에서도 불시에 빵 하고 터져 나오는 작가의 구수한 유머와 매력적인 위트 덕분이다.
작가의 유머 감각은 쥐의 썩은 사체가(뒤이어 남자의 시체도) 어느 집 뒷마당에서 발견되는 심상치 않은 첫 장면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부패가 진행되어 코를 찌를 듯한 악취를 풍기고 물컹거리는 사체를 발견한 것은 그 집의 여자 어린이다. 끔찍하다면 끔찍한 장면이지만 작가는 사태의 심각성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뚱딴지처럼 ‘사체를 발견하고선 아이가 지른 비명이 얼마나 크고 대단한지’를 자세히 묘사한다.
루시가 한 번 소리 지르면 그 울림은 실로 대단했다. 인간 청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지극히 높고 찢어지는 비명이었다. 루시 자신도 본인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비명 지르기는 별로 힘도 들지 않았고 재미있을뿐더러 자신이 뭔가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을 주었다. 한번은 비행기에서 하도 길고 인상 깊게 비명을 질러 승무원들이 상으로 조종석 내부를 구경시켜 준 적도 있었다. – 본문 중에서
그런가 하면 앞서 잠깐 언급한 ‘초유의 긴장 상황’ 중 하나, 즉 납치되어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납치한 미지의 인물과 어이없는 말다툼을 나누기도 한다. 이 역시 에버스의 유머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기는 뭐 하는 뎁니까?”
“가내 도축장으로, 소시지를 여기서 만들고 있소. 순수 유기농만 취급하는 곳이지.”
“그럼 나도 그런 식으로 사라집니까? 돼지들 사이로 밀어 넣어서?”
“맙소사,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당신이 유기농이오? 친환경 자연 농법으로 사육되기는커녕! 그런 몸을 어디에 들이밀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 본문 중에서
인간적인 캐릭터, 인간적인 범죄, 희비극이 뒤섞인 난장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를 미소 짓게 하는 ‘상큼한’ 소설
《베를린 대왕》의 또 다른 매력은 그 자체로도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는, 개성 강한 캐릭터의 힘에 있다. 이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 카르스텐 라너 경감은 니더작센 주의 지방도시 출신으로, 어려운 사건을 성공적으로 해결해 젊은 나이에 경감으로 승진하고 베를린까지 왔지만 이 거대한 도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애처로운 ‘시골보안관’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드보일드 소설에 주로 등장하는 과묵하고 고독한 ‘마초 형사’들과는 달리, 라너는 사건 해결을 위해 이리저리 쏘다니다 멀쩡한 시내 한복판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베를린 주민들에게 호되게 골탕을 먹는 ‘어리버리 경찰’이자, 딱히 특별한 수도 없으면서 무작정 뛰어들어가 담판을 짓고 보자는 ‘막무가내 형사’이다. 비상한 머리도, 특별한 재능이나 기지도 없고, 싸움 실력마저 변변치 않지만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모든 걸 헤쳐나간다.
부족한 만큼 더 인간적이고 인간적인 만큼 더 매력적인 주인공 라너. 이는 사건의 범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들어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등 어느 매체에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잔인하고 냉혹한 사이코패스들과는 달리, 이 소설의 범인은 평범한 ‘보통 사람’이다. 어느 한 명이 ‘모든 악의 근원’인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각자의 이유에 따라 움직이고 때로는 이기적이고 때로는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이 맞물려 생겨난 결과,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흔하디흔한 범죄인 것이다. 작가는 희비극이 뒤섞인 난장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들에게 상큼한 웃음을 안겨준다.
인간미 넘치는 유쾌한 코믹 스릴러,《베를린 대왕》은 치밀한 플롯과 스토리텔링을 포기할 수 없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잔인한 장면을 견디지 못하거나 유쾌한 기분으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길 바라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활력소로 다가갈 것이다.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넷째 날
에필로그
교류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대필작가와 상속과 치정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독일 굴지의 기업 CEO가 각각 살해당한다. 완전히 별개인 것처럼 보이던 두 사건이 조금씩 파헤쳐지면서 서로간 연관성이 드러난다.
스릴러 장르지만 만담가인 작가 특유의 유머가 곳곳에 녹아 있다. 도축장으로 납치된 주인공이 납치범에게 \\\\\\\\\\\\\\\'나도 돼지들처럼 사라지느냐\\\\\\\\\\\\\\\'고 묻자 납치범이 \\\\\\\\\\\\\\\'여기는 순수 유기농만 취급하는 가내 도축장인데 당신이 유기농이냐\\\\\\\\\\\\\\\'고 되묻는 식이다.
은행나무. 416쪽. 1만4천원.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풍자와 유머감각으로 유명한 독일 만담가가 쓴 코믹 스릴러. 두 건의 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어수룩한 경찰관의 좌충우돌이 능청스럽다. 문항심 옮김. 은행나무ㆍ416쪽ㆍ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