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
“교양인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행복의 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작가
소설가이자 철학가 페터 비에리 화제의 명강의
― 스스로 배우고 자유로워지는 삶에 대하여
독일의 저명 철학자이자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작가인 페터 비에리 교수의 신작 《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은행나무 刊)이 출간되었다. 전작 《삶의 격》 《자기 결정》 《자유의 기술》을 통해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해왔던 그가 이번에는 “교양인의 삶이란 무엇인가”란 화두를 가지고 돌아왔다. 교양인의 삶을 정의한다는 것은 교양의 가치를 질문한다는 것. 교양인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보편적 의지와 그 방법에 대한 강의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더불어 인간이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 안에서 언어를 통해 이뤄지는 다양한 이해를 살펴보는 강연도 함께 수록했다.
교육은 남이 시켜주지만
교양은 스스로 쌓는 것
뜨뜻미지근한 건 질색, 세상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읽은 만큼 변화하고, 유일무이한 방식으로 세상에 존재하고 싶다는 욕망을 품은 적은 없는가. 삶의 방향성, 깨어 있음, 자아 인식, 상상력, 자기 결정, 내적 자유, 도덕적 감수성, 예술, 행복. 이 모두를 다 갖춘 사람을 우리는 흔히 교양인이라고 부른다.
교양인은 배운 자와 어떻게 다를까? 교육은 쓰임의 목적을 가지고 타인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지만 교양은 오직 자신을 위해 혼자 힘으로 쌓는 것이다. 특정한 방식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의식과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교양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교양인이 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이 험한 세상에서 희생당하지 않고 자신을 지키며 살기 위함이다. 또한 문학을 통해 영혼의 언어를 익히고, 자신을 말하고 쓸 줄 알게 되고, 무엇보다 자신의 미완성성과 부실함을 여유 있는 자세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유로움의 한 모습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니, 이쯤이면 인간으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이 바로 교양이라 말해도 무관하겠다.
소설가의 문장으로 펼쳐지는 철학적 성찰
질문의 형식을 띤 아름다운 위로
알아야 할 것, 이해해야 할 것의 양은 방대하기 짝이 없으며 심지어 매일 늘어만 가는데, 새로운 것들을 배우기만도 급급한 이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페터 비에리는 공부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느라 정신없이 허덕이는 것은 참된 배움이 아니라고 말한다. 탐구하고자 하는 것들의 대략적인 지도를 그리고 나서 그중 어느 지역을 더 깊게 배울 것인지 알아가는 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교양인이 되는 비법이다. 지구에 몇 개의 언어가 쓰이고 있는지 그 수를 정확하게 알아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대략 40개보다는 4,000개에 더 가깝다는 비율적 관계는 알아야 한다는 식이다. 문명의 업적과 결과의 정확한 의미와 무게를 부여하고,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한다면 모든 것을 다 알지 않아도 진실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또한 이 책에 의하면 아무 성찰 없이 굳어져 버린 사고방식과 말, 유행의 흐름, 개념 없는 동조 행위를 멀리하고,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여기거나, 존재 방식이 다른 사람보다 올바르다고 여기는 무식하고 거만한 자가 되어 타인의 인간다움을 해치지 않는 것 또한 교양인이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이다. 언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내가 처한 역사적 우연성을 인식하는 자는 제국주의자나 강압적 종교 전파자가 될 수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이 사실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추구하다 보면 결국은 행복한 삶을 향한 여러 갈래의 길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교양인이 되어야 하는 진짜 이유이다.
“교양은 호기심에서 비롯되는 것”
문학의 중요성을 일깨운 가슴 벅찬 강연
페터 비에리에 의하면 교양을 쌓은 사람은 자연히 특정한 종류의 호기심을 품고 있다고 한다. 내가 만일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국가나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이러한 질문을 소설적 상상력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어떠한 매개가 필요하다. 저자는 문학작품이 더할 나위 없이 가장 유용한 매개라 말한다. 쌓이는 독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언어로 서술할 수 있게 되고, 그 서술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언제 어디선가 주워들은 조각난 말과 생각의 찌꺼기들을 되풀이하는 자괴감의 일상에서 벗어나, 큰 관심과 넓은 시야로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 즉 교양인이 된다. 자아의 고갱이에 도달하는 데는 끝이라는 지점이 있을 수 없기에, 이러한 작업은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이다. 《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은 어쩌면 암담하고도 무료한 세상을 살아볼 만한 것, 탐구해볼 만한 가치 있고 흥미로운 것이라 말하는 따뜻한 격려일지도 모른다.
교양이란 사람이 자신에게 행하는, 그리고 자신을 위해 행하는 어떤 것을 말합니다. 교양은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교육은 타인이 나에게 해줄 수 있지만 교양은 오직 혼자 힘으로 쌓을 수밖에 없습니다. _9쪽
교양인이란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방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 교양의 개념을 대표하고 있는 이 말에는 자신이 가진 지식으로 남을 지배하라는 뜻은 없습니다. 지식의 힘은 다른 데에 있습니다. 지식은 희생자가 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_14쪽
교양인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에 실로 여러 가지 가능한 길이 있다는 것에 대한 깊고도 폭넓은 이해를 가지는 사람입니다. _25쪽
교양의 길은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인정과 자신의 고유한 도덕적 개념의 고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결코 습득하기 만만치 않은 기술입니다. _36쪽
교양은 행복의 또 다른 차원을 열어줍니다. 시를 읽을 때, 그림을 바라볼 때, 음악을 들을 때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극대화됩니다. 말과 그림과 음률이 주는 명료한 힘은 우리가 문화라고 칭하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이 다층적으로 얽히고설킨 공간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그 완전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_39~40쪽
교양인은 특정한 것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_41쪽
언어는 맹목적 인과관계의 힘이라는 차원으로서의 세계를 이해 가능한 사건들의 차원으로 변화시킵니다. _47쪽
문학은 경험을 예술적 언어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이는 하나의 경험을 표현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그 경험은 그저 아무 경험이 아니라 글쓴이가 세계와 맺는 관계를 결정짓는 경험이며 그 결정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에게 투명하게 와닿지 않는 경험입니다. _76쪽
교양이란 무엇인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로서의 교양 | 깨인 사상으로서의 교양 | 역사의식으로서의 교양 | 표현으로서의 교양 | 자아 인식으로서의 교양 | 주체적 결정으로서의 교양 | 도덕적 감수성으로서의 교양 | 시적 경험으로서의 교양 | 교양이라는 열정의 길
이해의 다양한 모습―학문의 언어와 문학의 언어
이해의 도구로서의 언어 | 자연의 이해 | 행위와 그 원인의 이해 | 정신의 언어는 형이상학이 아니다 | 문학은 정확한 서술을 향한 열정이다 | 문학은 복합성의 정신을 가진다 | 문학은 경험을 표현하는 허구다 | 문학은 언어의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