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SF문학의 선구자 르네 바르자벨 SF소설 첫 줄간!
대재난
“특유의 시적이고 철학적인 문체,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상상력.”
‘예언자’ ‘현대의 노스트라다무스’
프랑스 SF문학의 선구자 르네 바르자벨
디스토피아 소설 걸작 《대재난》 국내 첫 출간!
세계SF문학100선·SF명예의전당49선·150만 부 판매·20개국 출간
프랑스 SF문학의 아버지이자 선구자이며, 모든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정규과정에서 한 번씩은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는 SF고전작가 르네 바르자벨의 대표작 《대재난(Ravage)》(1943)이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이제는 전 세계적인 고전 작가의 반열에 올라 있음에도 그간 국내에는 에세이 한 편만이 소개되었던 바르자벨의 소설 작품 자체가 번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재난》은 2052년 미래의 어느 날, 전기를 비롯한 모든 에너지원이 사라지면서 맞이하게 된 세계의 종말과 원시시대로의 회귀를 특유의 시적이고 철학적인 문체와 묵직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SF디스토피아 소설로,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큰 호응을 받으며 ‘프랑스식 SF문학’의 태동을 알린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KTX나 TGV를 떠올리게 하는 초고속 열차, 화상 전화기, 인공 배양육과 채소 재배 공장 등 이제는 현실화된 과학기술을 마치 예언하듯 그려냄으로써 ‘예언자’ ‘현대의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 농촌의 황폐화 및 도시 밀집 현상, 규격화·대중화된 예술, 전기 충격 요법과 약물 주사 등을 통한 전 국민의 정신 통제 등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를 마치 눈앞에 상영되는 영화의 장면들처럼 생생히 구현하고 있다.
바르자벨은 《대재난》에 뒤이어 《부주의한 여행자》(은행나무 근간)를 같은 해에 출간했는데, 시간 여행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에서도 《대재난》의 사건들이 일부 묘사된다. 《부주의한 여행자》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조상을 실수로 살해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역설, 즉 ‘할아버지의 역설’(시간 여행자가 과거로 가서 자신의 할아버지를 살해하면 시간 여행자는 태어날 수 없게 된다)을 최초로 다룬 SF소설이다.
“그는 불을, 자연을, 세계를 저주했다.”
멋진 신세계의 가장 끔찍한 종말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엔진이 멈춰버린, 파리 상공의 비행기 수천 대가 지면을 향해 수직 낙하하고 있었다. 중력의 법칙이라는 단순한 법칙만이 이를 지배했다. 제동장치가 말을 듣지 않거나 멀리 떨어진 평야까지 기체를 이동할 만큼 속도가 받쳐주지 않는 경우, 항공기들은 도시 위에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_101쪽
지옥과 흑사병으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은 대부분 벌거벗었으며 뼈만 앙상했고 힘이 다한 채 반죽음 상태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 달빛이 아무런 입체감 없이 그려낸 이 우글대는 생존자들의 광경에서는, 그들 앞의 덩어리가 사람이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일체의 소리, 한마디 말도 올라오지 않았다. _299쪽
어마어마한 기술적 성장을 이룩한 2052년 여름, 프랑스 파리. 전력 공급 없이는 한순간도 돌아갈 수 없는 기술 의존적인 세계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파리 사이를 몇 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공중현수식 초고속 열차, 무인 조종 개인 비행기, 로봇이 일하는 무인 카페 등 사람이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차 ‘인간적인 무언가’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세계 전체에 전력 공급이 끊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전 세계는 끔찍한 대혼란에 빠진다. 물자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사람들은 금세 폭도로 돌변하고 가뭄에 대화재가 겹쳐 이제는 어느 누구도 도시 밖으로 살아 나갈 수 없는 대재난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인 22세의 젊은 대학생 프랑수아는 본래 농사꾼 집안 출신으로, 기술 의존적인 사회에 평소부터 불만이 많은 터였다. 그는 약혼녀 블랑슈와 몇몇 친구들에게 인간의 손으로 구축해낼 수 있는 땅으로 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그의 말에 따르기로 하는 구성원들. 이동하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허기와 갈증, 더위와 광기로 죽어나갔지만 결국 그들은 새로운 땅에 도달하고 그곳에서 농사를 통해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생산하는 기쁨을 알게 된다.
100년의 세월이 흐르고, 젊은이 하나가 ‘기계’를 발명해 이를 사용하자고 제안하고, 이에 반대하는 부족장 프랑수아를 죽인다. 프랑수아의 뒤를 이을 지도자로 선정된 폴은 ‘기계’가 어렵게 구축한 ‘인간성’을 훼손할 것을 두려워해 발명자를 죽이고 기계를 파괴하기에 이른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현대성’을 거부하고 ‘인간성’을 보존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 기계는 파괴될 것이야. 이것을 만들어낸 이의 두뇌 역시.”
원시시대로의 회귀―기술문명에의 반성
“용사들이여, 떠나라. 재로 뒤덮인 숲과 가시덤불, 불모지에 여러분의 땅을 개척하러 가라. 세계는 비어 있다. 무인지대에 여러분의 집을 짓고, 또 다른 마을을 세우러 가라!” _321쪽
인간의 오만을 향한 신의 분노가 현현한 대재앙은 불바다와 무자비한 질병에 관한 끔찍한 기억을 남겼고, 이 기억은 구전으로 전승되었다. 바람과 얼음, 씨앗, 그리고 볕이 잘 드는 마을에 집을 지을 재료를 구하러 온 인간의 손을 통한 느린 작업 덕분에 폐허로 남아 있는 것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_322쪽
《대재난》에서 세계의 종말을 겪고 난 뒤 간신히 살아남은 소수 인류의 선택은 원시시대로의 회귀였다. 새롭게 건설한 세계에서는 (시집을 제외한) 모든 책이 불태워진 뒤, (일부 지도자를 제외하고) 글을 배울 수 없게 되었으며, ‘과학’기술의 개발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땅을 일구고 베를 짜고 가죽을 두드리고 나무와 돌을 깎아 물품을 만들어내었으며, ‘상업’의 개념은 사라졌다. 맨손으로만 세계를 개척해가는 인류의 모습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와 같은 모습을 띤다.
1940년대 당시 ‘진보’의 개념에 경도되어 과학기술문명의 극한까지 밀어붙이고자 했던 현대인들은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두 차례나 겪게 되었고, 이를 통해 현대문명을 반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르네 바르자벨은 문명의 극한에 달했던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철저히 파괴한 뒤, 인간성 회복과 자연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 옮긴이의 말처럼 “과학기술의 가공할 위협을 전 인류에게 알리는 계기였던 세계대전 이후 지식인들의 주요 화두가 된 ‘진보’ 개념에 대한 반성과 문제의식이야말로 이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일 것이다.”
1부 새로운 시대
2부 도시의 몰락
3부 잿더미의 길
4부 부족장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