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SF문학의 선구자 바르자벨의 시간여행 걸작 초역

경솔한 여행자

원제 Le Voyageur Imprudent

지음 르네 바르자벨 | 옮김 박나리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6년 8월 10일 | ISBN 9788956608945

사양 변형판 120x188 · 320쪽 | 가격 13,000원

분야 국외소설

책소개

“바르자벨의 소설은 쥘 베른과 H. G. 웰스를 잇는
SF문학의 고전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르네 바르자벨의 시간여행 걸작 초역
‘할아버지 패러독스’ 최초의 작품

‘프랑스 SF소설의 선구자’ 르네 바르자벨의 대표작 《대재난》을 잇는 또 하나의 걸작 SF 《경솔한 여행자》가 출간됐다. 전작(前作)의 중심 주제들을 이어받으면서 ‘시간 여행’을 핵심 테마로 삼는 이 소설은 오늘날 SF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타임패러독스’, 그중에서도 ‘할아버지 패러독스’(시간 여행자가 과거로 가서 자신의 조상을 살해하면 시간 여행자는 태어날 수 없게 되고, 그렇다면 시간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므로 조상을 살해할 수 없다는 역설)를 최초로 다룬 작품이다.
1793년부터 10만 년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시간 여행자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펼쳐지는 《경솔한 여행자》는 과학기술문명의 종말과 원시사회로의 회귀를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삼은 《대재난》에 비해 좀 더 경쾌한 필치로 쓰였으나, 인류의 행복과 유토피아, 시간과 존재론의 문제 등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서기 10만 년으로의 여행
―개인성이 완벽히 소멸된 세계의 인류는 과연 행복한가

소설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추운 겨울, 젊고 지적인 수학자 피에르 생므누가 우연히 노과학자 노엘 에사이용의 집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기이하게도 노엘은 피에르의 방문을 이미 예견했다면서 피에르의 수학 논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간 여행을 가능케 하는 물질 ‘노엘리트’를 발명했다고 주장한다. 간단한 실험을 통해 노엘의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된 피에르는 불구의 몸인 노엘을 대신하여 시간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사실 노과학자의 시간 여행 목적은 이를 통해 인간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었고, 그의 대의에 공감한 피에르는 인류의 미래, 머나먼 후손들의 운명을 알아보고자 《대재난》의 무대가 되는 2052년을 거쳐 마침내 서기 10만 년의 세계에 다다른다.

앞서 나는 근육을 지닌 존재들, 즉 목동과 전사를 만났었는데, 이들은 각자 구체적인 임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그들의 감각기관은 오로지 각자의 임무에 연관된 부분만을 지각했다. 다음으로는 실컷 먹어대는 복부인간들을 보았다. 아마도 이들은 내장이 없는 인간들을 위해 먹는 것이리라. 이제 마침내 공동체 전체를 위해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존재들을 살펴본 참이었다._154쪽

이처럼 10만 년의 사회는 준엄한 공정성의 지배를 받고 있다. 그토록 비난받았던 우리의 개인주의는 이곳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잊었다. 그에게는 감정도, 개인으로서의 사유(思惟)도 없다. 오로지 인류를 위해, 인류에 의해 사는 것이다._168쪽

2052년 미래 세계가 전기 에너지가 일시에 사라지며 ‘대재난’을 겪은 후 원시적 농경 사회로 회귀했다면, 10만 년의 미래 세계는 고도로 발달된 정신 에너지가 온 인류를 지배하며, 인간은 거대한 구조 속 톱니바퀴와 같은 개체로서 기능하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생존만을 목표로 할 뿐인 “아주 기묘하고 독창적인 유토피아”가 되어 있었다. 작가는 완벽한 “평등과 조화, 평화가 보장”되어 있는 이 세계의 신인류가 과연 행복한지 시간 여행자가 반문하게 한 뒤, 개별 인간이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전체주의적 세계는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임을 암시한다.

시간 여행자가 자신의 조상을 살해한다면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다(To be and Not to be)는 역설

미래 세계에서 인류 행복의 비밀을 찾는 일을 포기한 피에르는 2차 세계대전 중의 생활고에 지쳐 전쟁 전 모든 것이 풍요로웠던 1890년의 과거로 간다. 초록색 ‘시간 잠수복’을 입고 각지에서 자금(!)을 마련한 덕택에 ‘초록색 악마’라는 악명을 떨치게 된 피에르는 우연히 하숙집 옆방 남자의 부모 결혼식을 방해하게 되고, 그 순간 그 남자의 존재는 사라지고 만다. 놀라운 것은 건축가였던 그가 지은 건물이 여전히 똑같이 세워져 있다는 사실이다. 즉, 한 개인의 존재 유무가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으리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만일 루이 13세에게 아이가 없었더라도 어쨌든 그 후계자가 태양왕이 되었을까? 그리고 만일 에펠이 후두염이나 성홍열로 어린 나이에 죽었더라면 파리에는 [에펠 탑이 아닌] 타르탕피옹 탑 같은 것이 생겨나게 되었을까?_275쪽

피에르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이 위명을 떨치기 전 “그를 죽인다면 역사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자문한 뒤, 나폴레옹을 살해하여 이 비밀을 풀어보고자 1793년으로 향한다. 그러나 피에르의 총에 맞은 이는 그 자신의 고조할아버지였다! 그렇다면 피에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피에르의 조상이 피에르의 총에 맞아 죽은 순간부터, 피에르는 존재하지 않는 동시에 존재하는 것인데, 왜냐하면 존재하지 않으면서는 조상을 죽일 수 없으며, 그러므로 존재하면서 조상을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다._312쪽

작가는 ‘할아버지 패러독스’(Grandfather Paradox)를 처음으로 소설화한 이 작품의 개정판 후기에서 이를 ‘동시성’으로 풀어내면서 존재론의 문제를 제기한다. 작가는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To be or not to be)에서,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다’(To be and not to be)로 논리를 이동시키면서 존재론상 ‘불가지의 은유’로 명명하고 있다. 다만 자연과학 쪽에서 이 문제의 해답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고 덧붙인다. 최근 SF장르에서는 ‘평행우주이론’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이 역시 ‘동시성’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묵직한 주제 의식을 담고 있으면서도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일화들이 가득한 이 매력적인 소설은 SF문학의 현재를 만든 르네 바르자벨이 펼쳐내는 거대한 상상력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목차

1부 입문
2부 곤충학 여행
3부 경솔함
후기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다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르네 바르자벨 지음

프랑스 과학소설의 선구자. 바르자벨의 작품은 본격적인 과학소설보다는 ‘예지문학’에 더 가까우며, 작품 속에서 묘사된 일들이 시간이 흐른 뒤 현실로 이루어지면서 ‘예언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작품 대다수가 오늘날 프랑스 고등학교 및 대학교 교과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다뤄지고 있으며, 그의 이름을 딴 ‘르네 바르자벨 문학상’이 제정되어 재능 있는 신예작가들을 배출하고 있다. 르네 바르자벨은 1911년 프랑스 니옹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보병으로 복무했으며, 은행에서 일하고 연사로도 활약하는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18세에 〈프로그레 랄리에〉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틈틈이 영화평론을 발표했다. 〈르 도퀴망〉에서 편집자로 일했고, 드노엘 출판사의 편집장을 맡아보기도 했다. 파리로 이주한 뒤 《대재난》(1943) 《부주의한 여행자》(1943) 등 여러 편의 과학소설을 발표했다. 트뤼포를 비롯한 당대 영화감독들과 공동 작업으로 많은 작품을 영화화했으며, 단편영화 여러 편을 직접 감독하기도 했다. 영화 일에 매진하느라 집필에서 손을 놓았다가 오랜만에 발표한 《태고의 밤》(1968)과 《거대한 비밀》(1973)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소설가로서의 제2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1973년에 《야수의 허기》로 르콩트뒤누이상을 수상했다. 노래를 작사하고, 말년에는 사진에 심취하여 《꽃, 사랑, 생명》(1977)이라는 사진집을 출간하며 다방면에 재능을 보였다. 1985년 파리에서 심장발작으로 사망했다.

르네 바르자벨의 다른 책들

박나리 옮김

연세대학교 불문학과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불과에서 순차통역/번역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출판사에서 단행본 편집자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대재난》 《세금 혁명》 《제7대 죄악, 탐식》 등이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번역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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