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의 현재를 마주하고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묻다! 생명의 최전선으로 떠나는 아주 특별한 항해기
생명해류
진화의 최전선 갈라파고스에서 발견한 생명의 경이
▣ 책 소개
“생명의 탄생과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떠나야 할 성지순례!”_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갈라파고스의 현재를 마주하고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묻다!생명의 최전선으로 떠나는 아주 특별한 항해기
《생물과 무생물 사이》, 《동적평형》 등의 저작을 통해 문학적 감수성과 철학적 메시지로 대중과 과학을 연결해온 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 그가 이번에는 다윈의 진화론이 태동된 곳이자 고유하고 독특한 생태계로 잘 알려진 갈라파고스로 떠난다. 남태평양 에콰도르령이자 123개의 화산섬인 갈라파고스는 1835년,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도착해 이 섬 고유의 생물인 땅거북과 이구아나 등을 관찰해 훗날 진화론의 단초를 얻은 곳으로 유명하다. 후쿠오카 신이치는 다윈의 비글호 항로를 따라 갈라파고스를 탐사하며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마주함으로써 생명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이 책은 110여 장의 생생한 도판과 함께 후쿠오카 신이치의 친절한 안내가 곁들여진 생명 탐사 항해기이자, 진화와 생명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특별한 기록이다.
|
환경오염과 기상이변, 걷잡을 수 없는 생물 대멸종의 시대…
생명의 최전선으로 떠난 후쿠오카 신이치의 갈라파고스 프로젝트
대륙의 종에 비해 유달리 거대한 몸집의 땅거북, 삐죽삐죽한 갈기에 찢어진 시뻘건 입이 흡사 외계생명체와도 같은 이구아나, 날개가 퇴화되었지만 큰 문어도 통째로 집어삼키는 사냥 실력을 자랑하는 가마우지, 다른 생물들이 자신을 먹지 못하게 하려고 한껏 위로 자라 오른 나무선인장…. 갈라파고스는 이처럼 다른 곳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고유한 생물종 그리고 이들이 이루어낸 독자적인 생태계로 유명하다. 또한 갈라파고스는 20대 젊은 청년이었던 찰스 다윈이 영국 함선 비글호를 타고 도착해 진화론의 단초를 얻은 곳으로도 의의가 있다. 스스로를 생물학자이자 박물학자(naturalist)로 규정하는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학자로서 그리고 잠자리를 좇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평생 품어온 갈라파고스에 대한 동경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그는 분자생물학자로서 생명을 나누고 쪼개어 분자, 원자의 단위까지 파고들어 보아도 결코 알아낼 수 없었던 생명의 본질은 갈라파고스와 같은 자연의 실상과 마주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코로나-19를 비롯해 여러 환경문제로 ‘생명’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 인류 문명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데 있어 중요한 테마인 바, 갈라파고스 여행이 생명을 알고 이를 인식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최초의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무에서 유를 창조한 생명의 본질은 곧 이타성
갈라파고스 제도는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에서도 약 1,000킬로미터 떨어진 남태평양에 위치한 절해고도이다. 총 123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이 제도는 지각판의 충돌로 발생한 화산에서 용암이 흘러내려 굳은 딱딱한 돌 외에는 한 줌의 흙조차 지니고 있지 못한 땅이었다. 여기에서 질문은 시작된다. 생명의 불모지와도 같았던 이곳에서 어떻게 지금과 같이 독특하고도 풍성한 생태계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후쿠오카 신이치는 그 해답을 생명의 ‘이타성’에서 찾는다. 끓어오르던 용암이 겨우 식어내린 최초의 바위섬에는 극소량의 빗물과 공기 중 습도, 태양광선만으로도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강인한 식물, 즉 용암선인장 씨앗 정도가 겨우 뿌리내릴 수 있었다. 갈매기 똥에 섞여 이 섬에 들어온 선인장의 씨앗은 발아해 물을 저장하고, 광합성을 하고, 열매를 맺고, 유기물을 합성해 이것을 대지에 떨어뜨렸다. 이때 이 식물은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의 양분만 합성하는 것이 아닌, 언제나 조금 더 많이 활동하여 다른 생명을 길러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즉 이타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용암선인장은 ‘다윈의관목’과 같은 키 작은 관목류가 곳곳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관목류는 또 다른 식물상이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양한 식물상이 갈라파고스에 존재하게 되어 비로소 곤충과 동물들이 도래해 변천과 진화를 거듭할 수 있는 터전이 지구상에 출현하게 된 것이다.
생명해류가 젖줄처럼 휘감아 흐르는 땅, 갈라파고스
우연에 우연의 거듭으로 시작된 생명 탄생의 기적
갈라파고스를 대표하는 생물 갈라파고스땅거북의 선조는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옛날부터 살고 있던, 30센티미터 안팎의 땅거북이다. 하지만 헤엄을 치지 못한다. 그런데 땅거북이 어떻게 갈라파고스로 가서 지금과 같은 거대한 개체로 진화한 걸까? 이에 갈라파고스 연구자들은 ‘천연 뗏목’ 가설을 주장한다. 대륙에 살던 암컷 땅거북이 부드러운 흙 속에 알을 낳았다. 마침 큰비와 폭풍이 몰아쳤고 그 폭풍우가 알이 놓여 있던 흙더미를 무너뜨려 통째로 집어삼켰다. 여느 때보다 거센 폭풍은 나무의 큰 가지와 함께 이런저런 식물 넝쿨과 마른 해조류까지 휘감아 통째로 휩쓸어 갔는데 이것이 천연 뗏목의 역할을 해 땅거북의 알을 바구니처럼 잘 품고 갈라파고스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아메리카 대륙의 바닷가에는 갈라파고스 제도 방향으로는 흐르는 남적도 해류가 있는데, 날씨만 무난하다면 이 해류는 2시간 만에 1,000킬로미터의 거리를 돌파할 수 있다. 또한 이 남적도 해류는 갈라파고스 부근에서 반대편에서 흘러들어오는 적도잠류와 만나 갈라파고스 제도의 각 섬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불가사의한 우연에 우연이 겹쳐 갈라파고스에 도달한 땅거북은 기존에 존재하던 선인장이나 관목 이파리 등을 닥치는 대로 먹으며 천적의 위협이 없는 천혜의 낙원에서 거대하게 몸집을 불린 것이다.
도시 생활에서 완전히 벗어나 마주한 있는 그대로의 자연
110여 장의 생생한 도판과 함께 떠나는 생명 탐사기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책 전반에 걸쳐 갈라파고스로 떠난 5박 6일의 항해 내내 자신이 마주한 있는 그대로의 자연, 즉 생명의 본모습을 소개하는 데 주력한다. 그는 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그리스어에서 따온 말인 ‘피시스(physis)’로, 그리고 이와 상대되는 개념을 논리, 언어 사상을 의미하는 ‘로고스(logos)’로 지칭한다.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먼저 목격한 자연과 생명현상은 피시스이고, 이것이 로고스화된 결과가 바로 진화론이다.
하늘 한 번 올려다볼 겨를 없이 키보드를 타다닥타다닥 두드리는 데 열중하다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의 도시인들의 삶은 로고스로 가득하다. 갈라파고스 항해는 이러한 현대인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나, 휴대폰도 각종 복잡한 뉴스와도 완전히 멀어져 먹고, 자고, 배설하며 그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피시스가 충만한 생활에 익숙해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를테면 물 사용이 지극히 제한적인 선박에서 환경오염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화장실을 사용하는 문제라든지, 배에서 육지로 내릴 때 이미 건설된 잔교를 이용하는 것(드라이 랜딩)이 아닌, 파도의 흐름에 맞춰 맨발로 뛰어내리느라 하체가 다 젖기도 하는 웨트 랜딩법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저자는 갈라파고스 제도 곳곳에서 만난 다양하고 기묘한 생물체들에 대한 친절한 묘사를 통해 독자를 피시스로서의 자연으로 안내하고 있다. 특히 갈라파고스 제도 중 가장 오래된 섬이자 가장 많은 생물상의 터전이기도 한 레온 도르미도(키커록)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만난 해양생물을 묘사한 부분은 피시스와 마주했을 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자유와 진정한 쾌감을 전달하는 데 있어 이 책의 백미를 이룬다. 깎아지른 듯 솟아오른 두 개의 거대 암석 사이로 아찔할 정도로 깊은 바다가 좁은 회랑처럼 뻗어 있는 레온 도르미도는 수영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생명의 위협이 느껴질 정도로 위험한 장소다. 하지만 수백, 수천 가지 형형색색의 물고기, 하얗고 예쁜 물방울들이 등에 흩뿌려진 가오리, 해조류를 뜯어 먹으며 노니는 바다거북 등 인간의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모든 생명이 완전히 자유롭게 움직이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천혜의 낙원, 그 자체다. 이에 저자는 갈라파고스란 흔히 말하듯 고립되고 세계와 단절된 채 형성된 자기들만의 생태계를 말하는 것이 아닌, 생명의 진정한 모습을 일깨워주는 장소, 진화의 최전선, 생명 본래의 행동을 보여주는 거대한 극장과도 같다고 찬탄한다.
▣ 추천사
1835년 가을 다윈은 한 달 남짓 갈라파고스에 머물며 《비글호 항해기》에 10쪽짜리 기행
문을 남겼다. 그러한 다윈의 흔적을 따라 떠난 여행으로 책을 쓰다니 후쿠오카 신이치 교수
는 정말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나도 여러 해 전 어느 방송국의 기획 덕에 갈 기회가 있었건
만 아쉽게 시간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갈 것이다. 생명이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진화의 최전선 갈라파고스를 순례해야 한다. 저자
는 다윈을 따라 섬 네 곳만 들렀지만 갈라파고스제도에는 이름이 붙여진 섬만 123개나 있
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우리 함께 ‘생명해류’를 따라 ‘진화 성지순례’를 떠나자. 땅거
북, 이구아나, 가마우지, 부비새가 도망도 가지 않고 마치 투명인간을 보듯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_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책 속으로
1835년 가을, 갈라파고스 여행 당시 스물여섯이었던 다윈의 머릿속에는 아직 ‘진화론’의 씨앗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의 저서 《비글호 항해기》에 나오는 갈라파고스에 대한 기록은 고작 10쪽 정도이며, 섬에서 본 동식물의 관찰 기록과 섬의 지질학적인 특징을 기술한 데 불과하다. 다윈의 대표작인 《종의 기원》, 이른바 ‘진화론’이 저술된 것은 그로부터 20년 후의 일이다. 다윈의 사상은 훗날 서서히 성숙해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갈라파고스에서 진화론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은 그저 신화일 뿐이다. […] 1835년 가을, 젊은 다윈은 분명히 이 갈라파고스섬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전개되는 놀라운 생명의 모습을 목격했다. 이는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이라 할 만했고 생명의 본모습이라 할 만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피시스physis’라 부르고자 한다. 그리스어로 본래의 자연을 뜻하는 피시스 말이다. 피시스의 상대어는 논리, 언어, 사상을 의미하는 ‘로고스logos’이다. 피시스 대 로고스의 문제 역시 이 여행의 중심 테마이다. 다른 장에서도 생각해볼 예정이지만 다윈이 맨 먼저 목격한 것은 피시스였음에 틀림없다. 이것이 로고스화된 결과가 진화론이다. 그렇기에 나는 다윈이 처음 갈라파고스를 접했던 원점으로 돌아가 그가 보았던 피시스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그가 사색을 통해 찾아낸 로고스가 필연적으로 도출되는지 증명해보고 싶었던 것이다._pp.22~23 ‘시작’을 위한 후일담
다윈이 탔던 비글호는 영국을 출항하여 대서양을 남하, 남아메리카의 브라질 연안에 잠시 들르면서 남단의 마젤란해협을 돌아 태평양으로 나와 북상하면서 갈라파고스 제도를 목표로 항해를 했다. 그들이 맨 처음 도착한 곳은 제도 동부에 위치한 산크리스토발섬. 1835년 9월 15일의 일이었다. 거기서부터 다윈은 플로레아나섬, 이사벨라섬, 볼리바르해협을 빠져나가 적도를 넘어 산티아고섬을 방문했고 머물렀다. 산티아고섬을 마지막으로 갈라파고스 제도를 뒤로하고 다음 탐험지인 타히티로 향했다. 다윈의 여로를 재현함에 있어 그 모든 여정을 배로 소화하는 것은 역시나 불가능했기 때문에 우리는 하늘길로 갈라파고스 제도의 거점인 산타크루스섬에 들어가(여기에 공항이 있다), 거기서 마벨호를타고 다윈과 같은 항로, 즉 플로레아나섬, 이사벨라섬, 볼리바르해협을 빠져나가 적도를 넘어 산티아고섬을 일주하기로 했다. 그다음, 다윈의 첫 기항지, 산크리스토발섬을 방문한다._pp.70~71 여정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누워 있는 커다란 바다사자였다. 녀석의 새끼인지 작은 바다사자와 딱 붙어 자고 있다. 우리가 다가가도 전혀 움직일 기색이 없다. 그다음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다이구아나였다. 자세히 보니 여기에도 저기에도 있다. 바다이구아나는 공룡의 직계자손이라 해도 좋을 만큼 당당한 풍모를 자랑한다. 감격스러웠다. 고질라 같은 무서운 얼굴. 어두운 눈. 크게 찢어진 입. 날카로운 이빨. 간혹 보이는 입속은 새빨갛다. 비늘로 덮인 딱딱하고 검은 몸은 큰 개체의 경우 1미터가 넘는다. 그리고 특징적인 것은 ‘갈기’다. 머리 뒤부터 등을 지나 꼬리 끝까지, 톱처럼 생긴 볏이 이어져 있다. 이들은 땅에 네 발을 단단히 딛고 머리를 우뚝 치켜들고 있다. 하지만 거의 미동도 하지 않는다. 마치 동상처럼. 실제로 이 항구에는 촌락의 발전에 공헌한 인물의 동상이 있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갔는지 높이 1미터 정도 되는 동상의 기단 위에도 여러 마리가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이구아나들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_pp.118~119 생명의 시작
갈라파고스 제도 역시 판의 씨름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이 씨름의 형태는 일본열도와는 달랐다. 판을 만들어내는 암반의 경계가 남쪽과 북쪽에서 충돌하고 이것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여 솟아오른 곳, 갈라파고스 제도는 그 위에 얹혀 있는 것이다. 두 장의 판은 각각 북쪽이 코코스판, 남쪽이 나스카판이라 불린다. 경계선상에는 지하로부터 마그마를 뿜어 올리는 해저화산, 즉 열점이 생성되었다. 이런 화산이 뿜어내는 암석은 석영질이 적은, 한층 검은색을 띠는 현무암이 된다. 갈라파고스 제도를 뒤덮은 암석이 바로 이것이다. 현재의 갈라파고스 제도의 배치를 보면 고대, 즉 지금으로부터 약 500만 년 전 무렵에 판의 경계면에 늘어선 3개의 화산에서 열점이 생긴 것 같다. 3개의 화산은 활발히 용암을 뿜어 올려 고도를 높이고 결국은 해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이 현재의 산크리스토발섬, 에스파뇰라섬, 플로레아나섬이다. 갈라파고스 제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지금으로서는 토양과 숲이 가장 잘 형성되어 있고 물도 있는 섬들이다. 화산 폭발은 간헐적이다. 최초의 폭발 이후, 활동은 잠시 휴지기였다. 이때 형성된 3개의 섬은 나스카판 위에 얹힌 채로 나스카판의 이동과 함께 움직인다. 나스카판은 대륙을 향해 남동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해간다. 속도는 1년에 5센티미터 정도. 섬은 컨베이어 벨트를 탄 것처럼 이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다시 100만 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열점에서는 다음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새로운 열도가 생긴다. 이것이 지금의 이사벨라섬 남부, 산타크루스섬 등의 섬을 형성했다. 이 섬들도 앞선 섬들을 따르듯 판 위를 남동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또 다음 분화가 일어난다. 이것이 페르난디나섬, 이사벨라섬 북부 등을 형성했다._pp.136~138 판구조론의 등장
우리는 마벨호 선미의 갑판에서 고무보트로 갈아타고 섬을 향해 전진했다. 고무보트에는 소형 프로펠러 엔진과 키가 장착되어 있는데 부선장 구아포가 솜씨 좋게 운전했다. 섬 상륙 지점은 좁은 만인데 그곳만 작은 해변이었다. 해변까지 50미터 정도 남은 지점에서 구아포 부선장은 엔진을 껐다. 우리가 탄 고무보트는 파도에 흔들리며 올라갔다 내려앉았다 했다.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구아포 부선장은 가만히 난바다 쪽을 보고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마벨호가 조그맣게 보인다.
“파도를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통역사 미치 씨가 이렇게 알려주었다. 그렇다, 구아포 부선장은 파도를 읽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고무보트를 모래사장 가장 깊숙한 곳까지 데려다줄, 커다란 파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에도 파도가 여러 차례 보트 아래를 지나 해변을 덮쳐 부채 모양으로 퍼지면서 모래를 검게 물들이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빠진다. 내 눈에는 난바다에서 오는 파도 중 어떤 파도가 좋은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구아포 부선장이 엔진을 켰다. 부릉 부릉 부릉. 보트가 진동한다. 기다리던 커다란 파도가 저쪽에서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높이 들어올려졌다가 그 상태로 단번에 해변으로 돌진했다. 고무보트 앞쪽에 타고 있던 미치 씨가 밧줄을 잡고 물이 찰랑이는 모래사장으로 뛰어내려 단단히 힘을 주고 버텼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고무보트는 다시 밀려 나가는 파도에 휩쓸려 먼바다로 되돌아갈 것이다.
“지금이에요. 빨리요!”
우리도 짐이나 옷이 젖지 않도록 짊어지거나 걷어 올리며 재빨리 보트에서 뛰어내렸다. 물은 무릎 정도 깊이였다. 우리는 수중용 신발을 신고, 바지를 걷어 올렸기 때문에 옷은 젖지 않았다. 발바닥에 모래밭이 느껴진다. 찰박찰박 바닷물을 밟으며 서둘러 파도가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 뛰었다. 결과는 꽤 좋았다. 여러 번 되풀이하다 보니 운동신경이 빵점인 나도 이 정도는 잘할 수 있게 되었다._pp.149~150 파도를 읽다 – 웨트 랜딩의 요령
오리온자리의 허리띠는 바로 알아봤는데 다른 별자리는 모르겠다. 그렇다, 이곳은 남반구다. 어딘가에 남십자성이 보일 것이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별이 많아졌다. 별은 눈 가장자리로 보는 게 더 선명하다. 망막 주변부에 명암에 민감한 시각세포가 많기 때문이다. 하늘 가운데에 은하수가 천천히 흐르고 있다. 이곳에는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낸 것이 대체 얼마 만인가. 어쩌면 소년 시절 이후로 한 번도 없지 않았을까?
도시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질구레한 일에 쫓기고, 잡무에 시달리고, 그러다가 하루가 저문다. 온종일 모니터 앞에 붙어 앉아, 타다닥 타다닥 키보드를 친다. 바람을 느끼는 일도,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도 없다. 침대에 들어가서도 스마트폰을 스크롤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와이파이 같은 건 없다. 휴대전화의 전파도 터지지 않는다. 가상의 차원으로부터 철저히 떨어져 있다. 그날 하루의 살아 있는 체험만이 존재한다. 보고, 걷고, 헤엄치고, 먹고, 배설하고, 잔다. 이것만으로도 벅차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신기하게도 인터넷 뉴스나 업무 메일 같은 게 전혀 궁금하지 않다. 그런 거 아무렴 어때. 연예인 아무개가 불륜을 저질렀다거나 약물 복용으로 체포되었다는 뉴스에도 흥미가 없어진다. 동시에 자신의 초조함이나 집착으로부터도 해방된다. 즉, 나를 구속하고 있던 온갖 로고스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별이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피시스의 실상을 느꼈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때가 되면 태어나고,
계절이 바뀌면 변하고, 그때가 오면 떠난다.
떠남으로써 다음에 오는 것에 장소를 내어준다.
왜냐하면 나 역시 누군가가 양보한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생과 사. 이는 이타적인 것.
유한성. 이는 상보적인 것.
이것이 생명 본래의 모습.
갈라파고스의 모든 생명은 이 원칙에 따라 지금을 살고 있다.
지금만을 살고 있다.
_pp.162~163 진화의 최전선
갈라파고스 연구자들은 ‘천연 뗏목’ 가설을 주장한다. 그건 이런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선조인 땅거북은 지금의 갈라파고스땅거북만큼 크지는 않았다. 등딱지 크기가 고작 30센티미터 정도인 땅거북이었다. 이런 땅거북은 지금도 남아메리카 대륙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대륙에 사는 암컷 땅거북은 부드러운 흙을 파고 거기에 몇 개의 알을 낳았다. 큰비와 큰 폭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태평양을 바라보는 해변 근처에 구멍을 파고 알을 낳았는데, 흙더미가 무너지는 바람에 구멍 속 알은 흙과 함께 바다로 흘러가고 말았다. 폭풍은 여느 때보다 거세 인근의 나무를 뿌리째 뽑거나, 큰 나무의 가지를 나뭇잎째 부러뜨리거나, 식물 넝쿨과 담쟁이, 그밖에 해변에 쓸려온 이런저런 쓰레기와 마른 해조 등을 모조리 바다로 쓸어버렸다. 파도와 바람에 부대끼는 사이, 해조와 넝쿨이 나뭇가지를 휘감았고, 거기에 통나무와 가지가 얽히면서 천연 뗏목이 만들어졌다. 이 뗏목 한가운데에 땅거북 알이 마치 바구니에 담긴 듯 잘 끼였다. 거북 알은 부화까지 2, 3개월이 걸린다. 껍질이 깨지지만 않으면 새끼는 알 속의 양분과 수분으로 성장한다. 바닷물이 들어갈 일도 없다. 알은 물에 뜬다. 나뭇잎과 풀이 쿠션 역할을 해주었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바닷가에서는 갈라파고스 제도 방향으로 끊임없이 남적도 해류가 흐르고 있다. 천연 뗏목은 부서지지 않고, 무사히 이 해류를 탔다. 만약 날씨가 좋아 바다가 얌전하다면 해류는 2시간 만에 1,000킬로미터의 바다를 흘러, 뗏목을 갈라파고스 제도까지 운반할 수 있다.
반대편의 태평양 저편에서는 적도잠류가 흘러온다. 이 두 해류는 마침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부딪힌다. 그러므로 천연 뗏목은 양방의 해류에 시달리며 갈라파고스 제도의 어느 섬 해안으로 떠밀려왔다. 땅거북의 알 가운데 몇 개는 도중에 바다의 제물이 되었지만 다른 몇 개는 다행히 무사했다. 아무튼 불가사의한 우연이 겹치면서 땅거북의 선조인 땅거북이 갈라파고스 제도에 도달했다. 최초에 도달한 섬이 어디였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대륙에 가장 가까운 산크리스토발(채텀)섬이 아니었을까. 이 섬은 갈라파고스 제도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섬이다. 때문에 식물이 가장 무성한 섬이기도 하다. 수원도 있다. 땅거북은 초식이다. 이파리, 작은 야생 사과, 선인장꽃 등 뭐든 먹고 천천히 소화시켜 영양을 섭취한다. 다행히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땅거북의 천적이 거의 없었다._pp.206~207 ‘천연 뗏목’ 가설과 선택의 자유
“렛츠 고!”
나는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해야 하나, 거의 바다에 몸을 던져 넣었다). 물은 생각보다 차가웠고, 물에 떨어지자마자 높은 파도가 내 몸을 집어삼켰다. 죽을힘을 다해 팔다리를 휘저어 해수면 밖으로 머리를 내놓고 강사를 찾았다. 그는 수 미터 앞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바위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라는 사인이다. 해수면에서 올려다보는 바위는 더 거대하고, 압도적인 질량으로 내 머리 위를 뒤덮고 있었다.
바위와 바위 사이 바다의 회랑은 깊은 푸른색이었다. 폭은 10미터, 아니 20미터는 됐을 것이다. 길이는 50미터 정도. 아니 더 길었을지도 모른다. 해수면 위로 머리만 내놓고 있으니 완전히 거리 감각이 둔해졌다. 개미가 거대한 미로에 던져지면 분명 이런 기분일 것이다. 양쪽 입구에서 높은 파도가 끊임없이 들이쳐 회랑 가운데서 맞부딪히고, 양쪽의 가파른 벼랑에 부딪혀 물보라를 일으켰다. 나는 나뭇잎처럼 이리저리 휩쓸렸다. 아무튼 끝까지 헤엄쳐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회랑 안쪽으로 들어가니 한층 더 수온이 내려간 듯했다. 아마 그늘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전문 강사가 아래를 보라고 손가락으로 사인을 주었다. 고글 유리 너머로 물속을 바라보았다.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암벽이, 바다 아래로 쭉 뻗어 있었다. 물은 투명해서 저 아래 깊은 곳까지 깨끗하게 보였다. 그래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다. 수백, 수천 가지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각자 무리를 지어 놀고 있었다. 저쪽은 노랗고 둥근 물고기가, 이쪽은 파랗고 길쭉한 물고기가, 저 너머는 오렌지색의 반짝이는 물고기가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보다도 깊은 층에서 정말 커다란 가오리가 천천히 헤엄쳐 왔다. 한 평 정도나 되는 검고 매끈한 가오리의 등에는 예쁘고 하얀 물방울들이 흩어져 있었다. 넋을 놓고 보고 있자니 가오리는 가느다란 꼬리 궤적을 남기고 시야 저편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른쪽에서 등딱지에 금빛 별 모양을 업은 바다거북이 앞을 가로질러 간다. 바다거북은 때때로 바위 표면에 붙은 해조류를 먹는 모양이다. 모든 생물이 완전히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낙원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인간의 존재와는 관계없이 생명은 각자의 온전한 삶을 살고 있다._pp.215~216 레온 도르미도
▣ 목차
들어가며_ 갈라파고스에 가고 싶다
렌즈의 초점
‘시작’을 위한 후일담
여정
등장인물
출발
침보라소산
마벨호의 출항
로고스 vs. 피시스
플로레아나섬
생명의 시작
수원지
scene #1 땅거북의 적
갈라파고스 제도의 생성과정
판구조론의 등장
안산암과 현무암
scene #2 플로레아나섬의 거주 흔적
파도를 읽다 – 웨트 랜딩의 요령
이사벨라섬, 푼타 모레노
진화의 최전선
조지의 부엌
마벨호에서의 식사
이사벨라섬, 우르비나만
갈라파고스의 시간축
땅거북의 등딱지
‘천연 뗏목’ 가설과 선택의 자유
레온 도르미도
이사벨라섬, 타구스곶
적도를 통과하다
만능 일꾼 훌리오
산티아고섬
동적평형 바위
scene #3 바위 위의 부비새
scene #4 하이브리드 이구아나
갈라파고스 생물들의 호기심
갈라파고스에서 만난 생물들
갈라파고스땅거북| 갈라파고스바다이구아나| 갈라파고스육지이구아나
용암도마뱀 | 갈라파고스바다사자 | 갈라파고스물개
갈라파고스가마우지 | 갈라파고스펭귄 | 군함조 | 부비새
갈라파고스북부흉내지빠귀 | 다윈핀치 | 갈라파고스푸른바다거북 | 갈라파고스붉은게
제왕나비 | 나방 | 걸프표범나비
갈라파고스큰메뚜기 | 매잠자리 | 다윈호박벌 | 날개잠자리
스칼레시아 | 팔로산토 | 선인장나무 | 용암선인장 | 기둥선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