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다려 온 소설, 시대를 초월해 읽힐 고전

인생 수정

원제 THE CORRECTIONS

지음 조너선 프랜즌 | 옮김 김시현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2년 6월 7일 | ISBN 9788956606231

사양 변형판 150x210 · 736쪽 | 가격 18,000원

분야 해외소설

수상/선정 전미도서상 수상 제임스 테잇 블랙 메모리얼상 수상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 도서

책소개

”그 무엇도 희망을 죽일 수 없었다”

단절과 해체로 얼룩진 오늘날의 가족,
오점투성이 인생에서 오롯이 빛나는 치열한 실존!

전미도서상,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상 수상작
퓰리처상, 전미비평가협회상, 펜포크너 문학상, 임팩더블린 문학상 최종 후보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 2000년대 최고의 소설 3위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 도서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더타임스>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선정 2000년대 최고의 책
<뉴욕타임스>, 전미도서관협회, <살롱> 등 선정 올해 최고의 책
전미서점연합회 북센스상, LA타임스 도서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출간, 미국 내 판매 160만 부 돌파

‘미국의 위대한 소설가(Great American Novelist)’라는 소개와 함께 <타임>의 표지를 장식했으며 오늘날 미국 문단을 이끄는 네 명의 작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 조너선 프랜즌의 장편소설 《인생 수정》(은행나무刊)이 10년여 만에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작가의 최근작 《자유》는 오프라 북클럽 도서로 선정되고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 때 읽고 극찬을 하는 등 수많은 화제를 낳았고 미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한 바 있으며, 이번에 출간되는 《인생 수정》은 프랜즌을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서게 해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단절과 해체로 얼룩진 어느 가정의 가족사를 통해 사회 전체의 문제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대작으로, 2001년에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뿐 아니라 그 해의 가장 뛰어난 영문학 작품에게 수여되는 유서 깊은 문학상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밖에도 퓰리처상, 전미비평가협회상, 펜/포크너 문학상, 임팩더블린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영미 주요 언론 및 젊은 작가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 도서가 되는 등 그해 최고의 화제작이 되었다. 또한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에 선정되었으며 영미 주요 언론 및 아마존, 반스앤노블 등에서 뽑은 2000년대 최고의 소설 Top 10에 오르기도 했다.

“거품 같은 현대성”
- 디킨즈적 기본으로 회귀하다

문제는 돈과, 돈 없는 삶의 치욕이었다.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과 핸드폰과 양키 캡 모자와 SUV는 하나같이 고문이었다. 그가 탐을 내거나 시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돈 없는 그는 제대로 된 사람이라 할 수 없었다. – 본문 中

이 소설이 발표된 직후 미국 문단은 큰 충격을 받았다. 오늘날의 전형적인 소설 트렌드와 너무나 동떨어진 소설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개인의 목소리와 서브 문화, 특정 집단에 집중하는 오늘날의 트렌드에 영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서브 문화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를 다루고, 소(小)세계가 아니라 세계 전체를 다루고 있다. 우리가 세계를 살아가는 모습을 와이드샷으로 한꺼번에 담아내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교수는 ‘시간의 마모와 사회의 타락으로 붕괴하는 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독자들이 ‘거품 같은 현대성’을 만나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들 인물은 어두운 과거가 있는 범죄자나 신비로운 힘이 있는 영웅 혹은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천재가 아니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전형적인 21세기 소설이라기보다는 19세기 소설 같은 느낌을 주고, 혹자가 토마스 만의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을 언급한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작가가 9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발표한 《인생 수정》은 내면으로 침잠하는 지리멸렬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최근의 문학 트렌드를 인간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거대 서사로 가져가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살롱>이 미국 작가 중 ‘매우 고유한 존재’라고 표현한 프랜즌의 《인생 수정》은 현대 미국 문학의 경향을 디킨즈의 전통을 잇는 미국 문학의 기본으로 되돌려 놓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모두가 읽는 문학 작품”
- 시대의 문학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다

<타임>은 이 작품을 가리켜 “모두가 읽는 문학 작품이라는 희귀한 존재”이자 시대의 “문학적 현상(literary phenomenon)”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돈 드릴로, 토마스 핀천, 데이빗 포스터 월리스와 함께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일컬어지는 조너선 프랜즌의 ‘순문학 작품’이 미국 내에서만 160만 부, 전 세계적으로 3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순문학이 대중으로부터 외면 받는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는 말 그대로 경이적인 ‘현상’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이 거둔 대중적 성공은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에 힘입은 인지도 향상에 어느 정도는 기인하고 있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인생 수정》이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흡인력 있는’ 소설이고, (프랜즌은 1996년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오늘날 순문학 소설이 죽어가고 있지만, 할리우드 문화에 익숙해진 독자들의 눈조차 떼지 못하게 만드는 ‘흡인력 있는’ 사회적이고 문학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가 아직 남아있다고 성토한 바 있다. 이는 프랜즌 본인에게도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인간’ 그 자체에 대한 분석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한 현대사회의 조망이기 때문이다.

현대 미국판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거대한 가족 드라마

인류는 다른 종을 몰살시키고, 대기를 온난화하고, 인간과 닮은 것들을 전반적으로 파괴할 기회와 지구를 지배할 권리를 가졌지만, 그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유한하고 구체적인 동물의 몸을 지녔으면서 무한을 인식하고 스스로 무한하기를 바라는 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 본문 中

소설은 한때 가부장적인 독재자였으나 이제는 파킨슨병에 걸려 힘없는 노인으로 전락한 앨프레드, 남편의 압제에 눌린 채 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에 대한 희망으로 자신을 지탱하는 이니드 그리고 이들의 세 자녀로 이루어진 램버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앨프레드와 이니드의 자녀 개리와 칩, 드니즈는 부모의 불행이 드리워놓은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끝없이 발버둥치는 존재이다. 가정 불화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큰아들 개리,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도망에 도망을 거듭하는 작은아들 칩,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계속 억누르고 부정하는 딸 드니즈. 오랜 소통 단절로 가족으로서 기능하지 않고 있던 램버트 가족은 앨프레드의 파킨슨병을 계기 삼아 모이게 되고, 가족의 갈등은 이니드가 일 년 내내 기다렸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절정을 이룬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가족구성원 각자의 드라마에는 다양한 사회적 요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 세월 자신을 소모하고 억압했던 앨프레드의 이야기를 통해 거대 철도회사의 붕괴를, 순간의 실수로 대학 사회에서 쫓겨나 리투아니아로 도망친 칩의 이야기를 통해 찬란했던 동구권 국가의 몰락을, 지금껏 억눌러 오던 여성에 대한 갈망을 해방시킨 드니즈의 이야기를 통해 불륜과 동성애를 그려내는 것이다. 작가는 램버트 가의 가족사를 통해 21세기의 삶과 문화라는 거대한 캔버스 안에서 신자유주의, 소비 지향적 문화, 대학 사회의 비리 등을 광범위하게 분석하는 사회 소설적 면모를 보여준다. 그리고 살아 숨 쉬듯 생생하게 그려진 현대 미국 가정의 초상은 ‘가족 해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는 역할을 한다.

“그 무엇도 희망을 죽일 수 없었다”
- 일상 속 끝없는 투쟁 그리고 치열한 실존

고통은 그의 주체성을 훼손시켰다. 이렇게 떨어대는 손은 더 이상 그의 손이 아니었고, 그의 명령에 따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무책임과 버릇없음은 그의 실존적 골칫거리였고, 악마의 논리에 휘둘리는 또 다른 세계였다. 그런데 이제 그의 신체가 그의 명령을 따르기를 거부하며 때를 가리지 않고 고통을 주고 있었다. – 본문 中

언뜻 보기에 램버트 가족의 일상은 여느 가족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가식적 사회규범으로 점철된 램버트 가의 숨 막히는 일상 속에서 억압과 구속은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대물림된다. 세 자녀는 이러한 삶에서 도망치려 하지만 벗어나지 못하고, 특히 이들 중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가장 강한 개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의 운명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식들에게 있어 앨프레드는 ‘반면교사’로 삼아 자신의 인생을 수정해 나갈 기회를 주는 인물이다. 자기 앞의 세계를 통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앨프레드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늘 ‘견뎌왔다’. 그리고 파킨슨병으로 자신의 육체와 세계를 통제할 수 없게 된 그의 삶은 치열한 실존 그 자체이다. 오점투성이의 인생을 끝없이 ‘수정’해나가는 램버트 가족의 분투는 눈물겹도록 치열하다. 극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져 우리 주변에 실존하는 듯 생생하게 탄생한 이들은 실수에 실수를 거듭하는, 서투르고 자기 파괴적인 인물들이다. 그러나 외견상으로는 비참한 패자인 것 같은 램버트 가족의 구성원들은 고통과 불행과 좌절 속에서도 저마다 길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그녀가 그의 이마에 입술을 댄 후 따스한 봄밤에 드니즈와 개리와 함께 밖으로 나왔을 때, 그녀는 이제 무엇도, 그 무엇도 자신의 희망을 죽일 수 없다고 느꼈다. 그녀는 일흔다섯 살이었고,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갈 터였다. – 본문 中

실수 가득한 인생에서 잘못을 하나하나 수정해가는 램버트 가족은 실낱같을지언정 자존감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날카롭고도 희극적인 문체로 현대 가정의 초상을 잔인할 정도로 투명하게 그려낸 작가의 가차 없는 풍자와 냉소 속에서도 따뜻함이 묻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등의 명작과 함께 <타임> 선정 100대 영문소설 목록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조너선 프랜즌의 《인생 수정》은 이미 수많은 비평가에 의해 고전의 반열에 올라선, 우리 시대의 모던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했다.

▣ 조너선 프랜즌 《인생 수정》 북트레일러

목차

차례

세인트주드
실패
생각할수록 치미는 분노
제너레이터
마지막 크리스마스
인생 수정
추천의 글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조너선 프랜즌 지음

1959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다. 1988년 데뷔작 《스물일곱 번째 도시》를 출간했고 와이팅 작가상을 받았다. 1992년 두 번째 장편소설 《강진동》을 출간했다. 작가는 1996년 〈그란타〉에서 선정한 ‘미국 문단을 이끌 최고의 젊은 작가 20인’, 1999년 〈뉴요커〉에서 선정한 ‘40세 미만 최고의 젊은 작가 20인’에 들었다.
2001년 《인생 수정》으로 전미도서상, 제임스 테잇 블랙 메모리얼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아마존 선정 인생책 Top 100,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 2000년대 최고의 소설 3위로 선정됐다. 퓰리처상, 전미비평가협회상, 펜포크너상, 임팩더블린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도서로 선정되는 등 최고의 화제작이 됐다. 전 세계 35개 언어로 번역·출간되며 30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자유》(2010)로, 〈타임〉은 작가를 ‘미국의 위대한 소설가’로 소개했다. 이 책은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도서 및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여름휴가 동안 읽은 책으로 선정되며 화제를 모았고, 영미 주요 언론 및 아마존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서 뽑은 올해 최고의 책 Top 10에 들었으며, 전미비평가협회상, 〈LA타임스〉 도서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5년 후 발표한 《순수》 역시 ‘시대를 관통하는 가장 대담한 소설’이라는 호평과 함께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아마존 이달의 책, 〈뉴욕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책 1위, 〈워싱턴포스트〉 올해의 책 1위, 미국 도서관 협회 〈북리스트〉 에디터의 선택 1위로 선정됐다. 역시 오바마 전 대통령이 휴가철에 읽은 소설로 회자되며 대니얼 크레이그 주연의 TV 드라마로 제작됐다.
2021년 가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힌 《크로스로드》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가족 사가로, 출간 즉시 작가의 ‘가장 위대하고 완벽한 소설’이라는 찬사를 얻으며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미국 아마존 이달의 책, 〈가디언〉 오늘의 책, 〈옵저버〉 금주의 책으로 선정됐으며, TV 시리즈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그 외의 책으로는 에세이집 《혼자가 되는 법》(2002)과 회고록 《불편한 지대》(2006)가 있으며, 독일 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눈뜨는 봄(Spring Awakening)》을 영어로 번역해 2007년 출간하기도 했다. 〈뉴요커〉와 〈하퍼스〉에 종종 기고해왔고,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오가며 살고 있다. 작가는 〈타임〉 선정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김시현 옮김

전문번역가. 코맥 매카시의 《핏빛 자오선》 《모두 다 예쁜 말들》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을 비롯해 《우먼 인 블랙》 《리시 이야기》 《이중구속》 《심문》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 《약탈자들》 《비밀의 계곡》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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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서평
오해와 단절 탓 서로 생채기만… 거품 같은 현대 가족의 자화상 인생수정
오해와 단절 탓 서로 생채기만… 거품 같은 현대 가족의 자화상인생수정
조너선 프랜즌 지음ㆍ김시현 옮김ㆍ은행나무 발행ㆍ736쪽ㆍ1만8,000원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조지 R R 마틴, 제니퍼 이건과 함께 지난해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전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된 미국 작가 조너선 프랜즌(53). 스티븐 킹 이후 10년 만에 타임의 표지(2010년 8월)를 장식했던 프랜즌의 출세작 <인생수정>(원제 The Corrections)이 번역, 출간됐다.

1992년 두 번째 장편 <강진동(Strong Motion)> 발표 후 9년 만에 펴낸 이 작품은 2001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며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베스트셀러 보증수표로 불리는 오프라윈프리 북클럽에 선정됐지만, 정작 작가가 "오프라의 독자는 내 독자와는 다르다"며 선정을 사양해 더 유명해지면서, 책 안 읽기로 유명한 미국에서 순소설로는 드물게 100만부 이상을 팔았다.


작품의 인기 비결은 역설적이게도 근대문학으로의 회귀다. 작가는 디지털시대의 짧고 선명한 서사 방식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미국 중산층 2대를 700여쪽의 방대한 이야기로 펼친다. 미국의 살아있는 전설 필립 로스가 전통적 문체로 순소설의 건재함을 증명한다면, 프랜즌은 근대소설 양식을 입체적으로 재현하며 영미문학의 희망을 보여준다.

여기, 한때 가부장적 독재자였으나 파킨슨병에 걸려 힘없는 노인으로 전락한 가장 앨프레드가 있다. 가족을 노예처럼 다루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자신의 뜻과 다르게 자상한 아버지가 되지 못한다. 자식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 그는 억압적이고 냉정한 아버지란 오해를 받는다. 타인의 시선과 물질적 안위에 전전긍긍하는 아내 이니드는 행복한 가정을 간절히 바라지만, 갈등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환상과 속물성에서 위안을 찾는다. 남편의 압제에 눌린 그녀가 일 년 내내 기다리는 건 가족들의 갈등이 잠깐 봉인되는 크리스마스 파티다. 언뜻 보기에 이 가족의 일상은 여느 가족처럼 평범하지만, 이 부부의 억압된 삶은 자식에게 대물림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는 소설은 가족구성원 각자의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건드린다.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가장 강한 큰 아들 개리는 부모의 호감을 사는데 최선을 다하며 자랐다. 그의 눈물겨운 노력은 훗날 아내와 자식의 호감을 사려는 노력으로 전이되고, 오히려 스스로를 억압하는 구실로 작용해 우울증으로 발전한다. 대학에서 인문학을 가르치는 작은 아들 칩은 종신 교수 승진을 얼마 앞두고 제자와의 연애가 발각되는 바람에 대학에서 쫓겨난다. 칩은 여동생 드니즈에게 빌린 돈으로 룸펜 생활을 하다 유부녀 애인을 따라 리투아니아로 도망친다. 가부장적 아버지를 사랑했던 막내 드니즈는 어른이 되어 페미니스트 동성애자가 된다. 오랜 소통 단절을 겪은 가족은 앨프레드의 파킨슨병을 계기로 모이게 되고, 가족의 갈등은 이니드가 일 년 내내 기다린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절정을 이룬다.

소설은 현대 미국의 평범한 가정을 통해 21세기 신자유주의, 소비 지향적 문화, 대학 사회의 비리 등을 광범위하게 고발한다. 평론가 정과리의 말처럼 '시간의 마모와 사회의 타락으로 붕괴하는 한 세계'를 통해 '거품 같은 현대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구성과 인물은 전통적이지만, 현대 독자 취향에 맞춰 짧고 희극적인 문체를 구사한다. 날카롭고 익살스럽게 현대 가정의 비애를 투명하게 그린 작가의 입심이 읽는 맛을 더한다.

암울한 가족 `인생 수정`위한 고군분투기
암울한 가족 `인생 수정`위한 고군분투기
美 4대 위대한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 작품…10년만에 국내 출간
인생수정 / 조너선 프랜즌 지음 / 김시현 옮김 / 은행나무 펴냄

`미국의 위대한 소설가` 4명 중 한 명으로 뽑혀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조너선 프랜즌(53). 그의 장편소설 `인생 수정`(은행나무 펴냄)이 10여 년 만에 국내에 출간됐다.

이 소설은 현대 미국판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이라고 할 만한 프랜즌 대표작이다. 거대한 가족 드라마를 통해 사회 전체 문제를 드러낸다. 2001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했으며 퓰리처상, 펜ㆍ포크너 문학상 등 최종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됐던 책이다.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 선정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극찬해 큰 주목을 끌기도 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초능력자나 영웅이 아닌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한 꺼풀 벗겨보면 가식적인 규범에 눌려 억압과 구속에서 버둥대고 있다.

가부장적인 독재자였지만 파킨슨병에 걸려 힘 없는 노인으로 전락한 앨프레드, 팍팍한 삶과 남편의 압제로 크리스마스에 모든 것을 건 이니드, 우울증에 시달리는 개리, 탈출에 대한 환상으로 현실도피하는 칩, 남성을 거부하고 여성을 갈망하는 드니즈까지. 세 자녀는 부모에게서 이어지는 불행의 대물림에서 도망치려고 버둥거리지만 오점투성이 인생을 수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수에 실수를 거듭하며 자기 파괴로 내달아 비참하게 내려앉은 램버트 가족의 불행과 좌절.



저자 조너선 프랜즌. <사진 제공=Greg Martin>
하지만 실낱 같은 자존감과 희망을 버리지 않은 이들은 인생을 수정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암울한 현실을 벗고자 분투하는 램버트 가족의 모습은 치열하면서도 사실적이다.

저자는 한 가족의 단절과 해체를 드러내는 동시에 사회 전체 문제를 함께 보여준다. 오랜 세월 자신을 소모했던 앨프레드 이야기는 거대 철도회사가 붕괴하는 사회를, 대학에서 쫓겨나 리투아니아로 도망친 칩은 동유럽 국가의 몰락을, 억눌러 오던 여성에 대한 갈망을 해방시킨 드니즈 이야기는 불륜과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한 가정을 통해 인간 사회 전체를 조망하고 대형 서사로 이끌어가려는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내면으로 파고드는 오늘날 전형적 소설 흐름에서 벗어나 프랜즌은 인간 그 자체를 분석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미국사회 이면을 밝히고자 했다.

저자 조너선 프랜즌은 1996년 문예지 `그란타`가 선정한 `미국 문단을 이끌 최고 젊은 작가 20인`에 들었고 1999년 `뉴요커`에서 발표한 `40세 미만 최고 젊은 작가 20인`에 뽑혔다. 2010년엔 9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자유`로 `타임` 표지를 장식했으며 2011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정슬기 기자]

[책과 삶]억압·욕망에 뒤틀린 가족, 어긋난 삶을 수정하다
[책과 삶]억압·욕망에 뒤틀린 가족, 어긋난 삶을 수정하다윤성노 기자 ysn04@kyunghyang.com
▲인생수정…조너선 프랜즌 지음 | 김시현 옮김 | 은행나무 | 736쪽 | 1만8000원

조너선 프랜즌은 작가로서는 이례적으로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인물에 올랐다. 그가 2010년에 장편소설 <자유>를 내놓았을 때다. 타임은 그를 ‘위대한 미국 소설가’라고 소개하며 그의 소설 <자유>에 대해 ‘그의 인물들은 미스터리를 해결한다거나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다거나 미래에 살지 않는다. 조너선 프랜즌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자유>보다 9년 일찍 출간된 장편소설 <인생수정>도 그런 ‘프랜즌 소설’의 전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생수정>은 가부장적이고 독재적인 가장을 둔 램버트가(家), 다섯 구성원들의 뒤틀린 삶과 그들이 어긋난 인생을 스스로 ‘수정’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족들 위에 군림하며 모든 것을 통제했던 가장 앨프레드가 파킨슨병에 걸려 힘없는 노인으로 전락한다. 남편에게 눌려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그의 아내 이니드는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거실을 다시 꾸미기로 마음먹은 이니드는 남편이 애지중지하던 의자를 버리기로 한다. 그녀가 의자를 버리는 이유는 단 하나. “나는 저 의자가 싫어요”, 그것뿐이다. 그것은 그녀가 남편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그녀는 이제 무엇도, 그 무엇도 자신의 희망을 죽일 수 없다고 느꼈다. 그녀는 일흔다섯 살이었고,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갈 터였다.’

앨프레드의 세 자녀도 독재자인 아버지의 영향에서 도망치기 위해 방황한다. 그러나 큰아들 개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의 삶을 닮아가 가정불화와 우울증에 시달린다. 작은아들 칩은 현실 도피적인 삶을 산다.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욕망을 억압당했던 딸 드니즈는 섹스에 탐닉해 불륜과 동성애에 빠져든다.

앨프레드의 파킨슨병이 심해진다. 모든 것을 자신이 통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도 자신의 몸과 마음조차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아들에게 “나 좀 도와다오” 부탁을 한다. 앨프레드도 삶의 막바지에서 자신의 인생을 ‘수정’하는 것이다.

조너선 프랜즌은 <인생수정>에서 다니던 철도회사가 파산한 앨프레드, 주식투자로 자기만의 재산을 만들어나가는 이니드, 대학사회에서 쫓겨나 리투아니아로 건너갔다 돌아오는 작은아들 칩 등 다섯 식구의 삶을 통해 부조리한 인간사회의 문제를 드러낸다.

‘인류는 다른 종을 몰살시키고, 대기를 온난화하고, 인간과 닮은 것들을 전반적으로 파괴할 기회와 지구를 지배할 권리를 가졌지만, 그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프랜즌의 소설은 근래에 유행한, 개인의 내면과 감정을 기술하는 ‘사소설(私小說)’과는 다르다. 탄탄한 서사 구조 속에서 사회문제를 드러내고 비판하는 ‘사회소설(社會小說)’적인 면모를 강하게 드러낸다.

[책꽂이] 지식의 탄생 外
△인생 수정(조너선 프랜즌)=단절과 해체로 얼룩진 오늘날 가족문제를 활달한 유머와 깊은 비애라는 양날의 칼로 저며내 찰스 디킨스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소설(은행나무·1만8000원).

문화 [책꽂이] 내 인생의 영화 外
△인생 수정(조너선 프랜즌)=미국 문단을 이끄는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조너선 프랜즌의 장편소설. 램버트 가족은 실수를 거듭하는 자기파괴적인 인물들이지만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저마다 길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김시현 옮김/은행나무/1만 8천 원.
교보문고 북뉴스 이것은 고전의 향기! 조너선 프랜즌의 『인생수정』
2001년 전미도서상 수상, 퓰리처상, 전미비평가협회상, 펜포크너 문학상 최종 후보,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 선정, 여러 언론에서 뽑은 2000년대 최고 소설 TOP 10…

대체 어떤 책이 이렇게 요란하게 환영을 받았나? 그러나 조너선 프랜즌의 『인생수정』을 처음 집어 든 독자는 다소 당황할 수도 있다. 가볍고,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고, 실험적인 요즘 소설들과 비한다면 시대착오적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정통파’이기 때문이다. 이건 21세기의 소설이라기 보단 어딘지 19세기 문학 같이 느껴질 정도다. 혹자는 이 책에 대해서 토마스 만의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을 얘기할 정도라니 이 책의 분위기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소설은 한때 가족 내의 독재자였지만 지금은 파킨슨병에 걸린 힘없는 노인인 앨프레드와 남편의 압제에 눌린 채 살아가는 아내 이니드, 그리고 이들의 세 자녀로 이루어진 램버트 가족의 이야기다. 작가는 지극히 평범한 미국의 한 가족의 초상을 통해서 - 앨프레드의 이야기를 통해서 철도회사의 붕괴를, 리투아니아로 도망친 둘째 아들 칩을 통해 동구권 국가의 몰락을, 딸인 드니즈의 인생에서는 불륜과 동성애를 -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평단의 찬사만 받은 ‘저주받은 걸작’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미국에서만 160만부, 전세계적으로 4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그것은 인생의 실수들을 하나하나 수정해가며 작지만 따뜻한 희망의 불씨를 키워나가는 램버트 가족의 이야기가 보편적인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고전이란 시간의 도전을 받고 그 시험을 통과한 책들에게만 주어지는 명예지만, 어떤 책들은 태어날 때부터 ‘고전의 향기’를 풍기기도 한다. 조너선 프랜즌의 『인생수정』은 바로 그런 책이다.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
leftfield@kyobobook.co.kr, 트위터@lastwaltz77
알라딘서재 6월 5일 한홍구 추천
"이미 망한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국내에 먼저 소개된 <자유>처럼 <인생 수정> 역시 무너진 가족의 연대기다. ‘마치 소설 같은’ 영광과 추락은 별로 없고, 신선한 표현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재기 넘치는 문장을 읽는 ‘맛’만으로 읽어낼 수 있는 작품도 아니다. 이쯤 되면 재미 없는 소설이라 부를 법도 한데 이상하게 그렇지가 않다. 주인공 앨프레드의 기괴한 의지 때문이다. 권태와 오욕을 온몸에 휘어감고 자기 나름의 (잘못된) 방향을 향해 가족을 이끌어 온 초로의 남자를 비출 때, 그는 비록 왜곡되었지만 번쩍거린다. 파킨슨 병에 걸려 쪼그라드는 육신과 ‘실패한 과거’들이 강제로 복기되는 상황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의지는 너무 순수하고 ‘리얼’해서 비난할 수가 없다. 깨닫지도 못하고 회한에 접어들지도 못한 의지, 타인은 물론이고 자신의 육체조차 감당하지 못하게 된 그 의지는 어디에서 오는가? 왜 이미 실패한 삶을 포기하지 않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우리는 그 실패한 삶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수 차례 다짐해 놓고 어느새 그 뒤를 밟고 있는가?

<인생 수정>이 그 질문들에 답을 던져주지는 않는다. 질문의 중요성을 격상시킬 뿐이다. 그 어떤 ‘달라 보이는’ 삶을 살더라도 이 질문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시키는 것이다. 물론 피할 수 없는 질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고 해서 우리가 갑자기 답을 구하게 되지도 않을 것이다. 문제는 결론이 아니라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태도에 관해서라면, 역시 앨프레드를 한번 만나 보시기를 권한다. <느릅나무 아래의 욕망> 시대에서 금방 날아온 듯한, 그러나 우리 곁에도 버섯처럼 수없이 돋아 있는 이 불굴의 미스터리들을 다시 마주하기 위해서 말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의 글 : 소설 전반에 걸쳐 시시각각으로 터지는 지적 익살과 희극적 광경들 그리고 요란한 수다를 감싸는 활달한 유머와 깊은 비애는 바로 우리 스스로 삶을 수정할 계기들을 기포처럼 뿜어낸다. – 정과리 (문학평론가)
디킨즈와 톨스토이의 계보를 잇는 위대한 작품의 탄생. – 가디언
모두가 읽는 문학작품. – 타임
인생수정
[독서신문] 조너선 프랜즌을 미국 대표 작가 반열에 오르게 한 소설 『인생수정』이 10여년 만에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단절과 해체로 점철된 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회 전체의 문제를 드러내는 작품으로, 인간 자체에 대한 분석이자 가족과 사회의 조망이다. 한때 가부장적인 독재자였으나 파킨슨병에 걸려 힘없는 노인이 된 앨프레드, 남편의 압제에 눌려 사는 이니드, 이들의 세 자녀로 구성된 램버트 가족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춘다.

■ 인생수정
조너선 프랜즌 지음 | 김시현 옮김 | 은행나무 펴냄 | 733쪽 | 18,000원
연합뉴스 <신간> '인생 수정' 외
▲인생 수정 = 조너선 프랜즌 지음. 미국의 4대 생존작가로 꼽히는 저자의 장편소설. 한때 가부장적 독재자였으나 이제는 파킨슨병에 걸려 힘없는 노인으로 전락한 알프레드, 남편의 압제에 눌린 채 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에 대한 희망으로 자신을 지탱하는 이니드, 그리고 이들의 세 자녀의 이야기다.

은행나무. 736쪽. 1만8천원.
중부일보 조너선 프랜즌 장편소설 '인생수정'
미국의 4대 생존작가로 꼽히는 조너선 프랜즌의 장편소설 ‘인생 수정’(은행나무)이 우리말로 출판됐다.

작가의 최근작 ‘자유’는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도서로 선정되고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 때 읽고 극찬을 하는 등 수많은 화제를 낳았으며 미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기념을 토한 바 있다.

이번에 소개되는 ‘인생 수정’은 프랜즌을 미국 대표 작가의 반열에 서게 해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2001년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전미도서상뿐 아니라 그 해의 가장 뛰어난 영문학 작품에게 수여되는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작품은 단절과 해체로 얼룩진 어느 가정의 가족사를 통해 사회 전체의 문제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때 가부장적 독재자였으나 이제는 파킨슨병에 걸려 힘없는 노인으로 전락한 알프레드, 남편의 압제에 눌린 채 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에 대한 희망으로 자신을 지탱하는 이니드, 그리고 이들의 세 자녀의 이야기다.

앨프레드와 이니드의 자녀 개리와 칩, 드니즈는 부모의 불행이 드리워놓은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끝없이 발버둥치는 존재이다. 가정 불화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큰아들 개리,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도망에 도망을 거듭하는 작은아들 칩,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계속 억누르고 부정하는 딸 드니즈.

오랜 소통 단절로 가족으로서 기능하지 않고 있던 램버트 가족은 앨프레드의 파킨슨병을 계기 삼아 모이게 되고, 가족의 갈등은 이니드가 일 년 내내 기다렸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절정을 이룬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가족구성원 각자의 드라마에는 다양한 사회적 요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 세월 자신을 소모하고 억압했던 앨프레드의 이야기를 통해 거대 철도회사의 붕괴를, 순간의 실수로 대학 사회에서 쫓겨나 리투아니아로 도망친 칩의 이야기를 통해 찬란했던 동구권 국가의 몰락을, 지금껏 억눌러 오던 여성에 대한 갈망을 해방시킨 드니즈의 이야기를 통해 불륜과 동성애를 그려낸다.

작가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지닌 현대 미국 가정의 초상을 통해 21세기의 삶과 문화라는 거대한 캔버스 안에서 신자유주의, 소비 지향적 문화, 대학 사회의 비리 등을 광범위하게 분석하는 사회 소설적 면모를 보여준다.

이효선기자/hyosun@joongboo.com
[파이낸셜투데이] 단절된 미국 가정의 초상, '인생수정'
오늘날 미국 문단을 이끄는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조너선 프랜즌의 대표작 <인생 수정>.

단절과 해체로 얼룩진 가족사를 통해 사회의 문제를 드러낸 이 소설은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여러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찬사를 받았다.

작가는 현대 미국 가정의 초상을 냉철하면서도 희극적인 필치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가족 각자의 드라마 속에는 21세기의 삶과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출판사 : 은행나무
저자 : 조너선 프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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