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뒤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온 마케터 M군입니다. 눈도, 마음도, 입도 즐거운 휴가였지만 덤으로 눈병까지 챙겨왔습니다. 게다가 일교차가 심해서 어제부터는 몸살 기운까지… 그래도 이번주만 버티면 “추석”이라고 하니 힘을 내서 견뎌야겠지요.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작년 겨울, 한국을 방문해 은행나무 직원들은 물론이고 한국팬들에게 많은 추억을 남기고 가신 요시다 슈이치. 『누구』를 쓴 아사이 료에 따르면 요시다 슈이치는 정말로 만나보기 어려운 작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요시다 슈이치와 술도 같이 마셨다고 하니 깜짝 놀라며 진짜냐고 묻더라구요. 네.. 진짜입니다. 논현동에서 행사를 마치고 가로수길을 거닐며 M군이 요시다 슈이치에게 직접 이 곳이 한국에서 가장 가파르게 땅값이 치솟고 있는 곳이라는 설명도 해드렸는걸요.
그날 참 많은 대화들을 나누었는데, 그 중에 영화로 만들어진 <요노스케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죠. 지금까지 그 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9편이나 되는데, <요노스케 이야기> 역시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사실 M군이 처음으로 읽은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이 바로 『요노스케 이야기』인데요, 그래서 싸인도 특별히 그 책에 부탁드리기도 했습니다. 이번 연휴에는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받은 이 영화를 꼭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11월에는 <원숭이와 게의 전쟁>이 드라마로 방영된다고 합니다. 총 6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인공 준페이역을 요노스케를 연기했던 코라 켄고가 맡았더라구요. 한 때는 약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다고 하는데, 암튼 이 드라마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아마도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또 다시 포스팅을 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 2.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요시다 슈이치만 생각하면 떠들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좀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아이고~~ 민망하여라…) 지난 달에 출간된 그분의 신작 『사랑에 난폭』. 이미 읽어보신 분도 있으실텐데, 이번 소설은 바로 결혼과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흠.. 그래서인지 마케팅회의를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사랑과 전쟁>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죠. 그러나 막장으로 치닫는 통속적인 소설은 물론 아닙니다.
스릴러 가미한 일본판 ‘사랑과 전쟁’
…. 하지만 요시다는 작품을 그저 막장으로 끌고 들어가지 않는다. 주인공들의 내면을 심각하게 파고들지도 않는다. 그저 한 가정이 서서히 붕괴되는 모습을 담담히 그릴 뿐이다. 소설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불륜녀의 일기, 3인칭 서술, 모모코의 일기가 반복되는 점이다. 여럿이 같은 일을 보고서도 느낀 점은 모두 다르듯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문제인 사랑 문제가 서로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기에 좋은 기법이다.
한 가정이 붕괴되는 모습을 느끼게 되는 인상적인 구절이 있어 잠깐 소개를 해드리면…..
전화가 울린 것은 슈퍼에서 사온 식재료를 냉장고에 넣고 있을 때였다. 최근에는 거의 휴대전화로 와서 집 전화로 걸려오는 것은 전화요금 할인서비스 마케팅 전화 정도밖에 없지만, 병원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어서 냉동식품을 바닥에 남겨둔 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전화는 분명 연결되었는데 상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잠시 상대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희미하게 숨소리만 들렸다. 순간 섬뜩해져서 수화기를 귀에서 뗐다. 끊어버리려고 수화기를 되돌려놓으려다가 왠지 문득 그 손이 멈췄다. 틀림없이 희미한 숨소리가 들린다. 완전히 무음이 아니라 가까이서 텔레비전이 켜져 있는 것처럼도 들린다. “누구세요?” 용기를 내서 물었다. 송화구가 상대의 입가에 닿았는지 바스락거리는 마른 소리가 난다. 문득 상대가 여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순간, 두런거리는 남자 목소리가 났다. 뭔가 아주 짤은 말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리고 곧 전화가 끊겼다. 모모코는 수화기를 든 채,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지금 들은 남자의 말을 떠올리려고 했다. 바라? 바스? …… 바스…… 타월? 그 순간 핏기가 가셨다. 단순한 일용품인 ‘바스타월’이라는 말이 자신의 지금 생활을 깡그리 무너뜨릴 것 같은 느낌으로 귀에 울렸다. |
# 3.
이 작품은 2011년 9월부터 1년에 걸쳐 나가사키 신문, 오키나와 타임즈 등에 연재되었던 ‘사랑의 난폭(愛の乱暴)’을 단행본화한 작품으로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사랑에 난폭(愛に乱暴)’ 으로 제목을 바꿨다고 하네요. 전작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를 통해 남성적인 느낌의 하드보일드 첩보 스릴러를 선보였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스타일을 완전히 바꿔 결혼 8년차 평범한 주부의 일상을 통해 결혼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전형적인 여성소설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장, 스미듯 공감을 자아내는 모모코의 결혼 생활에 대한 묘사는 때론 소름끼치도록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물론 불륜을 저지른 아들도 나쁘지만 은근히 며느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투의 이야기도 등장하지 않을 수 없겠죠.
결혼과 함께 안정된 직장을 버렸지만, 남편은 어린 여자와 바람이 나서 덜컥 임신을 시키고…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시어머니로부터 점차 냉대를 받게 되는 결혼 8년 차의 모모코. 과연 이 사랑의 끝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 4.
요시다 슈이치의 책을 많이 출간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이번 신간을 포함하면 무려 은행나무에서만 12종을 출간했더군요. 그래서 준비해보았습니다. 이름하여 요시다 슈이치 신작 『사랑에 난폭』출간 기념 작가전!!! 이벤트 기간 동안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혹은 에세이를 구매하시는 분들께 추첨을 통해 깜짝 기프트박스를 드립니다.
지난 겨울, 시간이 없어서 사인회에 참여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5분께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작가 친필 사인본을 드리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으니…(게다가 추가 적립금도 드립니다) 깜빡하고 아직 구매하지 못한 요시다 슈이치의 도서가 있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