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도미난스, 인간을 지배하는 자!

# 1.

이 외에도 실로 다양한 호모... 시리즈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실로 다양한 호모… 시리즈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라틴어에서 인간을 가리키는 말인 호모(Homo). 아마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시작해서 호모사피엔스로 끝나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 대해 들어보신 기억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호모사피엔스 이후에도 호모와 결합된 새로운 단어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지요. 온라인 서점에서 ‘호모’로 검색을 해보니 너무나 많은 책이 출간되었기에 제가 읽어본 책들만 표지를 모아 보았습니다.

요한 호이징하가 쓴 <호모 루덴스>는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읽었던 책으로 기억합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대학 시절 한 학기 내내 손에 들고 놓지 않았던 책이죠. 호모 루덴스란 놀이하는 인간을 의미합니다. 모든 형태의 문화에는 놀이의 요소가 숨겨져 있고, 그래서 인간은 본래 놀이하는 존재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지요.

다음 책은… 바로 검색하는 인간 호모 서치엔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씀하지 않아도 다들 검색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많이 공감하시겠죠? 어쩌면 검색을 하다가 이 포스팅으로 넘어오셨을 분도 분명 계실 테지만… 인문학적인 담론이 담겨있는 책은 아니고, 네이버에서만 줄창 검색하시는 분들에게 보다 실무적인 테크닉을 제시해주는 가볍게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호모도미난스>. 바로 지배하는 인간입니다. 잠깐 본문을 좀 인용해드리면….

유인원들은 두 발로 서는 능력, 손을 사용하는 능력, 그리고 두뇌를 사용하는 능력을 갈고닦아서 호모사피엔스가 됐죠. 대뇌피질이 어떻게 두터워지고 사고능력이 어떻게 복잡해졌는지는 그 자신들조차 몰랐을 거예요. 최초의 인간들은 자신이 주변의 호모에렉투스와는 다른 종이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을 거예요. ….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전자가 우리도 모르는 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을 개발해냈어요. 바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우리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이죠. 우리는 새로운 종, 신인류입니다. 우리는 호모사피엔스의 다음 단계, 호모도미난스입니다.

# 2.

의 장강명, 그가 돌아왔습니다.

<표백>의 장강명, 그가 돌아왔습니다.

88만원 세대의 상실감을 그린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장했던 장강명 작가. 얼마 전에는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을 수상하시기도 하셨죠.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 열광하는 오타쿠 청년의 실화를 소재로 한 성장 소설이라니… 저도 읽고 싶네요, 포스팅 마치고 바로 구매하러 다녀오겠습니….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기자로 11년간 일하다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장강명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호모도미난스>입니다. 각설하고, 아무래도 전작 <표백>이 대표작이라고 생각했기에 위와 같은 짤을 만들고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바로 한겨레출판사 페이스북 담당자가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분은 짧은 댓글을 하나 남겼더랬습니다. 그런데… 평소 안면이 있어 웃자고 댓글을 하나 달았더니..

더 이상의 댓글놀이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의 댓글놀이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 3.

가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운영하다 보면 영혼도 모르는 사이에 손가락이 먼저 키보드를 때리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댓글놀이를 하고 있던 와중에 등장하신 장강명 작가님 때문에 심장이 쫄깃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마음 한편에는 이놈의 숫자놀이 어디까지 가는지 이벤트나 해볼까…라는 생각도 해보고 있었기에 바로 그만두기로 마음을 고쳐먹었죠. 그나저나 하니북 담당자는 삼겹살을 얻어먹었는지 궁금해지는군요.

여튼 계속해서 홍보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저는 이런 것을 써보았습니다.(자동으로 음성 지원모드가 작동되신다면 여러분들도 어쩔 수 없는 중년 탐정의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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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한 마을에 두 명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보름 전이었습니다.

14세 소년인 후지이 스스미가 온몸에 피를 뒤집어 쓴 채 주택가 골목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본 한 주민이 경찰서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마침 자리에 있던 오카모토 반장은 바로 현장으로 뛰어가서 그 소년을 만났습니다.

소년은 극심한 충격에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 듯 했습니다.

그사이 경찰은 핏자국을 추적해 스스미의 집을 찾아냈고,그 빌라에서 소년의 할머니와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해냈습니다. 최종 검시 결과, 소년의 할머니는 자신이 손에 들고 있던 칼로 자해를 했고, 어머니의 사인은 뇌졸중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끔찍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건의 유일한 증인이자 어쩌면 용의자일 수도 있는 소년을 조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경찰서 내의 CCTV를 확인한 결과, 우리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녹화된 영상에는 오카모토 반장이 경찰서 본관 정문까지 스스미를 배웅하는 장면이 선명하게 담겨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스스미를 풀어준 이유에 대해 소년이 ‘내보내줘!’라고 말하자 왠지 모르게 그 말에 따라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기묘하게 얽힌 사건의 전말을 알기 위해서 취재를 하던 도중 우리는 다른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새로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호모사피엔스의 다음 단계, 호모도미난스입니다. 우리는 먼저 호모도미난스를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 4.

호모도미난스과정

‘누군가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자신에게 ‘힘’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힘’을 얻은 자는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겠죠. 저자는 인터뷰에서 “작품에 심오한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지만 그저 재밌게 읽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 재미와 함께 윤리적으로 생각해 볼 만한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비록 작품에서는 정신조종능력이라는 환타지적인 요소를 차용하고 있지만, ‘누군가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들은 역사 속에 언제나 존재해왔었고, 물론 지금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역사는 쓰였고, 또한 앞으로 인류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처음 소개해드렸던 <호모 루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마무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랜 시간 책을 보며 기말고사 대신 제출해야 할 레포트는 <놀이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었죠. 그때 무슨 자신감에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대답은 Yes. 인간은 놀이를 통해서만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고, 그러므로 우리 모두 놀이에 전념해야 한다… 라는 뉘앙스의 보고서를 제출했던 기억이 납니다.

<호모도미난스>의 마지막 장을 읽으며 그때의 저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인간에게 놀이, 검색 그리고 힘 등은 일종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이죠.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장강명 작가가 보여준 ‘힘의 사용법’은 그래서 누군가에게 더 울림 있게 다가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류 국내소설 | 출간일 2014년 10월 29일
사양 변형판 150x210 · 340쪽 | 가격 13,000원 | ISBN 9788956607894
장강명
월급사실주의 소설가. 연세대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 입사해 11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2011년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을, 《댓글부대》로 제주4·3평화문학상과 오늘의작가상을,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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