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슈이치 3년 만의 장편소설

원숭이와 게의 전쟁

지음 요시다 슈이치 | 옮김 이영미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2년 12월 19일 | ISBN 9788956606613

사양 변형판 128x188 · 556쪽 | 가격 7,500원

분야 해외소설

책소개

“착한 사람이 손해 보는 세상이어서는 안 돼!”

정치 신인 vs 5선 현역 의원, 겁 없이 출발한 싸움

정의가 무시 당하는 이 뒤틀린 세상을 향한

보통 사람들의 통쾌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 요시다 슈이치 3년 만의 신작 장편 ★

 

교활한 원숭이가 착한 게를 속여서 게의 재산을 갈취한 후에 게를 죽여버린다. 이에 증오심에 가득 찬 게의 새끼들이 계략을 꾸며 원숭이를 죽여 복수한다.

요시다 슈이치가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 소설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행나무 刊)의 제목은 바로 이 일본의 전래 동화에서 따온 것이다. 힘 없는 약자들이 힘을 합쳐 강한 자를 쓰러뜨린다는 동화의 뼈대는 《원숭이와 게의 전쟁》의 커다란 줄기를 이루고 있다.

나이, 직업, 처한 상황, 미래의 꿈 등이 천차만별인 여덟 명의 주인공들의 공통점이라면 단 하나, 현재 사회에서 소위 ‘약자’라고 불리는 위치에 있거나 한때 그랬다는 것. 하나의 사건을 통해 이들은 기묘하게 엮이게 되고 운명처럼 모이게 된다. 그리고 서로 도와 거대한 사회 권력, 기득권층에 맞선다.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현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의 약자를 그려왔던 슈이치의 능력은 이번 작품을 통해 절정을 이룬다. 작가 스스로 집필하면서 “캐릭터의 존재 자체를 느낄 수 있었다”라고 했을 만큼 세심하게 표현된 캐릭터들은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이는 독자로 하여금 이 작품이 전하고 싶은 ‘희망’이라는 메시지에 더 가깝게 다가서게 한다.

새끼 게들의 원숭이를 향한 반란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데서 짜릿하다. 파문이 일 듯 서서히 커지는 《원숭이와 게의 전쟁》의 기분 좋은 긴장과 통쾌함은 우리 ‘보통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선물이자, 특권이다.

 

외로운 대도시 속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

다양한 캐릭터들의 정교한 변주곡

“처음에 정해져 있던 것은 뺑소니 사건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것, 그리고 첫 장면에서 미쓰키가 가부키초에서 어린 아이를 안고 앉아 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요시다 슈이치는 딱 이 두 가지만 갖고 작품을 시작했다. 영화 <악인> 촬영 당시 나가사키의 고토 열도 지역에 갔다가 들어간 술집에서 만난 종업원이 인상에 강하게 남았던 작가는 그녀를 다음 작품의 캐릭터로 삼았는데, 그가 이번 《원숭이와 게의 전쟁》의 주인공 캐릭터 중 한 명인 미쓰키다.

시골 호스티스인 미쓰키가 남편 도모키가 일하고 있는 신주쿠 가부키초의 한 어스름한 뒷골목에서 갓난아이를 안은 채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에서 이 작품은 시작된다. 도모키의 친구인 바텐더 준페이는 이들에게 자신이 목격한 뺑소니 사건에 대해 털어놓는다.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잡혀 들어간 것에 대해 이들은 진범을 협박하기로 하지만, 그로 인해 이들과 주변인들의 인생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작품을 살아 숨쉬게 하는 리얼리티

허를 찌르는 감성적 문장

주간지에서 꼬박 1년 간의 연재. 48번의 마감을 통해 완성된 소설.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정리된 플롯도 없이 ‘무모하게’ 시작되었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작가 특유의 섬세한 디테일을 뿜어내는 작품이다.

갓난아기 업고 남편 찾아 상경한 호스티스, 가부키초의 변변찮은 바텐더, 인기 없는 호스트, 정치계에 입문하는 게 꿈인 음악가 비서, 범죄와 연루된 첼리스트, 신주쿠의 베테랑 술집 여주인, 수감된 아빠를 둔 여대생, 시골에서 혼자 사는 90대 할머니. 각양각색 다채로운 여덟 명의 주요 캐릭터와 그 리얼리티는 《원숭이와 게의 전쟁》을 지탱하는 뿌리다. 그들은 여러 조연 캐릭터들과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 사건에 연루되고 헤쳐나가는데, ‘실제로 저런 인물이 도시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치밀한 설정과 심리 묘사가 압권이다.

이 작품에는 도시와 시골, 대학생과 할머니, 유명 인사와 뒷골목 주먹 등 지금 이 시대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평범’하게 그려져 있다. 책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히 나오는 주요 캐릭터들의 내레이션이 함유한 일상성과 평범함은 《원숭이와 게의 전쟁》만의 개성이기도 하다. 작가는 보통 사람들의 그저 그런 일상이야말로 드라마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바텐더 출신의 청년이 정치 베테랑 5선 의원과 의원 선거에서 맞붙는 설정을 위해 작가는 선거 코디네이터를 직접 만났다. 그에게 자신이 작품 속에서 만들어낼 상황 등 여러 가지를 물어 “하기 나름일 테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라는 말을 듣고 확신을 갖고 썼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리얼리티에만 주력한 작품은 아니다.

미나토의 온몸에 에노모토 요스케를 차로 치었던 순간의 감촉이 되살아났다. 앞 유리 저 앞으로 찻길을 건너는 술 취한 에노모토의 모습이 보였을 때, 움켜쥐고 있던 핸들의 감촉, 힘껏 밟은 액셀러레이터의 감촉, 운전석에 덜컹 하고 등이 파묻혔을 때의 감촉 그리고 그때까지의 모든 기억들이 덩어리로 바뀌며 튀어나갈 것처럼 전해진 전신의 파열감. 모든 게 끝날 때까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앞 유리 너머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육박해 온 에노모토 요스케의 얼굴은 헤드라이트에 비쳐 넋이 나간 것처럼 멍했다.

 

누군가를 자동차로 치어 살해할 당시의 묘사다. 그러나 끔찍하지 않고 감성적이다. 이렇게 작가의 문장은 이성과 감성, 양극의 균형을 잘 맞추며 절묘한 조화를 이끌어낸다. 현대 대도시의 소시민을 주인공으로 한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범죄 미스터리 소설 같은 긴장과 청춘 소설 속 성장담의 상쾌함, 정치 소설이 줄 수 있는 무게감 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약자에 대한 따스한 시선

현실도 동화처럼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등장인물들이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상적인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장소’를 발견한다.’ 이것도 소설을 쓰는 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시다 슈이치만큼 ‘약자’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가 있을까. 지금까지 작품들을 통해 보여줬던 소위 현대 사회의 힘 없는 사람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뜨겁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 속 주인공 여덟 명은 딱히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살면서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는 사람들이다. 인생이 제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들. 작가는 그들에게 행복한 인생을 주고 싶었다.

작품 속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바텐더는 정치 신인이 되어 정치 베테랑과 대결을 하고, 그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인생에 없을 것만 같았던 소중한 것, 희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향해 달려간다. 그 안에서 각자 인생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지금까지 과거의 이야기만을 썼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내일을 말하고 싶어졌다”는 작가가 그린 내일은 밝고 청명하다. 어린 시절 누구나 들었을 법한 동화처럼. 그러나 그동안 시대와 맞닿은 작품들을 거치며 더욱 예리해진 현실적 감각이 더해져 그 밝은 내일이 ‘진짜’처럼 느껴진다.

전 그렇게 생각해요. 남을 속이는 인간에게도 그 인간 나름의 논리가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남을 속일 수 있는 거라고. 결국 남을 속이는 인간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반대로 속아 넘어간 쪽은 자기가 정말로 옳은지 늘 의심해 볼 수 있는 인간인 거죠. 본래는 그쪽이 인간으로서 더 옳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세상은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인간은 아주 쉽게 내동댕이쳐요. 금세 발목이 잡히는 거죠. 옳다고 주장하는 자만이 옳다고 착각하는 거예요.

 

현실 같은 동화가 동화 같은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두근거림,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 매일 자신이 옳은 것인지 의심하고, 속으며 살아온 여덟 명의 주인공 그리고 바로 우리 보통 사람들에게 《원숭이와 게의 전쟁》을 통해 작가가 주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일 것이다.

작가 소개

요시다 슈이치 지음

1968년 일본 나가사키현에서 태어나 호세이대학교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1997년 《최후의 아들》로 제84회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 2002년 《퍼레이드》로 제15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파크 라이프》로 제127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작가로 급부상했다. 2007년 《악 인》으로 제34회 오사라기지로상과 제61회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을, 2010년 《요노스케 이야기》로 제23회 시바타렌자부로상을 받았다. 현대인의 감성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동시에 세련된 문장과 탁월한 영상미를 발휘하는 그는 현재 일본 문학계를 대표 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의 작품 중 《퍼레이드》 《악인》 《요노스케 이야기》 《분노》 등은 영화화되었으며, 《동경만경》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그 외 작품 으로 《다리를 건너다》 《사랑에 난폭》 《원숭이와 게의 전쟁》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랜드마크》 《캐러멜 팝콘》 등이 있다.

이영미 옮김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과 《캐러멜 팝콘》 번역으로 일본국제교류기금에서 주관하는 보라나비 저작・번역상의 첫 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분노》 《요노스케 이야기》 《공중그네》 《마법의 주문》 《막차의 신》 《불타버린 지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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