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다..당황하고 있는 M군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요시다 슈이치의 <원숭이와 게의 전쟁>을 토대로 제작한 드라마를 보고 포스팅을 할 생각이었으나. 큰 기대없이 보기 시작한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에 깊은 감동을 받은 나머지 서둘러 각종 자료를 모아 글을 써보겠다는 다짐을. 흠흠…
기자라 이즈미의 첫 장편 소설,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이 작품에 대한 출간 검토는 사실 지난 여름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저희가 검토했던 많은 일본 소설들이 ‘힐링’을 모티브로 삼고 ‘음식’을 곁들이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중엔 게시판에 올라온 소설의 제목만 보고도 “또야…” 라는 반응이 이어졌으나, 유일하게 이 작품에 대해서만은 편집부원들이 긍정적인 의견을 적어주셨더라구요.
그리하여 결국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은 5월에 국내에 출간되었고, 10월 5일부터는 NHK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을 마쳤습니다. 총 7회로 제작된 드라마를 저는 지난 주말 이틀에 걸쳐서 모두 보고 말았는데요… 역시 드라마는 한큐에 봐야 제맛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 2.
그녀는 7년 전 남편과 사별했다. 결혼한 지 겨우 2년, 남편은 고작 25세였다. 그 후로도 그녀는 이제 그저 ‘시부’라고만 부르는 시아버지와 함께 정원에 은행나무가 있는 고즈넉한 단층집에서 살고 있다. 결혼하자는 애인도 있지만, 어쩐지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하루를 보내며 둘은 자신의 남편 혹은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무언가 자연스럽지 않은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동거. 세상을 떠난 가즈키의 제단에 갓 지은 밥 한 공기를 올리는 것으로 두 사람의 일상은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하루씩 번갈아가며 어제 아침에 올렸던 식어버린 찬밥으로 식사를 하지요. 일드를 보시는 분이라면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이라는 제목만 듣고 자연스럽게 <심야식당>이나 <고독한 미식가>를 떠올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소설에서는 음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드라마에서는 맛난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먹방도 자주 등장하는 편입니다. 심지어 이 드라마의 오프닝은 말이죠… 보는 이의 미각 세포들을 일순간에 깨워버리는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잠깐 보실까요?
그리고… 이 드라마에는 무려 <울트라맨>에도 출연하신 적이 있다는. <나의 핀란드 여행>의 저자 가타기리 하이리도 나온답니다. 치과의사선생님으로 말이죠. 이름만 들어서는 누구인지 모르실 분들을 위해 사진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사실 기자라 이즈미는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드를 좋아하시는 분들 중엔 매니아라고 불릴 정도로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호기심이 발동하면 참지 못하는 M군은. 그래서 <카레빵>이 출간되기 전에 우선 기자라 이즈미의 첫번째 작품인 <수박>을 보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 작품에서도 검사 역으로 나오는 가타기리 하이리를 먼저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혹시 기자라 이즈미 사단이라고 불리울만한 배우들이 또 있을지도….
#3.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고, 잠시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릴께요. 그들의 첫번째 드라마인 <수박>의 시청률은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코다 구니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무코다 구니코는 일본의 드라마 각본가이지 소설가라고 하는데요, 그의 공적을 기리고자 1981년에 이 상이 창설되었다고 하죠. 아무튼 그들의 <수박>을 보고 한 편집자가 그들에게 소설을 집필하실 수 있겠느냐. 라며 연락을 드렸다고 합니다. 그때가 바로 2003년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4년 9월 22일. 소설 집필을 의뢰했던 담당 편집자는 장편 소설의 1화를 받아냈다고 합니다. 완성된 원고는 A4 용지 21매였으며 팩스로 왔다고 하네요. 바로 <카레빵>의 첫번째 꼭지 ‘무무무’는 그때 완성된 것이지요. 물론 아직 초고 상태였고, 그 외 등장인물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겠죠.
그런데… 한달이 지난 10월. 이즈미 쓰토무가 뇌출혈로 쓰러지고 맙니다. 함께 작업을 했던 메가 도키코는 그를 간호하느라 정신 없는 날들을 보낼 수 밖에 없었죠. 집필작업이 중단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을 터. 정확하게 언제 이즈미 쓰토무가 건강을 되찾으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등장인물과 그 외의 설정만 함께 의논하고 나머지는 부인인 메가 도키코가 혼자 집필하게 됩니다. 물론 글이 막힐 때면 다시 남편의 아이디어를 얻어 이야기를 풀어갔다고…
각설하고, 오랜 시간 그들의 소설을 출간하기 위해 공을 들이던 편집자는 그 회사의 사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루 빨리 소설을 완성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2011년 8월 30일. 업무를 인계 받은 편집자와 처음으로 만나게 되죠. 그리고 2013년 1월 15일 <카레빵>의 마지막 꼭지를 완성합니다. 물론 이때에는 팩스가 아니라 이메일을 통해서 원고를 받았다고 합니다.마침내 2013년 4월 <카레빵>은 10년만에 걸쳐서 독자들에게 선을 보이게 되지요.
2014년 일본 서점 대상 2위를 차지하고, NHK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화제를 모았으니, 이 정도면 아마 일본에서 가장 촉망받는 신인 작가가 아닐까.라고 생각해봅니다. 담담하고 따뜻한 일상으로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자들에게 힘을 주는 그들의 새로운 작품을 빨리 읽을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이번 블로그 포스팅은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