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라 두 번째 북콘서트, 관계를 다룬 두 작가를 만나다

노벨라 두 번째 북콘서트 비하인드 스토리에 이은,
<마리의 사생활>의 최민경 작가와

<재인, 재욱, 재훈>의 정세랑 작가가 함께 한

은행나무 노벨라 두 번째 북콘서트 이야기

# 1.

최민경,정세랑작가

아니, 대체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른 건지. 벌써 노벨라 두 번째 북콘서트 이후에 20일이나 지났네요. = 최민경·정세랑 작가의 대화를 궁금해하신 독자분들을 20일이나 기다리게 함.(그래도 북콘서트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름 공들여 올렸으니 봐주세용)
이제, 노벨라 두 번째 북콘서트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한층 더 나아가서 본격적으로 <마리의 사생활>과 <재인, 재욱, 재훈> 두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행사는 노벨라 NO.2 <그랑주떼>의 김혜나 작가와 NO.3 <선화>의 김이설 작가가 만났으니, 이번에는 그 뒤를 잇는 노벨라 NO.4 <마리의 사생활>과 NO.5 <재인,재욱,재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자타공인 두 미녀 작가인 최민경 작가와 정세랑 작가가 만났습니다!

사실 두 미녀 작가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더랬죠. 은행나무 블로그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유심히~ 지켜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 작가는 북콘서트 3주 전인 2월 4일에 만나 서로 인사도 나누고~ 사전 영상도 찍고~ 그리고 행사에 참석해주신 독자분들에게 드릴 노벨라 사운드 CD에 미리 사인을 하는 시간도 가졌지요. 그 틈을 타서 JIN양은 이리저리 파파라치 노릇 하기에 바빴고요.  최민경 · 정세랑 작가와 금정연 서평가의 북콘서트 초대 영상 을 찍을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보자면…부끄러움을 많이 탔던 최민경 작가가 “저는 작가가 되면 책으로 말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이렇게 영상까지 찍게 할 줄이야”라는 말을 남겼고 그 뒤로 6번의 NG를 냈다. 그런데 막상 북콘서트가 끝난 뒤엔 굉장히 뿌듯해 하고 즐거워하셨어요. 무대 체질이신 듯~. 두 분은 그렇게 함께 식사도 몇 번 하시고, 서먹했던 분위기를 푼 후에 북콘서트 자리에서 만나신 거죠. 아아 또 서론이 길어졌네요. 이제 두 작가의 대화를 들어봅시다.

# 2. 

세 분의 밝은 표정만큼이나 화기애애했던~

세 분의 밝은 표정만큼이나 화기애애했던~

노벨라 두 번째 북콘서트에 참석해주신 독자분들에게 인사해주세요.

최민경 : 정말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는 전업 작가인 남편과 주로 집에서만 작업을 하기 때문에 밖에 나올 일이 별로 없는데…(웃음) 은행나무에서 마련해주신 이런 뜻깊은 자리에서 독자분들을 직접 뵙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정세랑 : 소중한 휴식 시간인 평일 저녁에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셨으니 제가 갖고 있는 것을 최대한 많이 드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벨라 사운드를 듣고 오셨는데, 어떠셨나요?

최민경 : 저는 <재.재.재> 북사운드트랙이 정말 좋아서 제작자인 헤르츠디어가 저보다 정세랑 작가님을 더…(ㅋㅋㅋㅋ) 농담이고요. 제작자님께 하나의 텍스트를 이렇게 귀로도 즐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정세랑 : 저는 정말 집에서 <재.재.재>의 주제곡인 <IF YOU RESCUE ME>를 무한 반복해서 들었거든요. ‘이 곡을 틀어놓고 책을 읽으면 더 집중이 잘 되겠다’싶을 정도로 제 책이 갖고 있는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 제작자님(노벨라 사운드의 제작자이자 재재재의 담당 편집자)께서 어떤 장르를 원하는지 물으시기에 “보사노바요”라고 하니까 표정이 확 굳으시더라고요.ㅎㅎㅎㅎ 우려와는 다르게 정말 좋은 노래가 나왔어요.

서로 상대 작가의 작품 중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낭독하는 중

서로 상대 작가의 작품 중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낭독하는 중

<마리의 사생활>과 <재인, 재욱, 재훈>에 대한 소개를 듣고 싶어요.

최민경 : <마리의 사생활>은 저희가 살면서 맺게 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긴데요. 특히 이 소설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마리라는 친구가 엄마와 단둘이 사는 하나의 집에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나와 마리뿐만 아니라, 마리가 하나의 엄마와 관계 맺는 방식, 또 하나가 상준과 관계 맺는 방식을 포함하여 각기 다른 사람들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과 또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 같은 게 서로 다르게 그려져 있는데요, 저는 이 소설을 쓰면서 ‘우리가 나 아닌 타자를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썼던 것 같아요.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결국 하나는 마리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장면이 있잖아요.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한 번쯤은 이 이야기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정세랑 : 제가 작가 생활을 시작한 후에 지금처럼 독자분들을 직접 만나 뵐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그때마다 제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굉장히 상냥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재인, 재욱, 재훈>을 통해 친절한 사람들에게 ‘당신과 같은 친절한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가, 얼마나 고마운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실 <재.재.재>에 등장하는 삼남매도 겉으로 보기엔 그렇게 친절해 보이지 않잖아요.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따뜻한 삼남매입니다.

<마리의 사생활>은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겁내고, 자신을 열어서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지 않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이고, <재인, 재욱, 재훈>은 다른 사람을 구한다는 행위, 그러니까 타인과의 관계 만들기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더라고요. 안쪽과 바깥쪽으로 가는 방향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나와 타인의 관계가 주제라고 보았습니다.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시고 소설을 쓰셨나요?

최민경 : 언젠가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마리의 사생활> 속 관계란 원하면서도 쉽사리 다가갈 수 없는 것이라면, <재.재.재>의 관계란 밖으로 손을 뻗기 위해 노력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저희 둘 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어요.

정세랑 : 데뷔하기까지 몇 번의 고배를 마셨는데, 그때마다 심사평이 ‘주인공들이 너무 고민이 없고 밝다.’라는 거였어요. 고치려고 노력했으나 제가 사람 자체가 낙천적인 사람이라 고치기 힘들더라고요. 그나마 <이만큼 가까이>에서 그 밝은 기운을 억지로 눌러서 썼기에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을 수 있던 게 아닐까…

두 분 다 관계라는 것을 말씀해주셨는데, <마리>는 타인의 다정함을 겁내고 <재인, 재욱, 재훈>은 타인에게 다정하고자 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람에게 ‘관계’란 어떤 것이기에 이렇게 하나의 소설로 탄생할 만큼 중요한 것일까요?

최민경 : 저는 사람마다 자기만의 어떤 ‘폐허’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저에게는 그것을 훔쳐보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냥, 그런 자기만의 폐허라든지 그런 어떤 삭막하고 쓸쓸한 부분들을 들여다보면서 그 사람만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것이 재미있고요. 또 그런 상상을 통해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다 보면 결국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하나의 스토리가 탄생하기도 하고, 뭐 그런 작업들이 그 자체로 저에게는 의미가 있고 또 스스로 위안을 얻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정세랑 :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하면서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는 별로 없을 거예요. 한계가 있으니까요.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정도에 따라 작가가 글을 오래 쓸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고 해요. 그래서 아마 작가들이 관계에 집중하는 게 아닐까. 무게 중심을 내가 아닌 타인에게 두는 것이죠.

# 3.

이제는 노벨라 북콘서트의 마스코트가 되어버린 '노벨라 케이크'와 함께

이제는 노벨라 북콘서트의 마스코트가 되어버린 ‘노벨라 케이크’와 함께

글을 쓰기 위한 소재를 어디서 구하시는지?

정세랑 : 글을 쓰기 전에 주인공의 직업을 실제 갖고 있는 친구에게 인터뷰지를 보내요. 예를 들어 <재.재.재>에 등장하는 재인은 대덕연구단지에서 일을 하는데, 실제로 그 연구단지에서 일하는 연구원인 친구에게 질문을 하는 거예요. 쉬는 시간은 어떠니, 팀별 업무는 뭐니, 야근은 얼마나 자주 하니. 이렇게 질문을 하면 생각보다 더 흥미로운 대답을 들려줘요. 그리고 친구들의 이름을 정말로 주인공의 이름으로 써서 그 리얼리티를 살아나게 하죠.

최민경 : 특별한 것은 없고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해요. 서평을 읽을 때도 운이 좋으면 한 줄의 문장을 보고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 가끔가다 일상에서 글을 쓰기 위한 영감이 떠오르면 감사할 따름이에요.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최민경 :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에요. 어차피 그 시간은 지나가니까… 그 시간을 고스란히 다 겪어야 슬럼프도 지나가는 것 같아요.

정세랑 : 김탁환 작가의 사무실에 가본 적이 있는데, 김탁환 작가는 진도에 맞춰 하루 30매씩 작업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참 멋져 보여서 흉내라도 내 보려고 오전에 10매를 쓰고 오후에 고치는 식으로… 규칙적으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한번 막히면 잠도 안 오고 …그런 상태가 오지 않게 하려면 평소에 윤활유를 많이 쳐줘야 하는 것 같아요. (윤활유라 함은 조금씩이라도 규칙적으로 쓰려고 하는 마음 상태?)

상대 작가의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정세랑 : <마리의 사생활>을 읽고 난 뒤, ‘아마 최민경 작가님은 굉장히 여성스러운 분이실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글에도 섬세하고 정교한 심리 묘사가 드러나니까요. 실제로 뵈니까 너무 동안이셔서 충격을 받았어요. (초대 영상을 찍으시며 부끄럼을 타시는 최민경 작가를 보고,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셨다고…카메라 앞에서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신 게 아닐까)

최민경 : 정세랑 작가는 제가 갖고 있지 않은 성격을 많이 가진 것 같아요.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건강하시고 상상력의 폭의 넓고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크다고 할까. 저는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글에는 자신이 없는 편인데, 제가 갖고 있지 않은 부러운 점을 갖고 계신 정세랑 작가와 가까이 있으면 저도 절로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질문 시간]

<재.재.재>의 삼남매는 형광빛이 나는 칼국수를 먹고 초능력이 생기는데, 먹는 것과 초능력을 연관시키게 된 계기는? 왜 하필 그 음식을 골랐는지?

정세랑 : 되게 엉뚱한 일을 계기로 주인공들이 초능력이 생기게 하고 싶었는데, 고민 끝에 제가 파주에 좋아하는 해물 칼국수 집을 떠올렸어요. (아, 거기 땡땡칼국수집이요? 라고 최민경 작가님이 말씀하셨다. 파주에서는 아주 유명한 칼국수 집인가 본데…그 맛이 궁금하다) 되게 독특해요. 해초도 조금 들어가고…아 이렇게 아무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한 소재를 써서 능청스럽게 그려내야겠다 싶었어요.

글을 쓰기 전에 제목을 미리 정하는지, 작품을 쓰다가 제목을 정하는지?

최민경 : <마리의 사생활>은 처음에 제목을 정하지 못했어요. 원래는 <하나의 마리>로 하려고 했었는데요, <마리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을 담당 편집자에게 보냈더니, 주로 남성분들이 좋아하셨다고…! (아마 뭔가 있는 줄 알고…ㅋㅋㅋㅋㅋ….아…남자란…)

10년 후에 어떤 작가가 되어 어떤 작품을 쓰고 싶은지?

최민경 : 10년 후에도 계속 글을 쓰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작품이 나오면 작가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도 많고요. 독자와 작가가 모두 만족하는 그런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정세랑 : 한국의 출판 시장이 많이 달라졌어요. 독자층도 줄어든 것 같고…‘어떻게 하면 이 축소되는 출판 시장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요. 앞으로는 출판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져서 제가 트위터 등의 SNS에 종을 치고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도 드디어 변화가 왔습니다!” 라고요.(JIN양도 동참하여 종을 치고 다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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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서트에 와주신 분들은 그 때 기억이 좀 되살아나시나요? 못 오셨던 분들은 이렇게라도 두 작가의 대화를 들어보시니 어떠세요?(세 번째 북콘서트에서는 꼭 뵈어요, 여러분) 공을 들여 준비한 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참석해주신 독자분들의 반응도 좋고 후기도 올려주신 분들이 꽤 있어서 JIN양을 비롯한 은행나무 식구들도 뿌듯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잠시 후에 ‘노벨라 세 번째 북콘서트 with 황현진, 최진영 작가’ 회의가 있는데요, 세 번째 북콘서트에는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뵐지…기대가 많이 됩니다. 저희는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가 독자 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북콘서트를 비롯하여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혹시 노벨라 북콘서트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 있으신 분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JIN양은 잠시 후에 있을 세 번째 북콘서트 회의 준비를 하러 가보겠습니다.

노벨라_블로그배너이미지

사랑의 시작은 우리가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난 뒤부터가 아닐까
시리즈 은행나무 노벨라 4 | 분류 국내소설 | 출간일 2014년 11월 12일
사양 변형판 130x199 · 128쪽 | 가격 8,000원 | ISBN 9788956608174
“누군가를 구하는 일은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특별한 경험이야”
시리즈 은행나무 노벨라 5 | 분류 국내소설 | 출간일 2014년 12월 24일
사양 변형판 130x199 · 172쪽 | 가격 12,000원 | ISBN 9788956608334
최민경
1974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2006년 《진주신문》 가을문예와 2008년 제3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나는 할머니와 산다》 《십자매 기르기》가 있다. 자세히 보기
정세랑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0년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이만큼 가까이》가 있다. 2013년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았다.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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