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라 세 번째 북콘서트, 나의 연애상담소

<달의 의지>의 황현진 작가와 <구의 증명>의 최진영 작가가 운영하는
‘노벨라 연애 상담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

당신의 연애는 안녕하십니까? 노벨라 연애 상담소, 이제 시작됩니다.

당신의 연애는 안녕하십니까? 노벨라 연애 상담소, 이제 시작됩니다.

노벨라 세 번째 북콘서트 후기 1탄이었던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에서는 <달의 의지>의 황현진 작가와 <구의 증명>의 최진영 작가의 각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지금부터는 앞에서 작가님들의 솔직한 연애 경험담도 들었던 만큼 본격적으로 연애 상담의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JIN양은 북콘서트 행사 진행을 도우면서 마지막에 이런 멘트를 했었어요.

“은행나무 직원이 아닌 것처럼 뒤에 앉아서 두 작가님께서 들려주시는 연애 상담을 듣고 고개만 신나게 흔들어댔네요. 막 손들고 제 연애 고민 털어놓고 싶었어요.ㅋㅋㅋㅋ황현진•최진영 작가님, 두 분이 제가 아는 언니들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ㅜㅜ”

과연 노벨라 연애상담소의 ‘언니들’은 어떤 대답을 해주셨는지, 독자분들께서 사전에 보내주셨던 사연 먼저 들어보시죠.


 

#2.

노벨라 연애 상담소에 도착한 첫 번째 사연입니다.

 

 

#1

 

저는 고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년 동안 사귄 동갑 여자친구는 이제서야 취업 준비를 시작했고요.
한쪽만 바쁜 게 아니라, 둘 다 정신 없이 지내기에 서로 미안한 상황인데요,
저는 이 상황이 버겁고 힘들어 결국 여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서로를 위해서는 그게 더 낫겠다 싶기도 했고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해본 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 났거든요.

지금 제 상황에선 연애를 하더라도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여자친구는 이렇게 둘 다 힘들 때일수록 더 함께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제 마음을 돌리려고 하네요. 여자친구의 말처럼 힘든 상황일수록 함께 있어야 하는 걸까요? 저만 너무 이기적인 건가요?

최진영 : 제 소설에 보면 그런 구절이 있어요. “행복하자고 같이 있자는 게 아니야.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자는 거지.” 그게 평소 제 생각이기도 해요. ‘구’가 ‘담’에게 말하길, “희망 없는 세상에선 살 수 있지만 너 없는 세상에선 죽기 싫어. 그래서 나는 죽기 싫어.”

이 사연을 보내준 분에게 제가 개인적으로 여쭤보고 싶은 것은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진 건지, 이 상황이 힘든 건지, 정말 냉정하게 생각해보시고 자기 자신한테 되물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사랑하는 마음보다 이 사람이 버겁게 느껴지는 마음이 더 크다면 ‘취준생과 고시생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황현진 : ‘준비생’ 시절은 언젠가 끝나거든요. 그러니까 말이죠…준비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헤어져야겠다고 하는 것은 핑계죠. 왠지 그 사람은 평생 준비생으로 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악담은 아니구요.ㅎㅎㅎㅎ 헤어지자 그래ㅎㅎㅎㅎ

금정연 : 네, 감정이입이 절제된 답변 잘 들었고요. (일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노벨라 연애 상담소에 도착한 두 번째 사연입니다.

 

#2

마치 영화 제목 같지만, 저는 6년째 한 사람과 연애 중입니다. 연애 초반에는 다들 그렇잖아요. 상대방의 모든 것이 궁금하고 남친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요. 그렇지만 그것도 언제적 이야기인지 모르겠네요.

주변에서 장기 연애 비결을 물어볼 때면
“어….우리? 자주 못 만나서 그래. 장거리 연애잖아”라고 답합니다.
저희 커플이 사귄 6년이라는 기간만 길어 보이지, 사실 서로 붙어 지낸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한 사람과 연애를 하면서도 권태기가 오지 않았고요.

하지만 요즘은 연애의 끝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 사이가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 이젠 그 사람이 무얼 해도 무슨 말을 해도 관심이 없어요. 그냥 그렇구나…하고 말죠. 어쩌면 제 마음이 변한 것도 같습니다.

이제 이 관계를 끝내야 할 시점이 온 건가요? 한편으론 다른 남자를 만나도 지금 남자친구와 사랑한 것처럼 그럴 수 있을까…무섭기도 해요. 무려 6년의 시간을 함께 했기에 그 시간이 뭉텅, 우리가 함께한 추억도 뭉텅 빠져나갈까봐 망설여져요.

 

금정연 : 이번 사연은 <달의 의지> 속 상황과 굉장히 흡사한데요. 3년만 6년으로 바뀐 것 같은데…
황현진 작가님께서 대답을 잘 해주실 것 같아요.

황현진 : 아니에요. 제가 보낸 거 아니에요. (극구 부인ㅋㅋㅋ) 저도 장기 연애를 해봤는데, 뭉텅 빠져나가지 않았어요. 제 머릿속에서 빠져나간 건 있겠지만, 저는 그 사람이 느껴져요. 우리가 헤어졌고 연락하고 지내지 않지만요. 저는 예전엔 외출을 10번을 하면 3번은 다시 집으로 되돌아갔어요. 놓고 간 게 있어서요. 그러나 저는 그 사람과 연애를 한 뒤 바뀌었어요. 그 사람이 날 변화 시킨거죠. 집에서 나올 땐 자동적으로 전기 콘센트를 모조리 빼고요. 그건 그 사람이 저에게 알려준 것이에요. 굉장히 사소해 보이는 습관이지만, 저는 그런 저의 바뀐 행동 속에서 그 사람을 떠올려요.

…전…정말 괜찮아요…..(다시 눈물 좀 닦고 오겠습니다.)

최진영 : 제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어요. 제가 사연 보내주신 분의 동네 아는 언니라면, 저는 현실적으로 말해주고 싶어요. “헤어지든가, 결혼하든가”. 감정적으로 답변해드리자면, 지금 만나는 사람과의 사랑을 똑같이 또 할 수는 없어요. 똑같은 사랑은 없어요. 불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복불복이에요. 이 사람보다 훨씬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평생 이 사람을 그리워하며 살 수도 있어요. 이 사람과 6년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겪은 많은 감정과 충만함을 이 사람과 헤어지면 모두 잃게 돼요. 그러니까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셔야 할 것 같아요.

 


#4.

노벨라 연애 상담소에 도착한 세 번째 사연입니다.

 

#3

두 달 전에 이별을 겪게 되었습니다. 처음 사귄 남자친구에게 당한 첫 이별이어서 그랬는지 더욱 가슴이 아프기도 했고, 그 여운도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한 달 동안은 정말 무기력하게 지냈어요. 이별하고 나면 누구나 이렇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나한테 문제가 있나보다. 내가 매력이 없나 보다 생각하다가 조금 지나면 나랑 안 맞는 사람이었네 하고 넘어가는 것 같은데…저는 아직까지 저한테 매력이 없었나 보다 단계라서 그런지 요새 너무 자존감이 바닥이에요. 자신도 없구…

이별을 하고 나면 유일한 좋은 점은 사랑 받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에요. 누군가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세상 사람 다 나한테 뭐라고 하더라도, 한 사람만은 나를 좋아해 주는 것이니까 난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 라는 것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이별은 사람, 사랑에 대한 소중함을 알려주는 것 같네요.
금정연 : 그러고보니, 우리 <마녀사냥>에 출연한 것 같네요. 그린라이트 어디 갔나요.ㅎㅎㅎ 이 사연이야말로 두 작가님께서 동네 언니의 입장에서 진솔한 답변을 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최진영 : 저는 세상에서 이별을 겪는 일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별을 겪는다는 것을 좋은 말로는 성숙해진다고도 표현할 수 있지만, 사랑을 하다가 헤어짐을 겪으면 제 인격 자체가 변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잊혀지지가 않아요. ‘잊혀지지 않는다는 건 내가 결국 그 사람들을 잊기 싫어서가 아닐까.’ 굳이 잊으려고 애쓰지 말고 자연스럽게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떠올리고 사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분이랑 따로 만나서 대화를 하고 싶네요. “너는 그 사람이 왜 헤어졌어? 어떤 점이 좋았어? 데이트는 자주 했니? 왜 싸웠어?” 이런 대화를 하다 보면 그분에게 저절로 위로가 될 것 같아요.

황현진 : 이건 성격 차이인데요, 저는 이별하고 나서 저런 식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을 보면 혼내는 스타일이에요. “자존감이 왜 떨어지느냐”라고요. 저는 오히려 연애를 할 때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은데요, 이별하고 나서 누군가는 힘든 건 당연한 거잖아요. …..제가 그래서 <달의 의지>를 썼지 않습니까? 저는 소설을 쓰면서 헤어진 후의 후폭풍을 견뎌냈어요. 저는 <달의 의지>를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속에 제 자존감은 남아있겠죠.


여기까지 노벨라 연애상담소였습니다. 어떠셨어요? 앞선 ‘노벨라 세 번째 북콘서트 후기 1탄’에 달린, 당시 북콘서트에 참석해주셨던 분들이 친히 댓글을 남겨주시어 이 분들의 댓글을 보는 것으로 대리만족하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잊지 않으셨죠? 노벨라 네 번째 북콘서트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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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진
2011년 장편소설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로 제16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자세히 보기
최진영
1981년 출생. 2006년 《실천문학》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와 소설집 《팽이 》가 있다. 한겨레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자세히 보기

4 + 7 =

  1. 김주영
    2015.05.26 11: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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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진영
      2015.05.26 2:43 오후

      웃음 많은 페이스북 관리자님이라니ㅋㅋㅋ웃음 많은 사람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로그 글을 다시 보니 노벨라 북콘서트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셨나 보군요~ 그것만으로도 대만족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