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산 1,628개를 다 포개 놓은 높이보다도
시의 높이와 깊이와 넓이는 한정 없기만 하다” _미당 서정주
여기 전저(前著) 『화사집』, 『귀촉도』에서 선한 것 26편과 『귀촉도』 이후의 작품 20편을 합해서 『서정주시선』이라 이름했다. 이렇게 추려 놓았어도 무엇이 많이 모자라는 것 같아, 그저 마음이 후련찮을 따름이다.
살아 있는 동안 계속해 애써 보겠다.1956년 11월 2일_시인의 말
<자화상>이 포함된 『화사집』과 <푸르른 날>이 포함된 『귀촉도』. ‘살아 있는 동안 계속해서 애써 보겠다’던 그는 10대 중반 시 습작을 시작해 99년까지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1000편이 넘는 시를 썼습니다. 무엇보다 미당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명시를 많이 남겼죠. 평론가 유종호 씨는 “미당 시는 음악성이 뛰어나 쉽게 기억된다. ‘기억촉진적’이라고 할 만하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가령 ‘애비는 종이었다’로 시작하는 <자화상>, 국민 애송시라고 해야 할 <국화 옆에서>, 시인들이 최고의 명편으로 꼽는 <동천> 등의 한 구절쯤은 어렵지 않게 읊조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귀촉도』에 포함된 <푸르른 날>은 가수 송창식이 노래로 만들어 그 자체로 여운이 깊은 명곡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JIN양에게도 지난 6월 29일(월)에 동국대에서 그 노래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미당 서정주 탄생 100주년과 시 전집 출간 축하행사가 열렸었거든요. 미당이 태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을 하루 앞두고 문단을 넘어 다양한 문화계 인사들이 참여해 미당의 시와 삶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배우 윤정희는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반주에 맞춰 <자화상>을 낭독했고 박정욱 명창은 신명 나는 판소리로 ’100세 잔치굿’을 풀어냈으며 가수 송창식은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호흡을 맞춰 시 <푸르른 날>에 선율을 얹었습니다. 현장에서는 노래를 듣느라 동영상 촬영을 하지 못한 관계로 ‘EBS 스페이스 공감’ 동영상을 url를 첨부합니다.
“가수들에게 자신의 시를 허락하지 않기로 유명한 미당 서정주 시인이 어느 날 내게 넌지시 ‘푸르른 날’은 노래 만들기가 쉬울 거야!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내게 자신의 시를 허락하셨구나 싶어 곡을 붙여 찾아갔더니 아주 좋아하시더라고요. <푸르른 날>은 제가 서정주 시인에게 헌사한 곡이에요.”_송창식
미당 서정주 탄생 100주년 기념
사후 첫 정본 시전집 출간
“시중에서 미당 전집을 구할 수 없었다고?!” 미당 전집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든 의문점이었습니다. 미당 전집은 1974년 일지사가 전 5권으로 처음 펴냈고, 이후 민음사에서 시 전집을 1983년, 91년, 94년 세 차례 출간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 재계약 과정에서 전집을 산문까지 확대하자는 유족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계약이 종료되었습니다. 그 이유로 지난 몇 년 동안 그의 전집을 구할 수 없었던 거죠.
미당 서정주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미당 시전집(전5권)은 첫 시집 『화사집』(1941)부터 마지막 시집 『80소년 떠돌이의 시』(1997)까지 15권의 시집과 『서정주문학전집』(일지사, 1972) 제1권의 신작시 55편을 포함, 총 950편의 시를 수록한 미당 사후 최초의 정본입니다.
기존에 출간된 미당 시집의 수많은 오류를 바로잡고, 오•탈자를 수정하였으며, 시집과 전집에서 누락된 시들을 찾아서 싣고, 한자를 한글로 바꾸고, 띄어쓰기를 현대식으로 고치는 등 지금 이 시대의 독자가 최대한 읽기 편하게 편집된 전집입니다. 또한, 각 시집에 실렸던 ‘시인의 말’도 빠짐없이 수록하여 전집을 읽는 독자가 시인이 의도한 시집의 개별적이고도 고유한 시 세계를 음미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미당의 첫 번째 시집인 『화사집』은 100부 한정판으로 간행되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한정판으로 간행하면서 1번부터 100번까지 번호를 매겨 기증했다고 해요.
『화사집』은 100부 한정판으로 간행했다.
1~15번까지는 저자 기증본,
16~50번까지는 특제본,
51~90번까지는 병제본,
91~100번까지는 인행자 기증본이다.
그때를 회상하며 이번 미당 시전집을 출간 기념 시잔치에서 시전집을 구매하신 분들에게 특별한 스티커를 붙여드렸습니다.
구입본의 번호를 매겨 스티커를 시전집 케이스에 붙여드렸는데, 혹시 구입본 1번의 주인공도 이 글을 읽고 계시려나요?ㅎㅎ
<자화상>, <귀촉도>, <국화 옆에서>, <동천> 등 전 국민의 애송시를 남긴 한국의 대표 시인 미당 서정주.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 자서전, 산문, 시론, 방랑기, 옛이야기, 소설, 희곡, 번역, 전기 등 생전에 출간된 저서를 망라한 『미당 서정주 전집』(전 20권)이 시전집을 시작으로 2016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출간됩니다.
또한, 그의 타계 15주년,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 수십 년간 낡은 습작노트 안에 갇혀 있던 미당(未堂) 서정주(1915∼2000) 시인의 미발표시 100여 편이 세상 빛을 볼 예정입니다. 미당의 전집이 완성되기까지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