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헬조선’에서도 누구나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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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헬조선’에서도 누구나 꿈을 꾼다.

어느 가을에 전공 선택을 앞둔 학생과 면담을 했다. 그는 문과대 학생이었는데 의미있는 질문도 자주했고 좋은 발표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가 나의 후배가 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나를 만나 고민을 털어놓았다. 요컨대 인문학을 전공하기가 두렵다는 것이었다. 부모님께서는 실업자가 되기에 알맞은 선택이니 아예 다른 학부로 전과하기를 권유했다는데, 자신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네가 관심이 있는 학문을 선택하렴, 하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이 될까 싶어 그만두었다. 그는 문학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 문학을 전공하면 어떠니, 하고 말하려다가 그것은 더욱 무책임한 말이 될 것이 분명해 역시 그만두었다. 그와의 면담은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당연하지만, 어떤 결론이 나올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그가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물었다.

“교수님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후회하지 않으시나요?”

“나는 …… 후회한단다. 하지만 시간을 돌이켜 스무 살의 나에게 어느 길을 걷겠니, 하고 다시 묻는다면, 역시 죽을만큼 고민할 거야. 지금 행복하냐고 물으면,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가 없어….. 그런데 적어도 나에게 부끄러운 선택은 하지 않았단다. 그래서 … ”

“그러면 버틸 수 있다는 거군요.” 하고 말했다. 그러고는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까지 말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그가 답을 내주었다.

청년들에게 ‘좋아하는 일’은 다시 태어나야 한 번쯤 선택해볼 만한 일이 되었다. 인생을 두 번 선택할 수 없는 이상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하는, 꿈꾸는 것이 꿈이 되어 버린 시대, 그래서 지금은 ‘헬조선’이 된다.

그래도 여전히 꿈꾸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고, 스스로 답을 낼 것이다. 누군가는 현실을 택한 그들을 비난할지 모르지만, 괜찮다. 꿈음 버리거나 짓밟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손을 내밀어 잡을 수 있도록, 이전보다 조금 멀게 곁에 두는 것이다. ‘헬조선’에서도 누구나 그렇게 꿈을 꾼다.

 

출처: 309동1201호,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8090 지식 노동자가 직접 말하는 공감 100% 우리 청춘 분투기
분류 비소설,정치/사회 | 출간일 2015년 11월 6일
사양 변형판 146x216 · 244쪽 | 가격 12,000원 | ISBN 9788956609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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