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백발의 프랑스 할머니 曰 “한국 소설은 처음이지만 소설 줄거리 요약과 서점 추천 글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골랐어요.” 할머니가 고른 책은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었습니다.
[출처] 佛서 위상 높아진 한국문학, <문화일보> 2016.3.23
역시 명작을 알아보는 독자의 눈이란 국적 불문인가 봅니다. 작년 말에는 <7년의 밤>이 독일 유력 주간지 ‘디 차이트’가 선정한 ’2015 범죄소설 톱10′ 목록에 올랐는데요, 순위에 속한 아시아권 작가로는 정유정 작가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독일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7년의 밤>이 출간되었습니다. 출간 날짜는 바로~ 파리도서전이 개막했던 지난 3월 17일이었습니다. 20일에 폐막한 제36회 파리도서전은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는데요, 주빈국(Guest of Honour)으로 참석한 한국관을 찾은 프랑스 문화부장관은 아래의 말과 함께 책을 통한 양국 간 문화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프랑스는 문화가 심장이고 문화의 중심에는 책이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_오드리 아줄라이 프랑스 문화부장관
전 세계 출판사 중 1,500개가 참여한 도서전 전시장 한 부스의 위를 올려다봤더니…어라? 아주 낯익은 작가들의 얼굴이 보입니다. 김중혁•김혜순•이인성•정과리•정유정•김애란•은희경•이승우•한강 등 한국 작가 9명의 사진이 사진이 커다랗게 붙어 있네요. 놀라운 건 한국 작가 사진이 걸린 이 자리가 주빈국인 한국관도 아니고, 프랑스 토종 출판사들만 옹기종기 모인 코너라는 점입니다.
이곳은 한국 문학을 프랑스에 집중 소개해온 출판사 ‘드크레센조’의 부스인데요, 파리도서전의 개막식과 동시에 프랑스판 <7년의 밤>이 출간되어 행사장에 전시되었습니다. 설립 이래 4년 동안 줄곧 한국 책만 내온 프랑스 출판사인 ‘드크레센조’의 대표는 “이 작품은 스릴러 중에서도 문학성이 뛰어나 출간을 결정했다”며 “프랑스에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가 많아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고 합니다. 출간 전부터 서점 1,000여 곳이 구매 의사를 밝혔을 정도라고 하니…과연 그의 예상이 적중했다고 할 수 있겠죠?
“한국소설의 판매율이 해마다 20% 이상 늘어나고 있고
올해는 특히 김애란•정유정 작가에게 독자들이 호감을 보이고 있다”
_프랑스 출판사 드크레센조
도서전 기간 중 현장에서 팔린 한국 서적의 프랑스 저작 판권은 약 1만 건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는데요, 이번 파리도서전을 통해 유럽에서 한국 출판물의 진출과 한국 작가에 대한 소개가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프랑스 독자들에게 정유정 작가가 사인을 해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중 한 사인회에서는 행사 당일 준비해두었던 <7년의 밤>이 완판되어 아쉬워하는 독자들이 많았다고 해요. 사인회뿐만 아니라 도서전의 초청 작가로 참여한 정유정 작가는 김영하 작가, 그리고 프랑스의 추리 소설 작가들과 함께 <오늘날 우리 사회는 누아르 소설이 되었는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테러, 학살, 과잉 개발 및 불합리한 실험 등이 벌어지는 이 사회가 소설을 닮은 것일까요? 아니면 소설이 이 사회를 닮은 것일까요?
소설 속에서 악을 그린 것은 역설적으로 구원을 꿈꿨기 때문입니다. 작품에 담긴 뜻을 외국 독자들도 잘 이해해 줘서 기쁩니다.
정유정 작가는 사회악을 다룬 소설을 예방주사에 비유했습니다. 사회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범죄나 기현상을 소설로 미리 접하면 단지 비판에 그치지 않고 생각할 여지를 갖게 된다는 것이죠.
덧> 오래 기다리셨죠? 3년 만에 그녀가 돌아옵니다!
간척지 신도시 한 복층 아파트를 배경으로 2박 3일간 펼쳐지는, 밀도감과 스릴감이 폭발하는 1인칭 사이코패스 심리 스릴러, <종의 기원>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두근두근….! 정유정 작가는 “평범해 보이는데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내면을 파악하는 것은 그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과연 이번에는 어떤 스릴 넘치는 이야기로 찾아올지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