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소설, 제15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봄의 정원》 편집 후기

#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바야흐로 벚꽃엔딩의 계절 봄입니다. 엊그제 뉴스를 보니, 지난주 여의도 윤중로를 찾은 관광객이 무려 오백팔십만 명이라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 ‘남들 가는 곳에 안 갈 수 없지!’라는 마음으로, 야심차게 여의도에 놀러 갔더랬죠. 엄청난 인파에 휩쓸려, 같이 간 친구와 떨어져 의도치 않게 각자 벚꽃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벚꽃은 참 예뻤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그간 눈치 채지 못했는데, 도로 옆에도 동네 공원에도 집 앞에도 벚꽃, 개나리 등등 여러 봄꽃이 피어 있더라고요. 여름, 가을, 겨울에는 그 봄꽃 나무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요. 이렇게 무심한 탓에 하루에도 수차례 같은 길을 걸어 다니면서도 주변의 풍경 따위 돌아보지 않았던 제게 마치 봄날이 주는 선물처럼 온 소설, 제15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봄의 정원》을 소개하려 합니다.


 

# 주위의 아무렇지 않은 풍경이 소중히 생각되는 소설

여기, 봄 향기를 뿜어내는 듯한 노란 빛깔의 책 《봄의 정원》이 있습니다. 표지를 보시면 책 속에, 벚꽃 사진이 들어간 또 다른 책이 들어가 있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책 속의 책은 바로 이 소설에서 중요한 소재인 ‘봄의 정원’이라는 제목의 사진집을 나타낸 것입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러합니다.

도쿄 세타가야 구의 한 연립주택에 살고 있는 다로는 어느 날, 같은 연립 2층에 사는 여자 니시의 수상쩍은 행동(이웃한 곳에 위치한 물빛 색의 주택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심지어는 몰래 침입하려는…)을 목격합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니시가 이 집에 매달리는 이유는 20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사진집 〈봄의 정원〉 때문이었습니다. 〈봄의 정원〉은 이 물빛 집에 사는 어느 젊은 부부의 일상을 촬영한 사진집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이 사진집을 접하고 대학교 사진부에 들어간 니시의 마음속에는 이 사진집이 인상 깊게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 이사할 집을 찾던 중 우연히 물빛 집을 발견하고 〈봄의 정원〉이 떠올라 물빛 집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마음에 이웃한 연립으로 이사를 왔던 것입니다. 다로 역시 니시가 건네준 사진집을 보고, 또 니시의 이야기를 들으며 점차 물빛 집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물빛 집에 직접 들어가보고 싶다는 니시의 야심찬(?) 계획에 동참하게 됩니다.


 

# 음악으로 말하면 JAZZ도 ROCK도 POPS도 아니고, BGM

조용한 길을 홀로 걸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거리의 풍경과 기억 속에 있는 나고 자란 거리의 풍경이, 건물의 규모나 틈새와의 관계도 사람들의 밀도도 너무나도 달라서 기억 속 거리가 더 멀고 생소하게 느껴졌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본 것을 자기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아니면 천 개는 있었을 그곳 단지 어느 집에서 누가 본 풍경이 어쩌다가 자신의 의식 속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그런 생각까지 들 때가 있었다. _본문 62쪽

물빛 집의 외관과, 그 집의 정원에 대한 니시의 열띤 설명이 펼쳐지는 한편, 이 소설에는 다로의 눈을 통해 보이는 하늘, 공장, 담장, 나무, 벌레 등에 관한 묘사가 가득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책은 읽는다기보다는 영상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고,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시 같이 느껴집니다. 원고 교정을 보는 동안, 참 여러 번 창밖을 쳐다봤던 것 같습니다. 꽃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제 시야에 그동안이라면 당연히 들어오지 않았을 공사장, 낡은 건물, 벤치, 길가에 난 잡초까지. 그런 소소한 풍경들을 바라보며 홀로 상상에 잠기는 시간들이 예상 외로 꽤나 즐거웠답니다.

어느 일본 아마존 독자는 《봄의 정원》을 읽고 이런 평을 남겼습니다.

‘음악으로 말하면 JAZZ도 ROCK도 아니고, BGM’.

자극적인 내용이나 소재도 등장하지 않고,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겠죠. 이 소설은 그저 담담하게 다로와 이웃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강렬하진 않지만, 은은한 매력이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BGM처럼 잔잔하되 누구에게나 잘 어우러지는 소설, 계속해서 귓속을 맴도는 BGM처럼 계속해서 되새기게 되는 소설인 것이죠. 작가 시바사키 도모카가 인터뷰에서 한 말을 마지막으로 편집 후기를 마칩니다.

“영화, 사진, 도시 등을 왜 좋아하냐고 하면, 역시 뭐라고 할까요… 타인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기척이나 현실을. 몇 년 전의 이 도시를 지금의 나처럼 누군가 걷고 있었구나, 사진에 찍힌 사람이 실제로 여기에 존재하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요. 사진을 보고, 거리를 걸으면서 나와 전혀 관계없는 듯한 사람의 일을 문득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는 순간에 저 역시 굉장히 매료되어 있습니다.”

 

봄의 정원_sns배너 1200 627

기억과 만남,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는 소설
시리즈 오늘의 일본문학 | 분류 해외소설 | 출간일 2016년 4월 11일
사양 변형판 128x188 · 156쪽 | 가격 10,000원 | ISBN 9788956609928
시바사키 도모카
1973년 오사카 시에서 태어나 오사카 부립대학에서 인문지리학을 전공했다. 2004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오늘의 사건사고》가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제24회 사쿠야코노하나상을 수상했다. 2006년 《그 거리의 현재는》으로 제23회 자세히 보기

6 +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