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로 알 수 없는 《지루하고도 유쾌한 시간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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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무엇인가? 누구도 나에게 시간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때는 시간이 무엇인지 아는 것 같은데,
정작 묻는 이에게 설명을 하려면, 나는 시간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없다.
_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시간이란 무엇일까요? 사실 시계가 알려주는 시간은 사회적 약속이지, 실제 시간 자체는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철학자 뤼디거 자프란스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인용합니다. “시간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없다.” 정말 시간은 그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정말 말해줄 수 없는 것(!)입니다. 하여 이렇게 알 수 없는 시간에 접근하고자 저자는 ‘지루함’에서 출발합니다. 동물 가운데 지루함을 느끼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기 때문이지요.

“지루함은 내면의 불안을, 욕구는 있으나 채울 길이 없어 느끼는
헛헛한 불안을 끌어들인다. 무엇에든 빠져들 수 없다는 것,
순간에 몰두할 수 없다는 것이 지루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루한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경험할까요? 기나긴 불면의 시간들을 상기해본다면 저자의 다음 말을 공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시간은 멈추어 선다. 시간은 움직이기 싫어하는 관성으로 굳어진다.
시간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남는 것은 어쩔 줄 모르고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는 강박적인 초조함이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사실 우리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기도 하지만, 우리 안에 시간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시간을 만들어가고, 시간이 흐르도록 할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마법에 걸린 듯 꼼짝도 하지 않는 시간이 [가도록]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실존의 자유 그 자체다. 그러나 실존의 해방은 오로지 자신의 결단으로만 일어난다._하이데거, 《형이상학의 근본 개념》

 저자는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단을 내리고(!) 죽은 자아와 세계가 재탄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루함에서 벗어나는 새 출발 (…)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무엇을? 새 출발을.” 지금 당장 결단을 내리고 새 출발을 해야 할 자가 꼭 하나 있는데 말이지요(생각해보니 너무 과분한 말이네요. 종말이어야 하겠습니다).이렇게 해서 저자는 ‘새 출발’의 시간으로 우리를 안내해 갑니다.
이 책은 열 개의 시간을 소개합니다. 지루함이라는 시간, 새 출발의 시간, 근심의 시간, 사회화한 시간, 경제화한 시간, 인생 시간과 우주 시간, 우주 공간의 시간, 고유한 시간, 시간과의 유희, 충족된 시간과 영원.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는 시간은 ‘시간과의 유희’의 시간이었습니다. 문학이 시간의 지배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요. 살짝만 인용해보면,
말과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 이미 오래전에 지나간 것, 아직 오지 않은 것,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조화로운 것과 무의미한 것, 요컨대 상상 밖에는 어디에도 없을 모든 것이 세상에 나타난다. (…)
무엇인가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해방의 근원적인 행동으로 증명되었다.
인간은 평소 지배를 받아야만 했던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를 즐기는 유희를 할 수 있었으니까.

독자분들은 열 개의 시간 가운데 어떤 시간을 가장 즐기실지 궁금합니다. 모두 다 즐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각 장은 어느 한 군데 멈춰도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충분히 매혹적이거든요! 그럼 마지막으로 멋진 저자분 사진 한 장 투척!하고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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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로 잴 수 없는 충만한 시간의 경험
시리즈 일상 인문학 9 | 분류 종교/인문 | 출간일 2016년 12월 1일
사양 변형판 146x216 · 288쪽 | 가격 13,000원 | ISBN 9788956605913
뤼디거 자프란스키
1945년 독일 바덴-뷔르템부르크에서 태어났다. 1965년부터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아도르노에게 철학을 공부했으며, 그 외에 독문학과 예술사를 전공했다. 1976년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서독 노동자문학 발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어서 〈베를린 노트〉의 편집자이자 편저자로 일했다.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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