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라이크로프트 수상록》은 조지 기싱이라는 영국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헨리 라이크로프트라는 가상의 화자를 내세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형식이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에 인생의 사계절을 견주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진솔하게 썼습니다.
무척 아끼는 책인데, 편집 후기를 안 올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려 세 계절 만에 올려봅니다;;
이 책을 만들 때는 겨울이 끝나가고 있었는데 어느새 겨울이 왔네요.
편집자의 게으름이 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했는지 잠시 반성을 하고…
이 책의 ‘겨울’을 잠깐 들여다볼까 합니다.
“불어라, 불어라, 그대 겨울바람이여!”
삶은 내가 바랐던 모든 것을,
아니 내가 희망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내게 주었고,
내 마음속 어디에도 죽음에 대한 비굴한 두려움이 웅크리고 있지 않다.
작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만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화자인 헨리 라이크로프트는 일상에 대한 걱정 없이 책 읽기와 글쓰기, 산책과 티타임과 정원 가꾸기로 이루어진 고요하고 정제된 삶을 살아갑니다. 청춘의 봄과 뜨거운 열정의 여름, 사색하는 가을을 지나 인생의 마지막에 이른 듯한 겨울이 왔을 때, 그의 마음속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도 삶에 대한 걱정도 없습니다.어두운 세상사를 걱정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어두운 날들이 끝나가고 있다. 이제 곧 다시 봄이 찾아올 것이다.
“오늘은 상황이 나빠 보이지만, 내일은 이렇지 않을 것이다.”
독서나 일상에 관한 잔잔한 성찰이 주를 이루는 책이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위와 같은 문구들이 위로를 주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그럼에도 봄이 올 것이라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있지요. 그는 성찰하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저 또한,어느새 성큼 와버린 겨울을 딛고, 우리의 광장 한가운데에 봄이 와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나는 성심을 다해 글을 썼으며, 내 시간과 상황 그리고 내 천성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했다. 나의 마지막 순간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내 일생을 제대로 끝맺음한 긴 과업으로 여길 수만 있다면,
비록 결함이 많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해 완성한 한 편의 전기로 여길 수만 있다면, 그리고 마침내 ‘끝’이라고 조용히 말한 뒤 뒤따라올 안식을 기꺼이
맞이하며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헨리 라이크로프트는 위와 같은 글로 이 책을 끝맺습니다. 작가로서 최선을 다한 한 사람의 진심 어린 한마디가 아닐는지요? 우리는 어떠한 한마디로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