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손을 호호 불며 눈을 질끈 감는 어느 겨울 날, 문득 다가올 봄을 상상하게 될 때가 있지요. 목덜미를 간질이는 따뜻한 바람과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온몸을 감싸오는 달콤한 꽃 향기. 아, 상상만 해도 나른해 집니다. 오늘은 혹독한 추위는 잠시 잊어버려요. 반짝이는 햇살이세상 모든 것에 ‘예쁨’ 필터를 덧씌우는 봄을 상상해 보아요
우리가 상상하는 봄의 모습입니다. 햇빛이 은은하게 가라앉은 봄의 정원에앉아 잔잔하고 감성돋는 책 한 권을 음미하듯 야금야금 읽는 거예요. 향 좋은 허브티도 텀블러에 담아 챙기고, 카메라와 함께 나의 인생샷을 찍어줄 친구나 연인도 챙겨가면(!!) 더없이 좋지요.
춘곤증에 시달리며 쩌억 하품을 하고 난 후, 애절한 눈빛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쳐낸 우리의 모습
하지만 현실은……. 이 사진에 더 가깝습니다… 그나마 저 멍멍이처럼 정원에 널부러질 수 있다면 다행. 풀한포기 없는 원룸촌에 사시는 분들의 경우, 창문을 열면 꽃 향기는 커녕 담배연기만 올라옵니다. 꽃도 별로 안 보이는데 꽃가루 알러지는 어째서 매년 잊지 않고 우리를 찾아오는지! 1월 1일에 야심차게 끊은 헬스장은 발 끊은 지 오래요, 자기계발은 커녕 아침에 10분만 더 잘 수 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아지지요.
꼭, 천천히 읽어주세요.
<봄의 정원>을 쓴 시바사키 도모카는 이렇게 당부합니다. 이 소설에는 하늘, 공장, 담장, 나무, 벌레 등 매일같이 스쳐 지나가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 풍경들이 가득한데요. 마치 카메라 렌즈의 움직임을 좇아 과거와 현재의 공간을 담아낸 연속 사진을 보는 듯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어쩐지 거리를 더욱 구석구석까지 걷고 싶어질 거예요. 잔잔하고 소소하지만, 그래서 마음 한 켠이 아려올만큼 아름다운 순간들을 담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