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詩歷) 오십 년, 윤후명 시의 총체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
시력(詩歷)오십 년, 윤후명 시의 총체
데뷔작부터 최근작들까지 302편 집대성한 시전집 출간
시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윤후명의 시전집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가 출간되었다. 첫 시집 《명궁》에서부터 최근의 《강릉 별빛》까지 네 권의 시집에 실린 작품들과 아직 시집으로 묶이지 않은 <대관령> 연작 등을 포함해 모두 303편의 시가 담겼다.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시인과 소설가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겨온 윤후명은 그동안 수많은 명작들을 통해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한 한편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리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 유수한 문학상을 수상하며 명실 공히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자리매김해왔다. 아울러 시와 소설의 경계를 탈주하는 언어의 아름다움을 웅숭깊게 형상화하며 우리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해 등단 오십 주년을 맞이하여 출간된 <윤후명 소설전집>(전12권, 2017년 7월 완간)에 이은 이번 시전집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는 삶과 사랑의 본질에 대한 탐구와 성찰을 지속해온 그의 시세계를 한 권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뜻깊은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는 이번 시전집을 준비하면서 전체 수록작 한 편 한 편을 일일이 손보았으며, 독자들의 편이를 고려해 기존의 한자들을 대폭 수정하거나 줄임으로써 가독성을 높였다. 시집의 발표순으로 꾸려진 각 부의 말미에는 출간 당시의 문학평론가 김종철, 이숭원의 해설과 창작 당시의 심상을 엿볼 수 있는 ‘시인의 산문’이 함께 실렸다.
“이 시들이 가르쳐주는 길로 나는 어디론가 걸어왔다.”
순수한 사랑과 그리움의 고향을 찾는 오십 년 동안의 노래
먼 길을 가야만 한다/말하자면 어젯밤에도/은하수를 건너온 것이다/갈 길은 늘 아득하다/몸에 별똥별을 맞으며 우주를 건너야 한다/그게 사랑이다/언젠가 사라질 때까지/그게 사랑이다
_윤후명, <사랑의 길> 전문
윤후명 시전집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는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명궁’이다. 시집 《명궁》(문학과지성사, 1975)이 세상에 나왔을 때 문단과 평자들은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피어 오른 고독의 언어들은 낯설었고 두 눈을 부릅뜨고 삶의 복판에 활시위를 당기는 듯 한의 정서마저 느껴졌다.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이승하는 “1970년대 가장 특이한 서정시집은 《명궁》이었다. 현실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시단의 주류를 형성했던 시기에 이러한 초월적 에스프리는 단연 이채를 띠었다”며 《명궁》의 문학사적 의미를 찾는다. 비일상적, 비문법적 특이한 표현들이 기초하고 있는 《명궁》은, 시적 세계의 본질을 이루는 어떤 태도 또는 관점. 언어적 고민이 담겨 있다. 절망과 허무의 세계관. 세계를 바라보는 윤후명의 시선은 대단히 비관적이다. 그러나 감상적이거나 체념에 머무르지 않는다. 환상적인 희망, 헛된 기대를 가지지 않고 비관적인 존재 방식을 있는 그대로 수락하고 긍정한다는 특징이 있다.
2부는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이다. 비탄과 쓰라림의 정조가 물씬한 첫 시집에 이어 두 번째 시집(《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민음사, 1992)이 나오기까지는 십오 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사이 그는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산역>이 당선돼 소설가로서 첫 발을 내디뎠고 시보다는 소설에 더 주력하게 된다. 첫 소설집 《둔황의 사랑》은 시적 이미지와 아우라, 밀도 높은 언어미학과 상상력으로 독자들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그는 소설가로서의 활동을 이어가면서 많은 문학적 성취를 보인다. 그러나 그의 가슴에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시의 별’이 떠 있었다.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는 차가운 이성보다는 따뜻한 감성의 언어에 기대는 시집이다. 그의 소설에서처럼 그리움이나 외로움, 사라져가는 것들에의 안타까움이 주조를 이룬다. 몰가치가 횡행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불행을 노래하더라도 영혼을 값싸게 흥정하지는 않으리라는 그의 다짐이 드러나 있다.
3부는 ‘쇠물닭의 책’이다. ‘시인 윤후명’보다는 ‘소설가 윤후명’이 더 자연스러울 즈음, 이십 년 만에 출간한 세 번째 시집 《쇠물닭의 책》(서정시학, 2012)에서 그는 불멸의 영혼이 건네주는 선물인 ‘사랑’의 고귀함을 일깨우며 노래한다. 전체적으로 짧은 시편 속에 서정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에 서사를 입힘으로써 시와 소설의 경계가 확연한 우리 문단의 특징을 해소하려는 문학적 시도이기도 하다.
4부는 ‘대관령’이다. 4부는 시선집 《강릉 별빛》(서정시학, 2017)에 수록된 신작시들과 발표했으나 아직 시집으로 엮이지 않은 시들을 바탕으로 한다. 작가의 고향인 강릉을 테마로 한 시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작가는 ‘시인의 산문’에서 “나는 대관령 밑의 고향 땅에서 그러한 문학의 뜻을 펼치려 한다. 높은 산이 있고 넓은 바다가 있다. 그 자연이 나를 품는다. (…) 이 시들을 쓰는 동안 나는 살아 있음의 느낌이 무엇보다 절실하여 새삼스러웠다”고 집필의 소회를 전하고 있다.
“내 모든 시들로서 그린 지도를 이제 펼쳐 보여야 한다.
별빛이 비치면 이 시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일까,
조심스럽게 나는 내게 묻는다.
그 물음을 묶은 이 두루마리를 이제 펼쳐야 한다.”
_‘작가의 말’에서
004 시전집에 부쳐―십대에 꿈꾸었던 길
1부 명궁名弓
017 시인의 말
019 명궁
020 봄밤
021 짐승 같은 사랑
022 발굴된 뼈바늘에게
024 매 사냥
025 첨화
026 봄 폐정에서
027 숙맥
028 굽어봄
029 울음소리
030 북만 견골 노래
031 새벽달
032 능선
033 만엽의 샛길
034 달빛
035 눈보라
036 서북 땅
037 외지
038 석화
039 얼음의 산
040 가요
041 홀로 들을 가며
042 선운—자연을 위하여
043 낯선 죽음
044 큰 산의 노래 1
045 큰 산의 노래 2
046 큰 산의 노래 3
047 큰 산의 노래 4
048 큰 산의 노래 5
049 큰 산의 노래 6
050 큰 산의 노래 7
051 큰 산의 노래 8
052 큰 산의 노래 9
053 불의 충정
054 삼패 노래
055 황금가지 1
056 황금가지 2
057 황금가지 3—봉신벌에서
058 탈춤고
059 구황시
062 하룻밤
063 고독한 얼굴
064 세 유희
066 승냥이 얼굴
067 산밭에 나간 네가
068 먼 길
069 영동시
070 버들잎
071 동경 속에 담겨 있는
어느 피리 소리
072 이별가
073 봄날 하루는
074 어둠의 낙
075 짧은 넋
076 꿈
077 그 후
078 선유
079 봄의 들녘에서
080 청맹과니에게
081 풀무
082 하늘가에 몰래
083 재
084 만남
085 가객
086 사랑의 바닥
087 불행한 피
088 지난겨울
089 응달에서・상
090 응달에서・하
091 홀로 새로이
092 헌 뼛속에서나마
093 머리
094 홀로 가는 사람
095 벼랑
096 검객
097 백부 꽃잎의 기침 소리
098 너의 흔적
099 인동무늬
100 매를 기억함
101 삔 발목
102 앵무새
103 철새와 함께
104 성수
105 해설—캄캄한 세계 속에서의 완강함(김종철)
2부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123 시인의 말
125 수자해좆꽃 피는 마을 1
126 수자해좆꽃 피는 마을 2
127 수자해좆꽃 피는 마을 3
128 수자해좆꽃 피는 마을 4
129 사물의 눈매
130 끓는 사랑 1
131 끓는 사랑 2
132 곤쟁이젓
133 내 님은 어디에
134 이별
135 빈자의 자장가
136 관계
137 가장 멀리 그대는
138 길
139 시인, 가을에 죽다
140 너의 눈빛
142 나무에게 부탁드림
144 너의 언약
145 목숨
146 어쩌자고 어쩌자고
147 무인도 혹은 태평양의 끝 1
148 무인도 혹은 태평양의 끝 2
149 가시나무의 가시—가사미산의 엄나무에게
150 혼혈
151 추억의 마개
153 대나무넋
154 비
155 협궤열차
156 애꿎은 호박
157 희망
158 해 돋는 아침
159 지옥행
160 절망
161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162 가을 이야기
163 김대건이 서쪽으로 간 까닭은?
164 나무 사랑
165 어디에도 본디 없는 너
166 마음 하나 등불 하나
167 투병기
168 순간과 영원
169 존재—너
170 저녁 골짜기
171 어떤 흐린 날
172 사랑의 허물
173 바람이 부는 걸 보니
174 도깨비바늘
175 혀를 빼물고
176 인생의 가을
177 어느 날의 확인
178 하늘가 어디에 우리 사랑 있으니
179 비선 마을
180 존재—천지인, 존구자명
182 오직 있음이며 밝음이여
184 꽃 좋고 여름하나니
186 너는 외로운 짐승
187 숲속에 누워
189 곰취의 사랑
190 무엇이냐고 묻는 마음
192 앗, 하는 순간
193 시인의 산문—희망과 절망의 노래(윤후명)
3부 쇠물닭의 책
205 시인의 말
207 모래알 하나
208 전설
209 왜냐하면 마지막이란
210 무엇이냐고 묻는 마음
211 고향
212 동냥살이
213 하늘 이야기
214 호롱불
215 꽃
216 칼집
217 엉겅퀴꽃
218 하나의 꽃
219 날개 달기
220 도깨비불
221 새벽별
222 새우젓
223 강릉 가는 길
224 하늘의 나무
225 여행
226 비밀
227 동백꽃
228 눈망울
229 새의 흔적
230 새
231 새의 말
232 사랑 푸르름—세한도
233 염낭게의 사랑
234 금강의 마음
235 황아장수의 머리빗
236 파드마삼바바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237 산길
238 시간의 소리
239 대지의 키스
240 속삭임
241 사랑의 길
242 망고나무의 사랑
243 감자
244 눈의 사진첩
245 바다
246 뒝벌
247 쇠물닭의 책—우포늪에서
248 굴뚝새
249 물구나무서기—목인박물관
250 명왕성, 행성의 지위를 잃다
251 생선가시
252 철새
253 추억의 그림자
254 어느 날의 공부
256 구조라의 매화—거제도 시편 1
257 무당개구리—거제도 시편 2
258 지심도, 사랑은 어떻게 이루어지나—거제도 시편 3
259 비스듬히—거제도 시편 4
260 생선구이—거제도 시편 5
261 가야산 공산명월 1—도솔도솔
262 가야산 공산명월 2—수월수월
263 가야산 공산명월 3—발긋발긋
264 남한강에서 공부하다
268 도리질
270 두 개의 도자기를 기림
272 고래의 일생
273 꿈
274 어디에 나는—박영한에게
276 용담꽃
277 소설가 Y씨의 하루
278 사나사에서 여쭙다
279 몰랐습니다
281 ‘스카즈카’ 카페—중앙아시아의 고원에서 1
282 나인지도 모른다—중앙아시아의 고원에서 2
283 핀란드의 숲
284 자작나무 숲
285 자하문 고개
286 부석사
287 해설—영원한 사랑의 아픈 내력 (이숭원)
4부 대관령
303 시인의 말
305 천산을 향하여
306 나무의 말
307 앨런 긴즈버그, 서울미술관, 2016년—백남준 10주기 서울미술관에서
308 먼동이 틀 때 강가에
309 새가 알려준 곰파
310 협궤열차는 아직도 달린다
311 지붕 위의 시인
312 물고기의 모습
313 초의와 추사
314 은혼식
315 은빛
316 여기 있는 나
317 어디에 무엇이 있는가 해서
318 아득히 뻗은
319 영인문학관에 보낸 시편
321 인지반도의 새—태국일기 1
322 칸차나부리의 열차—태국일기 2
323 공양꽃—태국일기 3
324 아유타야의 와불—태국일기 4
325 제자리 찾기—태국일기 5
326 예가체프 커피
327 카프카의 길
328 2017년 강릉 단오장
329 알타이
330 애알락명주잠자리
331 이제하의 말, 황인숙의 고양이—Q화랑 이제하(그림), 황인숙(시) 전시회
332 새벽, 카페 마리안느
333 시인 K의 책꽂이—시인의 10주기, 2017년에
334 헤이리 마을의 그대
335 바위 위의 얼굴—울산 반구대 암각화 1
336 서촌의 고래—울산 반구대 암각화 2
337 비파나무
338 대관령 1
339 대관령 2
340 대관령 3
341 대관령 4
342 대관령 5
344 대관령 6
345 대관령 7
346 대관령 8
347 대관령 9
348 대관령 10
349 대관령 11
350 대관령 12
351 대관령 13
352 대관령 14
353 대관령 15
354 강릉 별빛
355 봄꽃의 약속
356 뻐꾸기의 길
357 직박구리의 길
358 자고새—반 고흐 그림 <자고새>에 부쳐
359 통영—전혁림 그림 <두 개의 장구>에 부쳐
360 엉겅퀴꽃
361 꽃빛을 위하여
362 귀퉁이
363 물방울
364 동해 바다
365 어느 날의 고향
366 백남준의 데드마스크
367 백남준의 호랑이
368 프리다의 또아리
369 새들은 길을 노래한다
370 감자밭
371 고둥의 글
372 남도 굽잇길
373 오랑캐꽃
374 강릉 커피 축제에서
376 달마산
377 사라진 도마뱀
378 구름의 선물
379 소금창고를 향하여
380 더 멀리 있는
381 벌교 쪽밭
382 어느 눈매
383 추억
384 불망비
385 사스레피나무 꽃피는 산길
386 가까이, 먼
387 빵 혹은 난
388 별에게 물어보다
389 옛일이 맵네
390 먼지 같은 사랑
391 김수남의 굿사진을 보며—10주기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한 사진전에서
393 언젠가 그대 홀로 걸어갔다기에
394 탁란
395 처음 안 이름
396 대관령 호랑이는 루왁 고양이를 키운다
397 채혈
398 시인의 산문—강릉과 대관령의 헌화가(윤후명)
407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