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서사를 벗어난 파격적 소설 기법의 전범
원숭이는 없다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7년 7월 5일 | ISBN 9788956602493
사양 변형판 128x188 · 432쪽 | 가격 15,000원
시리즈 윤후명 소설전집 8 | 분야 국내소설
소시민의 일상성과 낭만성
전통서사를 벗어난 파격적 소설 기법의 전범典範
윤후명 소설전집 여덟 번째 권 《원숭이는 없다》. <유니콘을 만나다> <돌 속의 무지개> <원숭이는 없다> 등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다. 초기에서 중기까지 작가의 문학적 열정이 가장 뜨거울 때 쓰여진 작품들 중 선별된 것으로 현실의 쓸쓸함을 투명하게 응축시킨 작가의 문학적 삶의 정면을 만날 수 있다. 1980년대에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한 그의 작품세계는 그즈음의 일반적인 소설 경향과는 뚜렷이 구별되어 독특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특히 《원숭이는 없다》에는 직접적인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일상성을 벗어나기 위해 주변의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떠남은 이토록 가까운 곳에서 삶을 격리시킨다. 우리는 언제나 한 발짝에 일상을 떠나 격리된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격리되는 순간, 다시 돌아오기를 갈망한다. 이 지루한 일상이야말로 아름다운 꽃핌의 세상이라고 ‘자멸파’가 부르짖을 때, 나는 그곳에 살아 있었다. (……) 상당한 시간을 거쳐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소설가로 거듭 태어났다. 나는 다시는 좌절하지 않을 것이며 오로지 무엇이든 쓸 힘을 얻었다. 내가 보았던 그 ‘원숭이’는 비록 눈에 띄지 않았을지라도 없어진 게 아니었다. 원숭이는 내게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소설로 쓰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_‘작가의 말’에서
생멸을 거듭하는 영겁회귀의 탐구적 여정
시와 소설의 경계를 탈주하는 윤후명 문학의 총체
《윤후명 소설전집》 3차분 여섯 권 출간하며 전 12권 완간
4년 동안 ‘하나의 서사’를 위한 개별 단편의 통합과 개작에 심혈을 기울여…
한국문학의 독보적 스타일리스트 윤후명의 중․단편, 장편소설을 총망라한 《윤후명 소설전집》이 3차분 여섯 권을 출간하며 전 12권으로 완간되었다. 2013년 봄, 전집을 내기로 결정한 지 4년 만의 일이다. 작년 봄 신작소설집이자 첫 권인 《강릉》을 내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집 발간이 1년이라는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될 수 있었던 데는 작가의 열정과 강한 의지에 힘입은 바가 컸다.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이한 윤후명 작가는 그동안 수많은 명작들을 통해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는 한편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리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 많은 문학상을 수상하며 명실 공히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자리매김해왔다. 아울러 시와 소설의 경계를 탈주하는 언어의 아름다움을 웅숭깊게 형상화하며 우리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에 완간된 <윤후명 소설전집>에는 작가의 반세기 문학 여정, 다시 말해 소설과 ‘대적’하며 소설을 ‘살아온’ 한 작가의 전 생애가 집적돼 있다. 작가는 기존의 작품 목록을 발표순으로 정리하는 차원을 벗어나, 자신의 모던한 문학관을 반영하여 새롭고도 방대한 분량의 ‘하나의 소설’을 완성할 수 있길 바랐다. 각각 다른 시기에 발표했던 소설과 소설이 한 작품으로 거듭나고 각 권에서 보이는 주인공의 여정이 유기적으로 서로 이어짐으로써 ‘길 위에 선 자’로 대표되는 ‘하나’의 서사를 그려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의 소설 문법이 서사 위주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윤후명의 소설은 그간 소설의 관습으로 인정되어왔던 핍진성의 긴박한 요구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어느 때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서사성의 원칙에 개의치 않고 시간과 공간을 건너뛰어 그 이야기를 향해 달려간다. 그리하여 그렇게 제시된 또 다른 이야기의 끝에서 다른 이야기의 지류를 파생시키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1인칭 서술자에 의해 끊임없이 해석되는 삶의 삽화들은 원래 한 몸이었다는 듯 스스로 작품의 경계를 허물고 다른 차원의 성찰을 이끌어내며 자연스레 얽혀든다.
이번 전집 완간을 위해 윤후명 작가는 수록작 전체를 새롭게 교정, 보완하는 한편, 몇몇 작품들을 과감히 통합하고 개작하면서 ‘길 위에 선 자의 기록’이라는 자신의 오랜 문학적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오래전 출판사의 요구로 삭제하거나 넣어야 했던 부분들을 과감히 손보았다. 기존 단행본에 함께 묶여 있던 작품들 대부분이 자리를 바꿔 앉았다. 제목을 바꾸고 서너 개의 단편을 새로운 중편소설로 묶어냈다. 중․단․장편의 구분은 서사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소설에선 큰 의미가 없었다. 각 권 끝에는 새롭게 쓴 작가의 말을 붙였다.
■길 위에 선 자의 기록, 《윤후명 소설전집》을 펴내며
윤후명의 소설은 오래전부터 수수께끼였다. 윤후명의 소설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언어적 수도사의 고통스런 몸짓을 표정한다. 그는 종래의 이야기꾼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상상하고 질문하는 존재로서 새로운 작가적 태도를 취한다. 얼핏 사소해 보이고 무심하고 적막한 삶이지만 그 속에서 불확실한 실재, 적막과 고독, 길을 헤매는 자들의 미혹과 방황의 의미를 발견해 잔잔히 드러낸다. 이러한 그의 문학적 성과를 기려 출간되는 《윤후명 소설전집》은 길 위에 선 자의 기록이자 심미안을 가진 작가의 초상화이다. 강릉을 출발해 고비를 지나 알타이를 넘어 마침내 다시 ‘나’로 회귀하는 방황과 탐구의 여정이다.
유니콘을 만나다
돌 속의 무지개
원숭이는 없다
그림의 철학을 위하여
거울 속의 얼굴
작가의 말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