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허무, 환상을 넘나드는 낭만적 예술가의 초상
협궤열차
브랜드 은행나무 | 발행일 2016년 9월 7일 | ISBN 9788956606057
사양 변형판 128x188 · 384쪽 | 가격 14,000원
시리즈 윤후명 소설전집 3 | 분야 국내소설
녹슨 협궤철로 위에서 추억하는 비릿한 삶의 냄새
사랑과 허무, 환상을 넘나드는 낭만적 예술가의 초상
‘윤후명 소설전집’ 세 번째 권 《협궤열차》. 1990년대 수인선 협궤열차의 노선을 따라가면 생성과 소멸,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공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두 량짜리 협궤열차는 ‘먼 곳으로 사라져가는 눈물겨운 형상’으로 쓸쓸함과 황량함이 가득한 공간을 지나다녔다. 작가는 협궤열차가 다니는 수인선을 무대로 아련한 옛 사랑과의 재회와 그에 얽힌 추억, 인간 본연의 쓸쓸함을 몽환적인 문체로 그려낸다. 90년대 초 안산으로 거주지를 옮긴 그는 산업화 시대의 풍경을 형이상학적으로 읽어내며, 인간의 가장 직접적이고 원초적인 만남인 남녀 간의 사랑에서 삶과 세계의 근원을 찾는다.
서울을 떠나 마치 유배를 당한 것 같았던 시간. 그때 잘가닥잘가닥 좁은 철길을 밟으며 가까이 다가오는 작은 열차가 있었다. 그곳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실은 열차였다. 새로운 도시의 탄생과 함께 황량한 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던 나는 그것을 쓰기 시작했다.
한밤에도 협궤열차는 흐린 불빛을 담고 달린다. 삶은 언제나 멈추지 않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그 삶 가운데 내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외롭지 않다. 그것을 나타내는 게 내 소설이다. 문학은 삶 자체이다. _‘작가의 말’에서
시와 소설의 경계를 탈주하는 윤후명 문학의 총체
《윤후명 소설전집》 2차분 출간
문체미학의 대가 윤후명의 중․단편, 장편소설을 총망라한 《윤후명 소설전집》 2차분 다섯 권이 출간되었다. 올해 봄 신작소설집이자 소설전집의 첫 권으로 출간된 《강릉》에 이은 이번 2차분에는 그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둔황의 사랑》을 비롯해, 《협궤열차》 《한국어의 시간》 《섬, 사랑의 방법》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가 포함되었다.
내년 등단 50주년을 앞둔 윤후명 작가는 그동안 수많은 명작들을 통해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는 한편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리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 많은 문학상을 수상하며 명실 공히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자리매김해왔다. 아울러 시와 소설의 경계를 탈주하는 언어의 아름다움을 웅숭깊게 형상화하며 우리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이번 소설전집의 편집에 참여하면서 세세한 오류들을 바로잡는 한편, 몇몇 개별 단편들을 과감히 통합하고 엮어내면서 ‘길 위에 선 자의 기록’이라는 자신의 오랜 문학적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가령 기존의 <황해의 섬> <초원의 향기> <사랑의 방법> <할멈, 귤 한 알만 주구려> 등 4편의 단편은 <섬, 사랑의 방법>으로 엮여 한 작품이 되었고, 러시아에서의 체험을 다룬 중편 <여우사냥>과 폐쇄 병동을 무대로 한 현대문학상 수상작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역시 한 작품으로 엮여 기존과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윤후명 소설전집》은 발표연대를 기준으로 작품 목록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시간과 공간을 건너뛰어 새롭고도 방대한 분량의 ‘한 소설’을 써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의 소설 문법이 서사 위주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윤후명의 소설은 그간 소설의 관습으로 인정되어왔던 핍진성의 긴박한 요구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어느 때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서사성의 원칙에 개의치 않고 시간과 공간을 건너뛰어 그 이야기를 향해 달려간다. 그리하여 그렇게 제시된 또 다른 이야기의 끝에서 다른 이야기의 지류를 파생시키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1인칭 서술자에 의해 끊임없이 해석되는 삶의 삽화들은 원래 한 몸이었다는 듯 스스로 작품의 경계를 허물고 다른 차원의 성찰을 이끌어내며 자연스레 얽혀든다.
12권으로 예정된 ‘윤후명 소설전집’은 내년 상반기에 3차분으로 여섯 권을 출간하며 완간될 예정이다.
길 위에 선 자의 기록, 《윤후명 소설전집》을 펴내며
한국문학의 독보적 스타일리스트로서 윤후명의 소설은 오래전부터 수수께끼였다. 윤후명의 소설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언어적 수도사의 고통스런 몸짓을 표정한다. 그는 종래의 이야기꾼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상상하고 질문하는 존재로서 새로운 작가적 태도를 취한다. 얼핏 사소해 보이고 무심하고 적막한 삶이지만 그 속에서 불확실한 실재, 적막과 고독, 길을 헤매는 자들의 미혹과 방황의 의미를 발견해 잔잔히 드러낸다.
이러한 작가의 문학적 성과를 기려 출간되는 《윤후명 소설전집》은 12권 완간으로 예정돼 있다. 은행나무출판사는 작가의 의견에 따라 《윤후명 소설전집》 자체를 ‘하나의’ 소설, 시공을 초월한 한 존재의 문학적 기록으로서 접근할 예정이다. 이로써 또 한 편의 방대한 소설이 쓰여지는 셈이다. 이 체제 안에서 각 권으로 개별화된 작품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하나의 이야기로 재탄생한다. 《윤후명 소설전집》은 길 위에 선 자의 기록이자 심미안을 가진 작가의 초상화이다. 강릉을 출발해 고비를 지나 알타이를 넘어 마침내 다시 ‘나’로 회귀하는 방황과 탐구의 여정이다.
소금창고
사랑의 먼 빛
너의 귀, 나의 귀
협궤열차에 관한 한 보고서
갈매기 날아가는 곳
모래강을 향하여
가시나무 밑의 밀회
코끼리새
외로운 새의 그림자
희망
작가의 말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