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 읽기
현대의 위대한 정신분석가이자 사상가 라캉의 대중적 읽기
-「정신분석과 미학 총서」中 첫 번째 도서
프로이트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정신분석가이자 다수의 논쟁점을 가진 비판적 현대 사상가인 자크 라캉 (Jacques Lacan) 관련 입문서적 세 권(1. 라캉 읽기, 2. 라캉과 정치(11월 출간예정), 3. 라캉과 정신분석(12월 출간예정))이 정신분석과 인문사회학회와 은행나무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정신분석과 미학 총서’의 첫 신호탄으로 올해 말 잇달아 출간된다.
이 총서 가운데 첫 번째로 출간된 <라캉 읽기(원제: Jacques Lacan)>는 우리 시대에 영향력을 미치는 한 사상가의 핵심적 이론과 논리를 대중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이상적 개론서이다. 이 책은 영국의 유명 인문사회과학 전문 출판사인 루트리지(Routledge) 출판사의 ‘루트리지 비판적 사상가’ 총서 가운데 하나로, 문학 연구와 인문학에 영향을 미친 주요 사상가의 중심개념들을 전후맥락 속에서 설명하고, 무엇보다도 왜 특정 사상가가 중요한 위치로 부상하였는가를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사상가의 원전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 총서에 포함된 저서들이 그러하듯 ‘고립된 공간에 부유하는’ 이론들에 저항하며 주요 사상가들과 그들의 개념들을 확고하게 원래의 문맥 속에 위치시키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이미국내에 소개된 수많은 라캉 관련 서적들이 라캉 이론의 한 분야만 집중해서 조명한 2차 문헌적 성격의 책들이 다수인데 반해, 이 책은 지난 30년간 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라캉의 중심개념들을 그 개념의 배경과 맥락을 따라 쉽게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방식을 통해 독자는 2차 문헌적 해설서가 지니는 ‘편견’을 버리고 라캉의 원 텍스트들을 직접 접하고 동시에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경험할 수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라캉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나 임상적 지침이 아닌 라캉을 처음 대면하는 이들을 위한 친절한 입문서라 할 수 있다.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독자가 다음 단계로 오른 후에는 던져버려 할 사다리”와 같은 구실을 하는 셈이다. 저자는 임상분석가가 아닌 문화이론가의 시각에서 그동안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형태인 정체성의 정치학에 의해 수없이 비판받아온 라캉의 정신분석을 프로이트와의 관계 속에서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라캉의 업적과 사상이 현재의 주체성에 관한 논쟁에 일조할 수 있는지 독자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책 전반에 걸쳐 자크 알랭 밀레(Jacques-Alain Miller)와 브루스 핑크(Bruce Fink) 그리고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과 같은 라캉주의자들의 다른 문헌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분석실을 넘어 문화, 영화, 젠더 및 사회이론까지
- 라캉 이론의 다양한 접목을 맛볼 수 있는 이상적 개론서
입문서답게 이 책의 구성은 쉽고 단순하다. 시작 부분에서는 라캉의 생애와 그의 중심개념들의 개요를 제시하고 라캉이 현대의 중요한 사상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책의 중심부분에서는 라캉의 주요개념들, 특히 상상계와 상징계, 실재계, 거울단계, 무의식의 주체, 팔루스, 환상, 주이상스 그리고 성차와 같은 문학 및 문화학 연구 분야에 집중하면서 그 배경이 되는 문맥, 변화와 수용에 대해 논의한다. 각 부분의 결론에서는 이 개념들이 어떻게 문학, 영화 및 사회 이론에 적용되어 왔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들을 제시한다. 또한 ‘라캉 이후’의 장에서는 이 예들을 확장하여 현대의 텍스트와 영화분석 및 정치·사회 이론에서 라캉이 차용되어온 다양한 방식과 라캉이 다른 이론가들에게 djEJgrp 수용되고 발전되었는가를 요약한다. 더 나아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더 읽을거리’로 한 장(Chapter)을 배려함으로써 새로운 방식인 하버드 체계를 따른 참고문헌의 배열과 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통해 단순히 ‘덧붙여진’ 부분이 아닌 책 전체를 통합하는 부분으로서 라캉의 주요 저작과 가장 유용한 라캉 관련 비평서들에 대한 정보, 그리고 웹사이트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 스스로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더욱 심층적인 연구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물론 이 입문서가 라캉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은 라캉의 이론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시작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스스로 생산적이고 구성적이며, 자신의 사고를 변화시킬 수 있는 행위에 동참하도록 독자와 사상가의 원전들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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