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추구한 제2시집
귀촉도
전통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추구한 『귀촉도』
심연에서 눈을 들어 ‘삼월의 하눌가에 숨 쉬는 꽃봉오릴’ 바라보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_「푸르른 날」에서
가슴속까지 푸르게 물들이는 시 「푸르른 날」이 실린 미당 서정주의 제2시집 『귀촉도』가 사후 첫 정본 전집인 『미당 서정주 전집』(은행나무, 2015)을 바탕으로 출간됐다. 전통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 시집은 1941년 『화사집』 발간 이후 8년간 쓴 시 중 24편을 추려 펴낸 1948년 선문사판 『귀촉도』를 저본으로 삼았다.
소설가 김동리가 우정과 존경을 담아 쓴 발문에 따르면 “그는 가족과 친구와 일월과 천공과 그 모든 것과 결별하고 알몸뚱이로 용감하게 ‘심연’ 속으로 뛰어들었다.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그 흰 이빨을 엉글트린 채 ‘웃음 웃는 짐승 속으로’ 뛰어들었던 그 심연의 기록이 저 『화사집』이라면, 심연에서 다시 ‘삼월의 하눌가에 숨 쉬는 꽃봉오릴’ 바라보게쯤 된 것이 이 『귀촉도』일 것이다.”
시집에는 맨 앞에 권두시 격으로 실린 시 「밀어(密語)」를 시작으로 「귀촉도」 「푸르른 날」 「멈둘레꽃」을 거쳐 종시 격인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까지 미당 서정주가 1940년대에 쓴 초기 대표 시들이 수록돼 있다.
■ 책속에서
순이야. 영이야. 또 돌아간 남아.//저,/가슴같이 따뜻한 삼월의 하눌가에/인제 새로 숨 쉬는 꽃봉오릴 보아라. ―「밀어密語」 부분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그대 하늘 끝 호을로 가신 님아 ―「귀촉도」 부분
그 어디 보리밭에 자빠졌다가/눈도 코도 상사몽도 다 없어진 후/쐬주[燒酒]와 같이 쐬주와 같이/나도 또한 날아나서 공중에 푸를리라. ―「멈둘레꽃」 부분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봄이 또오면 어이 하리야//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푸르른 날」 전문
소녀여. 비가 개인 날은 하늘이 왜 이리도 푸른가. 어데서 쉬는 숨소리기에 이리도 똑똑히 들리이는가./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부분
[밀어]
밀어密語
거북이에게
무제(여기는 어쩌면…)
꽃
견우의 노래
혁명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
골목
[귀촉도]
귀촉도歸蜀途
문 열어라 정 도령아
목화
누님의 집
푸르른 날
고향에 살자
서귀로 간다
노을
[멈둘레꽃]
소곡小曲
행진곡
멈둘레꽃
만주에서
밤이 깊으면
조금
역려逆旅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발사跋辭/김동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