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웃음 폭탄 닥터 이라부의
세상에서 가장 유쾌하고 통쾌한 폭소 바이러스
세상만사 따분할 땐, 통쾌하고 즐거운 이라부 표 처방전!
작가 오쿠다 히데오를 대표하는 캐릭터인 ‘닥터 이라부’를 탄생시킨 작품 《인 더 풀》이 개정판으로 새롭게 발간됐다. 베스트셀러 《공중그네》와 마찬가지로 기상천외한 강박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이라부 정신과를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시종일관 짜릿한 ‘웃음 폭탄’을 날려대는 점도 여전하다.
이 책의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의사 가운보다 환자복이 어울릴 것 같은 캐릭터, 이라부의 눈부신 개성에서 비롯된다. 한 마리 게으른 하마를 연상시키는 육중한 몸매, 덩치에 어울리잖게 가늘고 명랑한 아기 목소리, 장난감 하나를 놓고 어린아이와 다툴 만큼 기이한 정신세계……. 하지만 이 정도는 차라리 애교에 가까울 뿐이다. 이라부의 진면목은 엽기적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진료 과정에서 보다 극명하게 발휘된다.
이라부는 환자의 이야기를 두 마디 이상 듣는 법이 없다. 환자가 읍소하든 어쩌든 농담과 흰소리로 받아치다가 난데없이 뚱딴지같은 처방을 내린다. “자, 입 다물고 주사부터 한 방 맞자고!” 마음의 병을 고치러 왔던 환자로서는 눈과 입이 동시에 벌어지는 엽기 처방이 아닐 수 없다.
간호사 마유미도 이라부 못지않게 별난 캐릭터다. 사계절 내내 초미니 간호사복 차림으로 나다니는 그녀는 늘 심드렁한 표정으로 소파에 널브러져 있다가, 이라부의 호출을 받는 순간 ‘핫도그만큼 굵은 주사기’를 흉기처럼 움켜쥐고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환자에게 달려든다.
비명을 질러봐야 소용없다. 상상을 불허하는 이 엽기 콤비는 공포에 떠는 환자를 힘으로 제압한 뒤 다짜고짜 주사를 찔러댄다. 환자의 팔뚝에 바늘이 꽂히는 순간,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홀린 듯이 바라보는 이가 있으니, 이 또한 이라부다.
늘 그렇듯 이라부 정신과는 환자들의 비명과 이라부&마유미 콤비의 웃음소리로 들썩거린다.
기상천외한 캐릭터들의 폭소 퍼레이드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의 면면도 기막히기는 마찬가지다. 상상 속의 스토커 군단에게 시달리느라 잠조차 이루지 못하는 연예인 지망생(〈도우미〉), 직장동료와 바람난 전 부인을 잊지 못해 지속발기증에 시달리는 무역회사 직원(〈발기지옥〉), 변실금을 치료하려고 수영을 시작했다가 도리어 수영 중독증에 빠져버리는 잡지 편집자(〈인 더 풀〉), 단 한순간이라도 휴대폰 문자를 날리지 않으면 패닉 상태에 이르는 17세 고등학생(〈프렌즈〉), 화재 망상에 시달리다 못해 집 안의 모든 전열 기구를 없애고 원시인처럼 생활하는 논픽션 작가(〈안절부절〉)…….
이처럼 난형난제인 환자들이 앞 다투어 찾아오지만, 이라부는 비타민 주사 한 방과 갖은 해프닝으로 환자들의 강박증을 말끔하게 치료해버린다.
예컨대 스토커 망상에 시달리는 환자의 꽁무니를 좇아 신인배우 오디션에 출사표를 던지고, 수영 중독증에 빠진 환자와 의기투합하여 야밤에 수영장 기습작전을 공모하는가 하면, 화재 망상에 시달리는 환자를 부추겨 경쟁 병원의 유리창이란 유리창은 모조리 깨뜨려버리기까지 한다.
이라부의 사전에는 ‘우회’나 ‘일보후퇴’ 따위의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이 존재하는 곳을 향해 앞뒤 재지 않고 돌격해서 맞불을 지른 뒤, 뒤처리는 환자 손에 맡겨버린다. 경찰차가 출동하든 어쩌든, 남의 살림살이야 박살나든 말든 그저 혀를 날름 내밀고 딴전을 피울 뿐이다.
일견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후안무치해 보이기도 하는 이라부와 함께하는 동안 환자들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되며, 자신에게 닥친 모든 문제의 근원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음속에 똬리를 틀었던 강박증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일탈충동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위한 마지막 비상구
《인 더 풀》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 코믹함이 가장 강조되어 있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웃긴다는 점 하나만으로는 이 작품이 지닌 매력을 다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언뜻 보아 이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별난 인간들이 무더기로 등장해서 한판 난리법석을 피우다 사라지는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을 찬찬히 읽다 보면 그 괴상망측한 인물들이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요, 그 얼토당토않은 해프닝들이 현대사회의 단편임을 깨닫게 된다.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없이 공허한 일탈충동에 시달리다가 우울증과 강박증에 빠지고 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위트와 풍자로 포착해낸다. 그리고 앞뒤 재지 않는 낙천성으로 삶을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유희적 인간’ 이라부의 기행을 통해 쳇바퀴 속처럼 답답한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를 독자들에게 활짝 열어 보인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크고 작은 강박증 한 가지쯤은 지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까짓 세상살이,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힘 빼고 살라!”고 외치는 이야기다. 슬랩스틱 코미디를 방불케 하는 탁월한 유머감각으로,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이들에게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아낌없이 불어넣어 주는 쾌작이 바로 《인 더 풀》이다.
웃지 않고 이 책을 읽으려면 심장이 돌이어야 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골동품 상점》이라는 작품에 대해서 ‘웃지 않고 ‘꼬마 넬의 죽음’을 읽으려면 심장이 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웃지 않고 이라부의 행동을 보려면 심장이 돌이어야 한다. 이라부를 보며 웃게 되는 건, 일본소설 특유의 특징이기도 한 ‘욕구를 대신해주는 소설’이라는 점이 한 몫 한다.”
“그 의사, 수상하다. 그리고 웃긴다. 너무너무 웃겨서 눈물이 찔끔 나는 게 ‘못 말리는 짱구’ 저리 가라다. 그런데 정말 이런 의사 어디 없을까? 만일 있다면, 널어놓은 흰 빨래를 흙구덩이에 굴리고 싶다거나 조잘조잘 떠들어대는 상사의 얼굴에 파일을 던지고 싶은 날, 만사 제치고 찾아갈 텐데…….”
“고민 많은 현대인의 모습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동시에 그 해결책까지 제시해주는 작품이다. 삶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나 안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라고 우리를 안심시킨다.”
- 독자서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