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레이드
브랜드 라이킷 lik-it | 발행일 2023년 8월 31일 | ISBN 9791167373427
사양 변형판 130x190 · 324쪽 | 가격 15,000원
분야 해외소설
수상/선정 제15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
관계의 단절, 인간의 심연을 꿰뚫는
요시다 슈이치 문학의 시작!
제15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 《퍼레이드》
출간 20주년 기념 개정판 출간
정신없이 웃게 만든 다음,
난데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발칙한 소설
제12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첫 장편소설이자 제15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이기도 한 《퍼레이드》가 국내 출간 20주년을 맞아 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1997년 데뷔작 《최후의 아들》로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작가 요시다 슈이치는 내놓는 작품마다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휩쓸며 순식간에 주목받는 작가로 부상했다.
특히 2002년 발표한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퍼레이드》는 대중성이 높은 신인작가에게 주어지는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동시에 현대 젊은이의 심리를 예리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꼽히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관계의 단절과 인간 심연을 포착하는 데 누구보다 탁월한 재능을 지닌 작가의 솜씨가 한껏 발휘된 작품이다.
남자 셋, 여자 둘, 시시컬렁한 청춘들의 기묘한 동거 이야기
“다 가면놀이일 뿐이야! 난 지금 울고 있다구!”
이 소설은 방 둘에 거실이 있는 도쿄의 한 아파트에서 우연히 동거하게 된 다섯 명의 젊은 남녀의 일상을 경쾌하면서도 세련된 필치로 그려 보인다. 그들은 각기 다른 직업과 가치관을 소유하고 있지만, 생활공간을 공유하게 되면서 겉으로는 친한 척, 함께 지내기에 불편하지 않을 만큼 가깝게 지내면서 동시에 얼마간의 거리를 유지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단층이 자리잡고 있으며, 모두 자기 혼자만 유리되어 있다고 느낀다.
다섯 명의 동거인들이 차례로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옴니버스식 전개를 대하는 재미도 각별하다. 화자가 바뀌어도 시간은 흐르고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뒤에 나오는 화자의 글 속에서 앞에 나온 화자가 어떻게 비추는지, 각 인물의 겉과 속이 어떻게 확연히 다른지 독자는 오롯이 지켜보며 점진적으로 이들 사이에 흐르는 기묘한 기류를 감지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은 겉으로는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으며 친한 척 대하지만 속으로는 서로에 대해서 ‘당장 내일 헤어져도 섭섭하지 않을’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그들 모두 진정한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자신을 연기하며 최대한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살고 있는 나는 틀림없이 내가 만든 ‘이 집 전용의 나’이다. ‘이 집 전용의 나’는 심각한 것은 접수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의 나는 이 집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에 함께 사는 요스케, 고토, 나오키, 사토루가 나처럼 ‘이 집 전용의 자신’을 만들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들도 실제로 는 이 집에 존재하지 않고, 결국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_ 본문 141쪽
각자 내면에 품고 있는 생각과 욕망은 본인이 화자가 되었을 때 보다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드러난다. 이전 장에서 보여졌던 인물 됨됨이는 그저 피상일 뿐이다. 다른 화자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때는 잘 드러나지 않던 진심은 본인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갈 때 보다 적나라해진다. 당사자에게는 매우 심각한 일도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바뀌는 순간 완전히 우스꽝스럽고 하찮은 것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현대사회 젊은 세대의 리얼하고 적나라한 심리 묘사
경쾌한 청춘소설의 탈을 쓴, 무시무시한 책!
이제는 명실상부 일본 문학계의 대표 작가 위치에 오른 요시다 슈이치는 《퍼레이드》에서 진지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뒤죽박죽이고, 관심이 있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전혀 관심이 없는 현대 젊은이들의 일상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현상을 들춰낸다. 그런 한편 이들의 청춘에는 빛나는 미래도, 꿈도 희망도 없으며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변함없이 이어지는 일상뿐임을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인간의 아니, 이 세상의 악의라는 모든 악의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물론 내가 질려 하든 말든 간에 이 세상에 악의는 존재할 테고, 그렇다고 눈을 질끈 감고 외면하면 그건 너무 방관적인 태도가 아니냐고 비웃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비웃는 사람의 그 악의마저도 이제는 진절머리나게 싫다._ 본문 103쪽
소설 전반부에서는 젊은이들의 시끌벅적한 청춘 동거 스토리로 읽히다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작가의 날카로운 현실감각이 빛을 발한다. 현대사회를 사는 젊은이들의 비극적 단면이 폭발하는 마지막 장면을 읽을 때는 섬뜩한 공포감마저 느끼게 된다.
“나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이지만, 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커뮤니케이션이 그리 원활하지 못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최소한의 유대를 갖고자 애를 썼으며, 그런 젊은이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_ 제15회 야마모토슈고로상 수상 소감 중에서
거리를 보면 많은 차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룰을 지키며 달리고 있다. 그것은 마치 퍼레이드와 같다. 하지만 누구든 그 룰을 깨는 순간, 언제 어디서든 끔찍한 사고를 일으키게 되어 있고, 그 퍼레이드에서 배제되고 마는 것이다. 그것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슬픈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퍼레이드》에 나오는 다섯 명의 동거인들 소개
스기모토 요스케: 21세. 남자. H대학 경제학부 3학년. 선배의 애인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
오코우치 고토미: 23세. 여자. 무직. 인기배우 마루야마 도모히코와 비밀연애 중.
소우마 미라이: 24세. 여자. 일러스트레이터 겸 잡화점 점장. 삶을 고뇌하며 음주에 심취 중.
고쿠보 사토루: 18세. 남자. 자칭 ‘밤일’에 종사. 쓸모없는 젊음을 팔아치우는 중.
이하라 나오키: 28세. 남자. 독립영화사에 근무. 제54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의 향방을 예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