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한 요시다 슈이치 문학의 정점
분노 1
“행복해질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싶습니다.”
《악인》을 뛰어넘는 요시다 슈이치 문학의 정점
네이버 사전 연재 2015년 하반기 최고 화제작
누적 조회수 50만의 폭발적 인기!
2015년 일본서점대상 노미네이트
일본 전국 서점 직원들이 추천한 ‘가장 팔고 싶은 책’
〈악인〉의 이상일 감독 영화화 결정·2016년 영화 개봉 예정
세련된 문장으로 현대인의 감성을 섬세하게 포착함으로써 현대 일본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선 요시다 슈이치. 탁월한 디테일 묘사, 일상 속에서 비일상성을 파헤치는 능력, 솔직 담백하면서도 절제 있는 표현력, 부드러움 속에 내재된 강인함, 한 인간이나 사회 속에서 선과 악을 골고루 들추어내는 열린 시각, 부조리한 인간 존재를 묘사하면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감각 이 녹아든 작품 세계를 선보여온 작가의 신작 《분노》(전 2권)가 은행나무에서 번역·출간됐다.
출간 한 달 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사전 연재되며 누적 조회수 50만이라는 폭발적 인기와 함께 2015년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분노》는, 일본에서 출간된 즉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전국 서점 직원들이 추천한 ‘가장 팔고 싶은 책’으로 선정되며 2015년 일본서점대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악인》 이후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뿐만 아니라 탁월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작가의 작품답게 〈악인〉의 이상일 감독에 의해 영화화가 결정되어 2016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준비 중에 있다.
만개한 요시다 슈이치 문학의 정점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소설은 하치오지 교외에서 발생한 부부 살인 사건을 건조하게 묘사하며 시작된다. 이러한 설정은 살인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성형을 해가며 전국을 전전하다 오키나와에 정착했던 실제 사건을 연상시킨다.
이미 추측하셨겠지만, 염두에 두었던 것은 이치하시 다쓰야 사건(영국인 여강사를 살해한 후, 수차례 성형을 거듭하며 2년 7개월 동안 도피 행각을 벌인 일본판 페이스오프 사건)이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나는 2년 반에 걸친 그의 도주 행보나 사건 자체보다는 공개수사 후에 물밀듯이 밀려든 수많은 제보 쪽에 더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길에서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정도라면 몰라도 자기와 친밀한 사람까지 의심하게 되는 ‘사건의 원경(遠境)’에 마음이 어수선하고 술렁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처한 입장이나 관계가 다른 설정을 10여 개 정도 떠올렸지만, 아무래도 다 쓸 수는 없어서 범위를 좁힌 결과 세 가지 이야기가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세 명 중 범인을 누구로 할지 결정하지 않은 채, 그들의 정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양상을 써나갔습니다.
_요시다 슈이치(《분노 2》 ‘옮긴이의 말’에서 재인용)
《분노》는 살인 사건의 발생과 그 사건 해결이라는 큰 줄기로 인해 추리소설의 외형을 띠고 있으나, 사건 해결을 위한 추리 자체보다는 사람들 사이의 믿음의 문제를 파헤치는 보다 심리적이고 본질적인 영역으로 발전해간다. 살인 사건 이후 1년간 행방이 묘연한 범인과 뒤를 쫓는 경찰, 자극적인 매스컴 보도. 그로 인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보통 사람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동요와 의혹이 사실적이면서도 극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는 가운데 노동 빈곤층, 성적 소수자, 오키나와 주둔 미군, 불법 금융 폐해 등과 같은 현대적인 이슈들이 에피소드 속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이러한 소재들은 정치사회적인 주장을 펼치려는 의도보다는(작가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현대인의 삶과 그 본질을 묘사하고 드러내기 위해 사용됐다. 결국 이는 ‘인간의 고독’ ‘내면의 어둠’을 그려내기 위한 글쓰기 장치이다. 작가는 이처럼 현대인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묵직한 페이지에 무게감 있게 풀어내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개로써 대중의 눈길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내가 타인을 믿는 것, 그것은 곧 내가 나 자신을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는 메시지, 그리고 그로 인한 배신과 상처와 혼란을 깊이 있는 시선과 역량으로 그려낸 최고의 역작이다.
단 하나의 해석을 거부하는 절대 분노 vs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는 필사의 노력
2011년 8월, 일본 하치오지 교외에서 발생한 부부 살인 사건. 피로 얼룩진 복도에는 범인 야마가미 가즈야가 피해자의 피로 쓴 ‘분노’라는 글씨가 남아 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후, 소설은 시작된다. 성형을 하며 도피 중인 범인 야마가미는 지금 과연 어디에 있을까? 수사는 교착 상태에 빠지고, 지명수배가 내려진 범인에 대한 정보는 매스컴을 통해 이따금 보도된다. 그런 와중에 하마사키 어촌에서 일하는 마키 요헤이와 아이코 부녀 앞에 과묵한 청년 다시로, 도쿄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후지타 유마 앞에는 게이 사우나에서 우연히 만난 나오토, 엄마와 오키나와의 외딴섬으로 이사해 민박 일을 돕게 된 고등학생 고미야마 이즈미 앞에는 다나카라는 남자가 각각 나타난다. 그들은 하나같이 과거 이력이 불분명한 미스터리한 인물들이다.
한편, 범인 야마가미를 추적하는 경찰의 수사와 자극적인 매스컴 보도는 계속되고, 새로운 제보가 나타날 때마다 일본 전역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젊은 남자들을 둘러싼 크고 작은 파문이 일어나면서, 이들 세 남자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동요와 의혹도 점점 더 깊어져만 간다. 이들 세 남자는 동일 인물일까? 그렇지 않다면, 누가 과연 하치오지 부부 살인 사건을 일으킨 진범일까? 각각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정체불명의 상대를 믿고 싶은 마음과 갈등하면서도 끝내 경찰에 신고하거나 추궁하고 만다. 그런 과정을 통해 밝혀지는 범인과 예기치 않은 결말, 단 하나의 해석을 거부하는 절대 ‘분노’가 섬세한 작가 특유의 필체로 묘사된다.
이영미 어느 인터뷰에서 요시다 씨는 《악인》과 관련해 “악이란 약한 것, 인간의 약점 같은 것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악인이라는 건 내 안에 사는 약한 사람이며, 일본의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나 유이치처럼 자기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 그런 등장인물의 이미지와 겹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소중한 사람에 대한 자각이 약한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고도 했습니다. 신작 《분노》에서는 한층 더 나아가 소중한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이 악을 극복하는 길로서 제시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까?
요시다 슈이치 이번에 《분노》라는 작품을 쓰면서 ‘분노’보다 강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봤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말씀하신 대로 ‘소중한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이며 ‘소중한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는 ‘사랑’이라고도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_《문학의오늘》 2014년 겨울호에서
근원을 알 수 없고 해결할 길 없는 절대 ‘분노’보다 강한 것은 ‘소중한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이며, 이는 곧 ‘사랑’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타인과의 소통이 어려운 시대, 인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지금 여기 우리에게 담담하면서도 부드럽게 건네는 따스한 말 한마디가 되어줄 터이다. 냉철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이 바탕에 깔린 작가의 시선을 다시금 실감케 하는 《분노》는 감히 요시다 슈이치 문학의 정점이라 하겠다.
본문 중에서
지금 불쑥 내뱉은 “그 사람이 나 자신보다 소중해”라는 말이 유마의 머리라고 할까, 마음을 혼란시켰다. 1권 141쪽
어쩌면 나오토 말대로 ‘난 너를 의심한다’고 의심하는 상대에게 말하는 것은 ‘난 너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거나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1권 152쪽
결국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는 의미는 지금까지 소중했던 것이 이제 소중하지 않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중한 것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줄어가는 것이다. 2권 35쪽
나는 과연 무엇에 눈을 감으려고 했던 걸까. 정작 눈을 감으려고 했던 것은 이 사건이 아니라 희망이라곤 없어 보이는 나나 아이코의 인생이지 않았을까. 2권 239쪽
작가의 말
이것은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아슬아슬한 막다른 지점에서 빛을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이 그 ‘분노’를 어떻게 느낄지 꼭 알고 싶습니다.
옮긴이의 말
타인의 어둠의 깊이는 누구도 측정할 수 없다. 그리고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불완전한 소통이 전제된 상황에서도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어둠을 품은 상대,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궁극적인 수용을 ‘사랑’ 혹은 ‘신뢰’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우리가 타인을 믿고 사랑하는 능력을 조금이나마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더없이 유용한 지침서인 것 같다.
추천평
담담하면서 노련하다. 그의 문학적 인장이라 해도 좋을 서사의 서정성, 선명한 묘사, 픽,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시니컬한 유머,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표현 등은 독자에게 선물하는 보너스일 것이다. 내게 있어,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은 최고였다. 이제 그 생각을 바꿔야겠다. 그는 《악인》에서 훌쩍 더 나아갔다. 누군가 내게 《분노》를 꽃에 비유하라 한다면 나는(스티븐 킹의 표현을 빌려) ‘장미’라는 이름을 붙이겠다. 꽃말은 ‘만개’일 것이다. 만개한 그가 부럽다. 정유정(소설가)
왜 눈물이 흐르는지 나 자신도 전혀 모르겠다. 다만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어보고 싶어졌다. 이상일(영화감독)
《분노》를 접하고 내 안의 중요한 무언가를 꽉 움켜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아사이 료(소설가), 〈문예춘추〉